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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내린터의 정신세계/하늘내린터 이야기

하늘내린터의 끝물참외

 

 

 

 

 

 

 

끝물참외

 

하루걸러 한두차례씩 소나기와 땡볕에 폭염까지..

잎과 줄기가 녹아버려 하늘내린터 수박과 참외가 예년에 비하여 한달이나 앞서 끝물이 되었습니다.

 

"장마 끝물참외는 거저줘도 안먹는다" 는 말이 있을정도로 그만큼 맛이 없다는 뜻인데

 살림하는 아낙네들은 다 압니다.  

끝물참외로 참외장아찌, 참외김치, 참외짠지, 참외청 등을 담구어서 가족들의 입맛을 돋구는거 말입니다.

 

달달하고 짭쪼름한 밥도둑 끝물참외 장아찌.. 단순 소금절임 짠지만으로도 최고지요.

8월 말까지 팜핑(농촌체험 캠핑)오시는 주부님들께 한바구니씩 나눔해 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세판쟁이 참외밭 이 무더위에 넝쿨걷고 퇴비넣어 갈아엎고 뭘 심나?

 

올해 김장무우 배추는 다음주에 캐는 600평 감자밭에 이미 터잡아놨고  

하늘내린터 10여년간의 영농일지를 살펴보니 이시기에 이곳에 심어서 성공한 작물은 양배추, 당근, 쪽파 등 입니다.

다음주 월요일 태풍의 여파로 비가온다니 주말에 탐방객들이 계셔도 부지런좀 떨고 파종해야겠습니다.

 

 

사천교(沙川橋)하면 너무 먼 곳처럼 들리고

모래내 다리 하면 내 것인양 느껴지는 다리

 

일부러 한 정거장 앞서 내려

걸어서 건너보는 모래내 다리 아래

물이 없어 내가 없고 어머니도 없다

 

트럭 옆으로 늘어놓은 싸구려 참외들

투명한 비닐봉지안에서 시들어가는 끝물참외

오천원에 한봉지 사들고 어머니 만나러간다

 

재혼한 어머니는 나를 위해

맛난 것 올려놓은 밥상을 차리고

씨 다른 동생은 방안에서 꼼짝도 않다가

거실로 나와 조심스런 분위기에

점심만 같이 먹는다

 

한 동네에 살면서도 새아버지가 알지 못하는 골목에 숨은 나의 자취방으로 옮겨올 때도

어머니와 나는 모래내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 지하 자취방의 가스렌지에 자욱한 먼지와

화장실을 배회하는 집게벌레 한마리를 외면한채 우리는 모래를 먹기 시작한다

 

물이 말라 건널 수 없는 모래내에 갇혀

딸기가 지천이던 몇십년 전의 모래내

수줍게 양산을 받고 첫사랑과 데이트를 즐기던 어머니의 추억을 조금씩 베어먹는다

 

다시 나의 자취방으로 들고 온 참외 한 봉지를

다 먹어치워도 배가 부르지 않다

                                                                             - 끝물참외 /오채운 님 -

 

사천교는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과 연희동을 흐르는 홍제천에 있는 다리를 말하며 옛지명이 "모래내" 이지요.

 

하늘내린터에서도 무더위가 느껴지는 오후 피서철인 지금 한창 인기 최고여야할

수박 참외밭의 몰골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차암 애틋하고 가슴먹먹해오는 오채운 시인님의 끝물참외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칠갑산 / 주병선

https://youtu.be/3Vitch1aZ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