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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귀농귀촌/귀농귀촌 성공사례

[스크랩] 사람에게 받은 상처, 정직한 땅 통해 치유 (이광형/진안신문)

사람에게 받은 상처, 정직한 땅 통해 치유
성수면 좌포리 원좌포마을 이정삼 씨
2009년 07월 06일 (월) 이광형 기자 ensta@janews.co.kr

   
 
  ▲ 이정삼씨  
 

국문학을 전공한 이정삼(51) 씨는 한때 소설가를 꿈꿨다. 습작을 위해 산사에 들어가 고난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는 직장에 들어가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영업부 시장조사팀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였지만 진급이 되지 않았다. 그의 학생운동 경력이 걸림돌이었다.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인정받아도 엉뚱한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은 직장을 그만둔 때가 서른 살.
 
결혼 후 사업 성공했지만

 
대학 선배의 주선으로 경북 영덕이 고향인 지금의 아내 공은옥 씨를 만난 때가 그 시절이다. 영호남 교류 차원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성사시킨 선배의 의중에 따라 두 사람은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결혼과 함께 전주에 잠시 살던 두 사람은 세탁소 운영을 위해 부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열정적으로 해내는 성격인 그는 세탁소 운영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돈도 꽤 벌수 있었다. 그러나 돈이 쌓이자 가슴 한쪽이 허전했다.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인생이 싫어졌다. 뭔가 의미 있는 삶을 모색하던 부부는 어린이집 운영을 시작했다. 유아교육이 전공인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린이집 운영도 성공적이었다. 친환경농산물로 아이들을 먹이고 이정삼 씨 자신이 직접 통학버스를 운행하며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아이들이 120명에 이를 만큼 호응을 얻었다. 그러던 중 미국으로의 이민 기회가 생겼다. 미국 한인타운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할 기회였다.

 

어린이집 건물을 팔기로 했는데, 그 때 문제가 생겼다. 계약금을 받은 후 나머지 금액을 받기로 약속하고 이민 수속을 밟았다. 그런데 주겠다는 금액이 돌아오지 않았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민 계획은 철회되고 2년간의 지루한 소송에 들어갔다. 결국 돈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사기를 당한 이정삼 씨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사람에 대한 신뢰 잃고 귀농

 
그때 생각난 것이 자연이었다. 고향인 성수면 좌포리 원좌포마을에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계셨다. 100마지기 논농사를 짓고 계시는 아버지께 귀농의 뜻을 밝히고 농지 전체를 임대 받았다. 그렇게 귀농을 단행한 때가 2007년. 유기농의 뜻을 세운 이정삼 씨는 논을 밭으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지금껏 화학농약에 찌든 땅이 회복되려면 자연 그대로 묵혀야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 넓은 땅에 전부 밭작물을 심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귀농 첫해에는 콩과 고추를 심었다. 나머지 땅은 특용작물을 위해 묵혔다. 묵힌 땅의 지력을 위해 깊이갈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55마력짜리 트랙터를 구입하고 50센티미터 깊이로 갈수 있는 삽쟁기를 부착해 농지를 반복해서 갈아엎었다. 1톤 덤프트럭도 구입했다. 농지 면적이 넓다보니 부대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1년 사이에 1억 원 정도가 쓰였다. 귀농 자금 대부분이 없어진 상황이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 땅의 정직성을 믿기 때문이다.
 
깊이 심은 감자 대성공

 
이정삼 씨는 올해 하우스 다섯 동에 감자를 심었다. 그때가 1월 10일. 하우스 감자는 노지보다 빨리 심는다지만 1월에 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심는 방법도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두둑을 만들어 비닐 피복을 한 후 10센티미터 깊이로 씨감자를 심는다.

 

그러나 그는 두둑을 만들기 전, 로터리만 친 상태에서 씨감자를 간격 맞춰 놓고 관리기로 두둑을 만든다. 씨감자가 30센티미터 깊이로 심겨지는 것이다. 30일이면 나와야할 싹이 40일 만에 나왔다. 마을 사람들은 너무 깊이 심어 싹이 안 올라오는 것이라며 핀잔을 줬지만 그는 기다렸다. 감자는 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모두 올라왔다. 감자는 덩이줄기이기 때문에 깊이 심으면 더 좋다는 것이다. 5월 10일 안에 감자를 수확하고 잠시 땅을 쉬게 한 후, 멜론을 심는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감자 후작으로 생각한 멜론은 여름작물이라서 시기적으로 적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농업을 통해 '이정삼'이라는 농부의 이름이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신뢰만 받는다면 농업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농사가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멀리 내다보고 착실히 걸어가겠다는 이정삼 씨.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게 꿈인 그는 농사를 위해 좋아하는 술도 자제하고 있다.

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나무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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