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교(沙川橋)하면 너무 먼 곳처럼 들리고
모래내 다리 하면 내 것인양 느껴지는 다리
일부러 한 정거장 앞서 내려
걸어서 건너보는 모래내 다리 아래
물이 없어 내가 없고 어머니도 없다
트럭 옆으로 늘어놓은 싸구려 참외들
투명한 비닐봉지안에서 시들어가는 끝물참외
오천원에 한봉지 사들고 어머니 만나러간다
재혼한 어머니는 나를 위해
맛난 것 올려놓은 밥상을 차리고
씨 다른 동생은 방안에서 꼼짝도 않다가
거실로 나와 조심스런 분위기에
점심만 같이 먹는다
한 동네에 살면서도 새아버지가 알지 못하는
골목에 숨은 나의 자취방으로 옮겨올 때도
어머니와 나는 모래내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 지하 자취방의 가스렌지에 자욱한 먼지와
화장실을 배회하는 집게벌레 한마리를 외면한채
우리는 모래를 먹기 시작한다
물이 말라 건널 수 없는 모래내에 갇혀
딸기가 지천이던 몇십년 전의 모래내
수줍게 양산을 받고 첫사랑과 데이트를 즐기던
어머니의 추억을 조금씩 베어먹는다
다시 나의 자취방으로 들고 온 참외 한 봉지를
다 먹어치워도 배가 부르지 않다
- 끝물참외 /오채운 님-
며칠걸러 내린 폭우에 잎이 녹아버려 끝물이 된
참외밭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차암 애틋하고 가슴먹먹해오는 오채운 시인님의
끝물참외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사천교는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과 연희동을 흐르는
홍제천에 있는 다리를 말하며 옛지명이 "모래내" 이지요.
여름철 내내 풍요롭게 하늘내린터를
노랗게 주름잡으며 인기만점이었던 참외였는데
어느새 끝물이 되었습니다.
옆에 나란히 심은 하늘터 고냉지 수박은 아직도 꽃이피고
계속 달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장마 끝물참외는 거저줘도 안먹는다" 는
말이 있을정도로 그만큼 맛이 없다는 뜻인데
익다만 끝물참외 한개주워 한입베어 물어보니
웬걸 달달하니 설익은것도 먹을만 합니다.
부지런한 살림꾼 아낙네들은 끝물참외로
참외장아찌, 참외김치, 참외짠지, 참외청 등을
담구어서 가족들의 입맛을 돋군다는데
다음주부터 탐방오시는 주부님들께
한바구니씩 나눔해 드려야겠습니다.
두판쟁이 참외밭 퇴비넣어 갈아엎기도 귀찮고
처서가 지난 이시기에
심을 작물도 마땅치않고
끝물참외 다 나눔한후에 넝쿨 걷어버리고
그대로 그자리 멀칭비닐에 구멍뚫고
파종후 60일이면 수확할수 있는 총각무우(알타리)나 쪽파 등
김장거리나 맛은 없더라도 비료줘서
키워버려야겠습니다.
유례없는 역대급 올여름의 모진 가뭄과 폭염
그리고 이어지는 집중호우에 심신이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으니
게으름이 극치를 달리는 하늘내린터 촌장입니다. 😏😋😆
도시에 사시는 친구님들
올해 농부님들은 더욱 참 많이 힘든해입니다.
농산물값 비싸다 하지마시고
값싼농산물 찾지마시고 어려운 생산농가 찾아서
직거래로 많이 많이 사주십시요.
감사합니다. 💓 💕 💞
구월의 노래 - 패티김
https://youtu.be/DWkB8W5H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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