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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농촌 희망찿기/그린투어(농촌관광)

[스크랩] [주말은 이곳에서] 경기 안성 풍산개마을

개 썰매 타고 신나는 겨울 여행

하얀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 마을에 가면 누구든 귀여운 강아지를 안아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북한의 천연기념물인 풍산개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풍산개마을.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마음껏 뛰어다니고 눈밭에서 개가 끄는 썰매도 탈 수 있는 이 마을에서 겨울을 즐겨보자.

 



서울에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한 경기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 ‘계곡장수마을’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요즘엔 ‘안성마춤 풍산개마을’로 더 유명하다. 그런데 마을에 들어서니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풍산개보다 먼저 반긴다. 300미터쯤 될까. 누렇게 마른 잎이 터널을 만든 메타세쿼이아 길은 차에서 내려 잠시라도 걸어보고 싶어진다.
메타세쿼이아 터널을 지나자 마을 이장인 이기운 씨(52)의 농장(‘이솔동물농장’)이 나온다. 잔디가 깔린 넓은 정원에는 작고 하얀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우리 안에는 큰 개들이 낯선 이들을 경계하며 컹컹거리고 있다. 하얀 털과 순박해 보이는 까만 눈, 쫑긋한 귀와 날렵한 몸매를 가진 ‘풍산개’. 언뜻 보이는 개만 수백 마리는 족히 돼 보이는 이 농장은 이 마을 풍산개의 ‘산실’이다.

800마리 풍산개가 반기는 마을
함경남도 풍산 지역에서 기르던 풍산개는 진돗개·삽살개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토종개로,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2000년 남북 정상 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를 선물 받으면서 알려져 국내에도 사육이 늘고 있지만 대량으로 키우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데 평소 개에 관심이 많았던 이기운 씨는 1993년 풍산개를 처음 얻어 사육하면서 800마리까지 번식시켰다.
“아는 사람이 북한에서 가져온 풍산개 5마리를 잘 키워보라며 주더라고요. 원래 개를 좋아하는 데다 북한에서 온 토종이라 정성을 다해 키웠지요. 처음엔 풍산개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질병이나 사료 문제로 고생도 많이 했어요. 13년 동안 풍산개에만 매달렸으니 청춘을 개한테 다 바친 셈이지요.”
이씨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개를 분양해 마을 전체를 풍산개마을로 가꾸고 있으며 현재 6∼7가구가 풍산개를 사육하고 있다. 또 올해는 농협의 팜스테이마을로 선정돼 풍산개를 테마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풍산개와 함께 메타세쿼이아 길 산책
이 마을에서는 하루 종일 풍산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린 강아지는 이씨의 농장 잔디밭에 풀어놓고 기르기 때문에 강아지들과 씨름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쫓아다니느라 깔깔거리는 아이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새끼를 안고 하얀 털을 쓸어주는 아이들, 강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우리 속에 있는 큰 개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생육 단계별로 몇 개의 우리로 나눠져 있는데, 늘어선 하얀 머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낯선 사람들이 방문하자 우리의 철망 앞으로 우르르 다가와 귀를 쫑긋 세우며 뚫어지게 쳐다보는 개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촬영을 한다니 이씨는 특별히 우리의 문을 열어 아이들을 들여 보내준다. 우리 안에 들어간 아이들은 개들이 다가오자 겁을 먹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많은 개들 중 어느 하나 아이들을 건드리거나 위협하지 않는다. 정말 듣던 대로 풍산개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순한 모양이다. 개들이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아이들은 큰 개의 머리도 쓰다듬으면서 금세 친해진다.
큰 개는 줄에 묶어 데리고 다니며 산책도 할 수 있다. 농장 앞 메타세쿼이아 길을 개와 함께 걷거나 달리면서 운동을 해도 좋다.
개들의 이름도 재미있다. 열세 살로 가장 나이가 많은‘풍여사’를 비롯해 풍순이·풍미·풍일이·풍광이·풍오…. 풍씨네 개 가족들의 이름은 끝이 없다.
풍산개와 함께 놀다가 귀여운 강아지가 눈에 밟힌다면 한 마리 사와도 좋을 듯. 이씨는 50∼60일 된 풍산개를 분양하고 있으며, 자매결연을 해 강아지가 크는 모습을 메일이나 사진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놀이기구보다 재미있는 개 썰매 타기
풍산개와 함께하는 가장 즐거운 체험은 개 썰매 타기. 겨울이면 썰매를 탈 수 있는 곳은 많지만 개 썰매는 쉽게 구경하기 힘들다.
풍산개는 후각·청각과 수색 능력이 뛰어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어 호랑이도 잡는 사냥개로 알려져 있다. 또 강인한 체구에 뒷다리가 곧고 탄탄해 경사지나 산악 지대를 잘 달리기 때문에 썰매 개로도 손색이 없다.
“시베리안 허스키나 알래스칸 맬러뮤트 등 썰매를 끄는 개는 따로 있지만 풍산개도 충분히 썰매를 끌 수 있습니다. 썰매를 끌려면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10여 마리가 썰매 개 동호회를 운영하는 전문가에게 훈련을 받고 있지요.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 썰매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네 마리의 개가 끄는 썰매를 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개가 어찌나 빠른지 썰매를 탄 아이들은 놀이기구라도 탄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야단이다. 썰매의 속도가 시속 30∼40㎞나 된다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지금은 썰매를 탈 공간이 따로 없어 메타세쿼이아 길이나 농로를 이용하지만 내년부터는 전용 트랙이 생겨 개 썰매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을에서는 2만 3000평의 부지에 개 썰매 전용 트랙과 산책로·잔디구장 등으로 구성된 ‘풍산개 테마공원’을 만들 계획으로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토 구이와 황토 찜질로 피로도 푸는 곳
풍산개의 매력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 배가 출출해질 즈음이면 황토 구이가 준비된다. 닭의 배를 갈라 찹쌀·황기·대추·마늘 등을 넣고 다리를 묶은 뒤 한지로 싸서 그 위에다 물에 이긴 황토를 바른다. 오리 알과 고구마·감자에도 황토를 발라 바비큐 통에 넣고 숯불을 피우면 몸에 좋은 황토의 기운이 음식 속으로 스며든다. 황토 구이는 체험객들이 직접 황토를 바르고, 익으면 황토를 깨뜨리는 재미가 먹는 재미 못지않다.
황토 구이로 배를 채우고 나면 이번엔 황토 찜질방에서 피로를 풀어보자. 마을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소나무와 황토로 만들어진 50여 평의 황토 찜질방에서는 황토 팩과 약초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또 원두막과 놀이터가 있어 가족들끼리 하룻밤 쉬어가기에도 좋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 눈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놀거리를 찾는다면 풍산개마을로 가보는 건 어떨까.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눈밭을 씽씽 달리다 보면 새로운 세상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문의 031-672-4348, www.aspsdog.com
글·김봉아 기자 | 사진·최수연 기자

출처 : 예인의마을
글쓴이 : 청산머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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