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남설악 가리봉 주억봉 너머에 내설악 만경대 고개를 넘으면 오세암..
백담사 거쳐 수렴동계곡 길가에 영시암을 지나서 그리고 그다음이 오세암..
하늘내린터 촌장의 가슴이 스며있는곳입니다.
영시암 설봉당 도윤 큰 스님 가신지 두해째..
첫 기일에도 가뵙지 못하고 겨우 절집 지인이 보내주신 사진과 함께 오늘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며 그리워합니다.
해맑고 화사하게 아름다운 동자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오늘
동자꽃을 보고 있노라니 영시암 설봉당 도윤 큰 스님과 함께 오세암의 전설이 생각납니다.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 암자에 노스님과 5세 어린 동자승이 살고 있었습니다.
동자는 스님이 공양미를 얻으려 마을로 내려갔다가 고아가 되어
허기져 쓰러져 있는 것을 불쌍히 여겨 데리고 온 아이였습니다.
5세 동자는 스님을 할아버지처럼 따르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요.
어느해 겨울 몹시 추운 어느 날,
스님은 월동 준비에 필요한 식량을 탁발하려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동자가 따라가겠다고 칭얼대었지만
문고리에 손가락을 대면 쩍쩍 달라붙는 추운날씨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암자를 떠나서는 안 되니라.
내 빨리 일을 보고 올라올 테니 조금도 걱정하지 말아라. 스님은 그렇게 다짐을 해 두었지만,
혼자서 무서워 하고 있을 동자가 걱정이 되어 허겁지겁 겨우살이 식량을 구해 설악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폭설이 사정없이 내려 그만 산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스님은 산길을 헤매다가 위험해지자 결국 마을로 다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동자는 스님이 내려간 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앉아서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스님을 그 혹한 추위속에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이미 곡식이 떨어져 날이 갈수록 허기져가던 동자는 폭설로 스님이 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스님! 스님! 빨리 오세요! 간절히 목놓아 울다가 지쳐갔습니다.
눈은 초봄이 되어서야 녹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마을분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황급히 눈길을 헤치며 암자로 오르다가
바위에 앉아 있는 동자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달려갔습니다.
내가 왔다! 이 녀석아, 그 동안 별일 없었느냐! 그렇게 외치면서 다가갔지만
동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동자가 자신을 기다리다가 얼어죽었다는 것을 알게된 스님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며 슬퍼하였습니다.
스님은 동자의 시신을 거두어 바위 바로 옆자리에 곱게 묻어 주었습니다.
법당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왕생극락을 빌면 들을수 있는 그거리에 그자리였습니다.
그 해 여름, 동자의 무덤 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자라났습니다.
해맑고 붉은 빛이 도는 순수함이 꼭 동자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암자에 올라온 사람들은 동자승의 영혼이 피어난 듯한 그 꽃을 그때부터 동자꽃이라고 불렀답니다.
동자승이 앉아 노스님을 하염없이 기다렸던 그바위가 내설악 영시암지나 오세암 못미쳐
그 고개마루 만경대가 아닐까 한동안 머물렀던 그자리를 생각해보며
20여년전 하늘내린터 촌장이 천직으로 알았던 오랜 직업군인을 접으며 마음의 평안을 찾아
그 깊은골에 애정했던 큰스님을 찾아 법문을 청해듣던 그때 그시절이 문득 그립습니다.
아. 영시암! 지금은 백담사의 말사가 되었네요.
하늘내린터 촌장의 선대이신 안동김씨 삼연 김창집 할아버지가 창건하셔서
이후 여러 국난으로 폐사되어 흔적만 있다가
20여년전 동방서예의 대가이신 여초 김응현 아저씨가 화주로 함께하시면서
주지로 부임하신 도윤스님에 의해 재건하실때
제가 그곳 주둔 부대에 근무하며 불교군종병들과 함께 주춧돌을 되찾아 놓았습니다.
초복인 오늘 하늘터에 많은분들 다녀가심에 경황이 없었다는 핑계로
오늘도 불효자식 하늘내린터 촌장은 연로하신 사랑하는 아버님 복날도 못챙겨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친구님들 하늘내린터의 오후는 이렇습니다. 싱그러운 서양 그때그노래 한곡 감상하시지요.
'Caitlin Hear the wind blow...
By Storyland video productions'
https://youtu.be/wzJp0H27V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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