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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내린터의 정신세계/원장 농촌사랑 칼럼

[스크랩] 생태농업과 마을 공동체를 가로 막는 요인들-귀농자들의 접근 방식에 대해

 

 생태농업과 마을 공동체를 가로막는 요인들

                   -귀농자들의 접근 방식에 대해-



생태농업의 확산과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데는 귀농자를 비롯한 활동 역량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마을 공동체의 방향과 생태농업의 확대 및 농산물의 판로, 생태적 삶과 마을 실무의 처리 등 실로 활동 역량이 큰 역할을 한다.

마을 주민들도 귀농자들에게 여러 가지 기대하기도 한다.

특히 농산물 판로에 대한 기대는 숨기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떤 경우는 외려 귀농자가 마을 공동체의 진전을 가로막거나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선 가장 큰 문제가 마을 주민들에게  의식으로 접근하는 경우이다.

‘유기농을 해야 한다. 유기농만이 농촌과 마을을 살리는 길이며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이루는 길이다’

‘관행농은 농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방식이다. 땅이 죽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되는 것은 농약과 비료, 비닐 멀칭과 단작 중심의 농업이 원인이다’

이런 식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접근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잘 안되니까 마을 사람들을 비난하며 나홀로 농사에만 전념하고 일정한 선을 긋고 산다.


유기농과 관행농을 명확히 구분하고 관행농을 비판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농사 접근법인데, 이는 마을 주민들의 그 간의 농사는 잘못이고 새로운 유기농만이 옳다는 생각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농사법을 부정하는데 과연 상대방의 말대로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지닐리 없음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농사법과 삶에 대해서도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사람, 또는 먹고 사는데 지장 없으니까 할 수 있는 얘기 쯤으로 보게된다.


접근방법 만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마을 주민들의 농사에 대해 ?은 이해에 머물고 있는 사고이다.

우리 마을 같이 소농인 경우에 한 두 마리의 소와 농사 부산물을 이용하여 거름을 대부분 만들어 쓴다.

비닐 멀칭을 하는 작물도 있지만 감자나 콩을 비롯한 잡곡, 약초와 과수는 멀칭을 하지 않는다. 제초제도 거의 안쓴다.

1,000-2,000평 정도는 김을 메는 농가가 많다.

그런데 귀농자의 생태적인 농사를 2,000 평 정도로 볼 때 과연 거름을 다 만들어 쓰는 가구가 얼마나 되며 비닐 멀칭을 안하는 귀농자가 몇 %나 되겠는가!

어찌보면 마을 주민 특히 노인들이 귀농자 보다 더 순환적인 농사일 수도 있고 더 김메기를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농사법이 많이 남아있는 소농 마을의 주민들에게 생태농과 관행농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현실 인식에서도 너무 피상적인 이해일 뿐이다.


사는 것도 그렇다.

마을 이장에 의하면 우리 마을의 경우 년 평균 소출은 대부분 1,000-1,500만원이다.

5일에 한 번 장에 가서 사오는 것도 먹을거리는 거의 없다.

생선이나 돼지고기 같이 농사로 자급이 안되는 것을 1-2만원 정도 구입한다.

장날은 아는 사람 만나 술도 한 잔 하고 머리를 깍거나 짜장면도 한 그릇 먹기 위해 간다.

귀농자 보다 돈을 더 안쓰는 사람들이 많다.

자급률도 더 높은 농가가 많다.


자동차도 10가구에 1-2 가구만 있다.

오토바이나 경운기가 교통수단이며 할머니들은 그나마 없다.

자동차 운행 안하는 귀농자가 얼마나 되는가.

손전화만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마을의 경우 주민들의 손전화 이용률은 20%를 넘지 않는다.

귀농자는 그 반대다.

인터넷과 컴퓨터는 주민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물론 귀농자는 그 반대이고.

이런 삶을 두고 귀농자가 주민들을 비생태적 삶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는가!


비닐 멀칭의 경우도 어떤 노인농가는 고추 외에는 일체 멀칭을 하지 않는다.

비닐 멀칭의 효과는 풀 방제와 땅 온도를 높이고 습기를 보존하며 병충해 방지의 효과가 있는데, 그래서 멀칭 안한 경우와 비교해서 50-100% 소출이 더 오른다.

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대안이 없이 그들을 비판한다면 주민들의 생태농업에의 접근을 오히려 가로막는 꼴이 된다.

실제 비닐 멀칭을 안하는 귀농 농가는 20%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농약과 비료에 대한 지적도 신중해야 한다.

2,000평 내외의 농사를 지어 정당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그것으로 삶이 보장되고 노후가 대비된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생태적 농업으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원래 지니고 온 돈이 있거나  농사외 수입이 가능한 귀농자와는 달리 농사외에는 아무런 생계 수단이 없는 소농들의 삶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성과 논리에 익숙해져 있는 도시 출신 귀농자들이 관계와 정에 익숙한 소농 농민들과 옳고 그름을 두고 차이를 없애려 한다면, 나는 옳고 당신은 잘못됐으니 내 말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을 하려 한다면 논쟁에서는 이기더라도 관계는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  

귀농자들의 의식을 앞세운 접근은 위험하다.

본인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로 볼 때 농민들의 생태적 삶으로의 변화에 건널 수 없는 장애물을 놓게 된다.

귀농자와 주민들이 어울리며 힘을 합쳐 서로의 장점을 나누며 마을 공동체를 이루어나가야 한다면 의식을 앞세운 접근 보다는 그들의 삶에 한 발짝 씩 다가가 좀 더 깊은 이해를 해야 한다.

비교적 철저히 생태농업과 삶을 사는 귀농자일수록 조급해서는 안되며 다른 사람들에게 더 관대해져야 한다.

그럴수록 주민들과의 관계는 넓고 깊어지게 되고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다.

말과 자적을 통해 주는 영향은 참으로 협소하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삶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다가 가야 한다.

그들의 삶에 이질감을 느끼는 귀농자들의 사고부터 전환해야 한다.

나부터 이런 잘못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고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출처 : 잣나무 옆집
글쓴이 : 잣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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