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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향 물씬 나는 산야초마을 내 몸에 맞는 여행으로 건강도 챙긴다
봄이 언제 올까 싶더니 어느새 산골짜기 바위틈에 쌓인 눈이 녹아 졸졸거리고, 나뭇가지는 금방이라도 새순을 틔울 것만 같다. 봄이 오는 소리에 기지개를 켜보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몸은 영 개운치가 않다.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면 충북 제천시 수산면 하천리 산야초마을로 가보자. 쌉싸래한 약초향과 입맛을 돋우는 산나물, 치자빛 붉게 물든 염색천 사이로 묻어나는 봄의 정취가 얼어있던 오감을 깨워준다.
마을 뒤쪽으로는 금수산 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앞쪽으로는 청풍호의 물줄기가 어우러진 산야초마을. 마을 주변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지만 이 마을의 진면목을 알려면 하룻밤쯤 머물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좋다. ‘산야초’라는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마을에는 약초와 산나물이 많이 난다. 특히 약초는 금수산에서 발원한 자연수를 먹고 자란데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기후조건으로 다른 지역보다 약효가 뛰어나다. 24가구가 살고 있는 산야초마을은 2003년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고 2004년 농협중앙회의 팜스테이마을로 지정되면서 약초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방문객들의 심신을 풀어주고 있다. 이정관 산야초팜스테이마을 추진위원장(57)은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 곳곳에 약초를 접목시킴으로써 건강여행을 즐길 수 있으며 마을 주민들이 체험분야별로 담당자를 정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체질 판별로 몸에 맞는 체험과 약초 선택
돌과 황토로 지어진 40여 평의 ‘산야초 체험관’은 이 마을 여행의 거점이다. 이곳에서 전체 체험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식사도 제공한다. 또 체험관 벽면에는 황기·당귀·지황·씀바귀·잔대 등 약초의 사진과 효능이 적힌 액자가 걸려있어 약초배움터로도 활용된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 마을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어 마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일단 이곳에 들어서면 인근의 만덕사 주지인 성각스님이 사상체질 판별표에 따라 체질을 나누고 그에 맞는 여행과 체험을 권한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에 따라 분류되는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 등 체질별로 음식과 생활습관, 운동방법이 다르며 특히 약초는 체질에 맞게 사용해야 효과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체질을 나누고 나면 그에 맞는 약초차를 맛볼 수 있다. 솔잎차·대추차·당귀차 등 다양한 차를 골라 마실 수 있는데 여러 종류의 약초차 중에서도 백미는, 100여 가지 약초와 산나물로 만든 백야초차다. 은은한 약초향을 음미하면서 한 모금씩 마시다 보면 몸도 마음도 절로 가벼워진다. 백야초차를 만들고 남은 건더기를 1년 동안 발효시켜 만든 백야초 막걸리와 산야초로 만든 묵도 별미다. 또 도라지·곰취 등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과 청국장에도 고향의 맛이 듬뿍 담겨 있다.
보기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천연염색
약초음식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나면 천연염색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2001년 이 마을에 터를 잡고 천연염색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약초생활건강은 염색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홍화는 분홍, 황벽은 노랑, 자초는 파랑, 울금은 빨강 등 100여 가지 약초가 갖가지 색을 만들어낸다. 팜스테이마을 사무장을 겸하고 있는 김태권 약초생활건강 대표(43)는 “천연염색은 한 가지 재료로 5∼6가지 색을 낼 수 있으며 버려지는 밤가시로도 고운 회색이나 황색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천연염색체험에 참가하면 먼저 착색을 쉽게 하기 위해 백반물에 천을 담근다. 그런 다음 약초를 추출한 물에 다시 20∼30분 정도 천을 넣고 뒤적이다가 꺼내 헹궈서 그늘에 말리면 된다. 염색한 천으로는 베개와 이불 등 침구류, 넥타이, 스카프, 손수건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염색한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천궁·당귀·박하·감국 등 10여 가지 약초를 넣은 약초향기주머니는 불면증이나 두통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돼 실내나 차 안에 두면 좋다. 또 약초염색 제품은 항균·항취 효과가 높아 피부에 자극이 없고 황토 패드는 여름에 습기가 차지 않아 보송보송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산야초 체험관 맞은 편에 있는 약초생활건강의 전시장에서는 이들 천연염색 제품과 약초비누·황당팩(황토와 당귀 등으로 만든 팩)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먹고 입는 것에만 약초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잠도 보약이 되려면 좋은 집에서 자야하는 법. 산야초마을에는 민박집의 이름에서조차 약초향이 묻어난다. 황기집·당귀집·도라지집·산초집·송이집. 민박을 운영하는 농가들이 주로 재배하는 작물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이들 집은 모두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는 황토온돌방으로, 약초찜질도 할 수 있다. “황토방에서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묵은 피로가 다 풀려요. 아궁이에 감자며 고구마를 구워먹는 맛도 일품이고 송이집에서는 주인에게 잘 보이면 송이술도 얻어먹을 수 있지요.” 팜스테이마을 총무를 맡고 있는 최분녀 씨(59)의 귀띔이다.
자연을 이용한 체험 즐기면서 봄 만끽
마을을 둘러싼 천혜의 자연환경을 온몸으로 느껴보려면 ‘사상체질 산책로’로 올라가보자. 산책로 입구와 길 곳곳에는 ‘태양인은 느리게 걷되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소양인은 가벼운 달리기로’, ‘태음인은 모두 떠난 후에 혼자 출발하되 빠른 속도로 걷고’, ‘소음인은 아주 느리게 걷되 땀이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라는 식으로 체질별 산책요령이 표시돼있다. 체질에 맞게 운동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면 효과가 배로 나타난단다. 내 몸에 맞는 걸음걸이로 산책로를 올라가다 보면 단양팔경 가운데 하나인 옥순봉과 청풍호가 어우러진 절경이 한눈에 보인다. 봄·가을에는 산나물 채취와 송이 따기, 더덕 캐기 등도 운동 삼아 할 수 있는 체험거리다. 약초꾼이 되어 산으로 들로 약초를 캐러 다니는 것도 해볼 만한 일. 또 약초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과 황토볼 지압, 짚을 이용한 짚풀공예, 떡메 치기, 퀴즈로 배우는 약초상식 골든벨 등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주변의 볼거리로는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문화유산을 그대로 복원한 청풍문화재단지와 월악산국립공원 금수산, 신라의 천년고찰인 무암사와 정방사, 그리고 용담폭포 등 명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많은 볼거리와 체험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산야초마을에는 6000여 명의 체험객이 다녀갔다. 또 지난해 1사1촌을 맺은 아시아나IDT 직원들도 주말마다 내려와 체험도 하고 일손도 돕고 있다. 참가비는 당일형 체험코스가 1인당 1만 5000원, 1박2일 숙박형은 4만 원이며 체험선택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문의 043-651-1357 (sanyacho.go2vil.org) 글·김봉아 기자 | 사진·김현주(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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