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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내린터의 정신세계/원장 농촌사랑 칼럼

하늘내린터에 버려진 손

 

 

 

 

 

 

 

 

 

공사장 인부가 벗어놓고 갔을

목장갑 한 켤레 상처가 터진 자리

 

촘촘했던 올이 풀려 그 생은 헐겁다

 

붉은 손바닥 굳은 살처럼 박혀 있던 고무도

햇살에 삭아 떨어지는 오후,

 

터진 구멍 사이로 뭉툭한 손 있던 자리가 보인다

거기 이제 땀으로 찌든 체취만 누워 앓고 있으리라

 

그래도 장갑 두 손을 포개고서

각목의 거칠게 인 나무 비늘과

출렁이던 철근의 감촉 기억한다

 

제 허리 허물어 집 올리던 사람,

 

모래처럼 흩어지던 날들을 모아

한 장 벽돌 올리던 그 사람 떠올리며

목장갑은 헐거운 생을 부여잡는다

 

도로변에 버려진 손 한 켤레 있다

 

내가 손놓았던 뜨거운 생이 거기

상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다

                           - 버려진 손 / 길상호 -

 

 

노가다(막일)를 안 해본 사람은 그 힘듬이 얼마인지 가늠이 안될겁니다.

 

어려우신 살림에 부모님으로부터 모든 고등교육 은혜를 입은 하늘내린터 촌장입니다.

저를 위해 희생한 동생들에게 제가 고개를 못드는 가장 큰 이유이지요.

 

학비만큼은 내손으로..

 

잠시나마 변두리 연립주택 공사장에서

철근 서너개를 어깨에 메고 2~4층을 오르내렸던..

 

어깨에 살이 벗겨지고 진물이 배어 나와 땀과 뒤섞인 그 쓰라림에 밤새 눈물짓던..

 

머리 굴리고 사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부러웠던..

 

한동안 삶의 체험현장에서 구르며

세상의 가진자들에게 맹목적인 적개심을 품고 오기를 다지며 세상에 분풀이했던..

 

제가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금수저들과는 아무리 친해도

인생을 논하지않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자연생태휴양농원 하늘내린터에 지난해 팜핑(농촌체험 + 캠핑)객들

농촌체험할때 나누어주었다가 팽개쳐진 목장갑 주워모은것이 수백켤레..

 

올해 농촌체험을 위해 골라 추수리며 더이상 삭아서 버려지는

낡은 코팅목장갑의 처연함에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저의 아들을 포함해서 요즘 젊은이들에게 차~암 하고싶은 말이 아주 많은

하늘내린터 촌장입니다.

 

곧 봄이 오겠지요.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https://youtu.be/o3HMgw33G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