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봐 해봤어? ***
“이봐 채금자, 해봤어?” 정주영은 책임자를 ‘채금자’라고 했다.
책임자에게 “당신 해보고서나 그런 소리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생전의 정주영은 경영자, 기술자들이 난관에 부딪혀 “어렵다” “못하겠다”고 하면 어김없이 “해봤어?” 라고 반문했다.
우리는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 못한다면서 너무 긴 세월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중국과 일본에 짓밟혀 상처투성이가 된 역사를 질긴 목숨처럼 이어왔다.
정주영의 “해봤어?”는 그런 역사에 대한 반란이었다.
6·25가 없었으면 세계 사람들이 이런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을 나라, 지지리도 못살고, 못 배우고, 물려받은 것 없는 이 나라에서도 시골 논두렁 잡초만도 못하게 태어난 사람이 “우리 한번 해보고나 나서 안 된다고 하자”고 했다. 그것은 울부짖음이었다.
현대중공업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정주영이 1972년 울산 미포만에 세계에서 제일 큰 조선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모두 “미쳤다”고 했다.
돈도 기술도 경험도 명성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한국인들에게 큰 배, 좋은 배는 일본 같은 나라들이나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정주영은 그런 사람들에게 “이봐, 해봤어?”라고 물었다.
혼자서 미포만 모래사장 사진 한 장, 외국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 한 장을 들고 유럽을 돌았다.
외국 사람들이 “조선소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배를 사주면 그 돈으로 조선소를 짓겠다”고 했다.
1974년 6월 조선소 완공 때는 이미 20만불이 넘는 대형 유조선 12척을 수주한 상태였다.
조선소 준공식은 “해봤어?”라고 물었던 정주영에게 하늘이 해 준 대답이었다.
그해 첫 선박 명명식 때 朴正熙 대통령이 와서 현대중공업 본관 앞에 ‘조선입국(造船立國)’이라고 썼다.
‘우리도 배를 만들어 먹고 살고 나라를 지켜보자’ 는 비원(悲願)이었다.
그로부터 33년 뒤인 지난 5월 25일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도크에서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이 진수됐다.
정주영이 처음 조선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해군은 미군이 버리다시피 한 구축함에 페인트칠을 해서 쓰고 있었다.
천지개벽이란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지스함 진수식을 며칠 앞두고 현대중공업을 찾아 볼 기회가 있었다.
1987년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는 노사분규
취재 때문이었다. 그때 정주영은 노조원들에게 우산대로 몸을 찔리는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20년 전 그때 그 자리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新天地를 바라 보았다.
세계의 선주(船主)들이 배를 만들어 달라고 韓國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황량할 정도로 넓었던 미포만이 이제 배 조립품을 놓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비좁아졌다.
거기서 2.5일마다 1억 달러짜리 거대한 배 한 척씩이
쏟아진다. 현대중공업 사람들은 “배를 찍어낸다”고 했다.
세계 조선 역사에 없던 일이다.
지금 전 세계 바다에 새로 나오는 배 5척 중 1척이 현대중공업 제품이고, 10척 중 4척이 韓國産이다.
한국 조선소들은 중국이 만드는 싼 배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래도 주문이 너무 밀려 배를 지을 도크가 없다. 길이 200m에 15층 높이의 배를 땅 위에서 조립해 바다로 끌고 가 띄운다.
이런 신 공법은 거의 모두 한국 조선소에서 나오고 있다.
선박 엔진을 만드는 공장의 상무는 이 기술자들을 “나라의 보물”이라고 했다.
이들이 세계 엔진 시장의 35%를 싹쓸이하고 있다.
이지스함에선 아직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1980년 첫 국산 군함인 2000톤급 호위함이 바로 여기서 만들어졌다.
그 후 이곳에서 60여척의 군함이 더 태어나 우리 바다를 지키고 있다.
지금 눈앞에서 최강의 이지스함이 마지막 손질 중이고, 앞으로 U-214형 잠수함도 여기서 건조된다.
한 젊은 기술자가 이지스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뭔가 고민에 잠겨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의 등 뒤 푸른 하늘에서 정주영 회장이 어깨를 툭 치며 “이봐 채금자, 해봤어?”라고 싱긋이 웃는 것만 같다.
연전에 동해에 일본이즈스함과 조각배 같은 우리군함이 대치하고 있을때 울분에 치를 떨었었는데?
2차대전때 쓰다 버리는 미군 폐기선에 페인팅하고 러시아 폐선 구매조사단 편성....등 에 열 올리고 있을 여야 의원님들과 우리해군을 상상하니 아찔하고 머리가 어지러워 짐니다.
어르신! 아직 채금자가 시원치 못하여 군전력이 한심하고 부끄러운 수준이라서 프랑스해군 사진을 옮겨 붙였습니다.
어르신 정말 고맙습니다. 편히 영민하소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양상훈 // 편집:모시바지
왕회장님 진정 당신은 이 나라의 근대화를 이룩하신 일등 애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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