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이 ‘시대적 화두’다. 어느 정도는 예상은 했지만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통계청이 귀농인 통계를 처음 작성할 정도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2013년 귀농·귀촌 예산도 올해보다 28%나 많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계류중인 예산만도 242억원이다. 내년에는 (가칭)‘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한 법률’ 제정도 추진한다고 한다. 농촌이 다문화사회를 앞서 열더니 지금은 도시민들의 ‘제2의 인생’ 보금자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와 저출산 기조를 생각하면 환영할 조치들이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보면 2011년 귀농가구는 1만75가구로 전년의 5,405가구에 견줘 86.4%나 늘었고, 이 중 1인 가구가 전체의 60%가량 차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700여가구로 조사됐고, 연말이면 2만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2001~2003년 800가구 안팎에 머물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증가세다.
이는 우리 사회현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통계청은 귀농인구 증가를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과거 농업 경력자들이 노후를 위해 농촌으로 이주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치열한 유치경쟁도 한몫했다. ‘대한민국 귀농·귀촌 1번지’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전북 진안군을 비롯한 ‘귀농 메카’를 외친 전국의 지자체들이 교육부터 컨설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펼치며 도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는 모습이다.
귀농·귀촌 붐에 원주민들은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웃의 귀농자가 언론에 소개된 성공사례 내용이 부풀려지는 현실에 실망도 한다고 한다. 자신의 부주의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면서 인터넷에 남긴 글은 온통 주민과 행정기관 탓으로 돌리는 데 대한 상처도 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귀농 행세를 하며 농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소식을 접하면서 경계심도 가진다고 한다. 경북 청송에서는 귀농 부부 행세를 하며 농민들을 상대로 농산물 이중매매를 통해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터졌다. 이들 부부는 인근 안동에 거주할 때도 농민 10여명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7,000만원의 피해를 입힌 뒤 청송으로 ‘도피성 귀농’을 했다는 것이다.
귀농·귀촌자들은 묘목업자들의 ‘대박’ 유혹에 약초나 과수나무를 심었다가 낭패를 당했다며 농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원주민과 귀농·귀촌자들이 사소한 일로 다투는 일도 잦으면서 불편한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형국이다.
비교적 체계적인 귀농정책을 추진한 진안군의 경우도 2007년부터 2011년 6월까지 귀농·귀촌한 761가구 중 18.4%(140가구)가 농촌을 떠나면서 갈등도 적잖이 남겼다고 하니 다른 지자체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귀농·귀촌 관련 법을 만들고 예산을 증액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토착 주민들과 지자체가 수용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중앙정부가 밀어붙인다면 혼란만 양산한다. 또 직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은퇴자들만 생각하다 보면 원주민들이 정책지원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며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귀농·귀촌 붐은 농촌에는 기회이자 위협요인이다. 때문에 원칙과 철학에 기반한 법과 대책을 세워 위협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지역주민이 정부 대책에 공감하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보는 소통의 문화도 조성해야 한다. 원주민이 불편해하지 않는 귀농·귀촌 대책이 세워져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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