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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내린터의 정신세계/원장 농촌사랑 칼럼

산촌(山村) 하늘내린터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무쳐셰라.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무쳐셰라.

시비(柴扉)를 여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이시리

밤중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산골마을에 눈이 오니 산길이 묻혔구나

사립문 열지마라
이리 묻혀 사는 나 찾을 이 누가 있으리

오밤중에 떠오른 저 한 조각
밝은달 만이 내 벗인가 하노라."


적막강산속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느끼며
산촌 초야에 묻혀 망중한을 달래던 조선 최고의 문인 상촌 신흠 선생의
시 한수를 읊조리며 농원 한바퀴 휘도는데
대설, 한파주의보가 내린 강원 산간 하늘내린터에 눈이 내립니다.

내일 아침 쌓인 눈의 정취를 기대하며 찾아올 벗들을 기다립니다.

읍내를 드나들며 바라보아야만 하는 벌목으로 수만평이 훌떡까진 마을입구 사유림..

일장춘몽(一場春夢) 이었더라.

인생 1막2장을 심혈을 기울여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하늘내린터지만
끝내 깨우치지 않고, 못하고 이렇게 살다가 그렇게 가기를 작정한 안타까운 이들의 장벽에 막혀

인생 2막3장에 벌린 여러일들 갈길이 멀기에

이곳에서의 대망의 꿈을 진작에 접고 유유자적하며 새해를 설계합니다.

한창때인 불혹(不惑)의 나이에 보람된 직업군인의 뜻을 접고 새로운 영광을 쫒아
우리나라 최고의 농산촌 관광마을을 만들겠다 뛰어든 우리마을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창밖의 눈보라를 내다보며 컴퓨터에 저장된 하늘내린터의 역사를 반추(反芻)하는데
17년전 전원생활 잡지에 실렸던 하늘내린터 기사가 보입니다.

씁쓸하고 쓸쓸한 하늘내린터의 겨울밤이 깊어만갑니다.

최희준 - 길 잃은 철새
https://youtu.be/6kh_Yr-ouH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