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낙안읍성의 옹기종기 모여앉은 초가마을
사람은 자연에 세 들어 산다. 또한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며, 죽은 뒤에도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결코 자연을 해
치는 법이 없었다. 큰 나무가 있거나 바위가 있거나 산이 있으면 그 곳을
비켜 집을 지었다. 요즘처럼 산을 깎아내고, 바위를 깨뜨리고, 나무를 베
어버리면서까지 집을 짓지 않았다.
초가 지붕의 곡선은 절묘하게 주변의 산자락 굴곡과 맞아떨어진다.
요즘의 집들은 땅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2, 3층도 모자라 20, 30층 집
위에 또 집. 옥상옥이다. 땅을 누릴 수 없으니, 자연을 누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옛집의 자랑은 바로 삶의 공간을 자연에 들여 자연과 행복한 어
울림을 이룬다는 것이다. 대문을 열고 나가면 앞으로 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자락이 펼쳐진다. 나무와 꽃들은 도처에서 자란다.
억새로 지붕을 이은 인제 마장터 샛집.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한칸짜리 샛집이다.
옛집의 대명사는 뭐니뭐니해도 초가다. 사실 초가는 지난 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집이었다. 초가는 한마디로 자연을 거스
르지 않으려는 자연친화적인 집, 사치하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는 소박한 집,
기와집처럼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평등의 집, 1~2년에 한번씩 지붕을 갈아주어
야 하는 부지런함의 집이었다.
양양 빈지골 굴피집의 흙봉당.
현재 초가는 안동 하회마을이나 순천 낙안읍성, 제주 성읍마을과 아산 외암리,
경주 양동마을 등 민속마을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도
멋진 초가집들이 많다.
삼척 신리의 너와집 물레방아.
너와집은 그야말로 몇 채 남지 않은 옛집으로 강원도 삼척과 울릉도 등에서
만날 수가 있다. 너와집이란 지붕에 기와나 이엉 대신 얇은 나무판이나 돌판을
덮은 집을 일컫는데, 보통 질이 좋은 소나무나 전나무를 60센티미터 정도로
널을 쪼개어 만든다.
울릉도 알봉분지의 억새 우데기를 둘러친 투막집.
굴피집의 운명도 너와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굴피집은 양양군 서면
내현리 빈지골과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삼척시 신기면 대평리 사무곡 등에
각각 한 채씩 남아 있을 뿐이다.
한편 울릉도 나리에는 육지에서의 귀틀집과 유사한 투막집이 여러 채 남아
있다. 투막집은 귀틀로 된 본채 주위에 억새나 옥수숫대로 엮어 만든 우데기를
빙 둘러치고, 군데군데 꺼지렁문(거적문)을 만들어놓았으며, 지붕은 대부분
억새를 이어 치덮었다.
제주의 전통 가옥인 샛집과 뒷뜰의 풍경.
예부터 우리네 조상들은 삼재(三才) 사상에 입각하여 집을 지었다. 지붕은
곧 하늘이며, 기둥은 사람, 주춧돌은 땅이라 여겼다. 양반네의 하늘이 기와
였다면 서민들의 하늘은 짚이거나 억새, 너와 또는 굴피였다.
옛집은 자연을 헤치지 않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있다. 생활도구조차 자연에서
재료를 빌려왔다
단양 궁터골의 오래된 흙집.
현재 국내에 분포하는 초가는 모두 420여 채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중 25채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민속마을에 남아 있는 초가이다. 샛집(띠집 포함)
또한 전국적으로 400여 채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대부분 성읍마을 등
제주도의 민속마을과 민속촌에 분포하며, 그밖의 지역에서는 열서너 채 안팎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결국 민속마을을 제외한 초가와 샛집의 숫자는모두 합쳐
40여 채에 불과한 셈이다. 이 밖에도 너와집은 6채, 돌너와집 5채,굴피집 3채,
투막집이 4채로 파악되었다.
출처 : 如山
글쓴이 : 如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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