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마녀와 고양이 드뎌!! 논두렁길을 걷다
오랜만에 강원도로 귀농탐방 갑니다. 물의 나라. 얼음의 나라 화천입니다.
강원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귀농지로 강원도는 좀……’ 하며 저어하는 게 추위와 과일나무 재배가 쉽지 않아선 데요. 가끔 눈에 띄는 과수원의 사과 빛은 며칠 전 전북장수에서 본 사과와 똑같이 붉고 먹음직스럽네요. 하긴 요즘 한반도 기후 변화는 평양에도 사과나무 재배가 가능할 만큼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요.
화천사과는 맛이 너무 좋아 외지에선 살 수가 없답니다. 쉬쉬하며 화천군민만 먹는다니! 오늘 만나는 고문상, 이진선님의 인연을 빌어 화천 사과 한 번 맛보시죠!!
신대리로 들어서니 한눈에 ‘아! 저 집이겠구나!’ 느낌이 옵니다. 30대 귀농부부의 풋풋한 기운이 작용한 걸까요? 부부도 ‘전화도 없이 어떻게 집을 찾았느냐?’며 반깁니다. 꿀병나무박스로 만든 문패가 상큼합니다. 귀농선물로 받은 강아지 신토의 세레머니도 정겹고요. 또 한 식구인 고양이들의 인사는 거만 그 자체인데요. 아는 체하는 우리가 민망할 지경입니다. 인연이 오랜 고양이들인데요. 두 분 카페 이름도 <논두렁 고양이의 귀농발자국>이니 그 사랑 짐작되시죠?
약초로 맛을 더한 닭 한 마리 밥상에서 귀농여정을 시작해 봅니다.
“저는 안산(경기도) 시민단체 활동가로 다양한 영역의 일을 했고, 아내는 수원서 환경운동을 했어요. 아내 선배가 화천으로 귀농했다고 놀러 오라는 말에 그저 놀러 화천에 왔었는데, 사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별생각 없이 ‘우리도 귀농할까?’ 농담하며 돌아가 같은 생활을 하던 중에 괴산, 충주 쪽으로 귀농한 지인들을 방문하게 되었지요. 거기서도 시골살이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이번엔 좀 맘을 먹고, 화천 선배 집을 다시 찾았지요. 세세한 귀농법을 소개받고, 귀농에 대한 용기를 전해 받았어요. 그게 2008년 3월 1일이었어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귀농결심을 말했더니, 아내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불교귀농학교를 알아봐 주었고, 그 인연으로 불교귀농학교를 다니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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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쉽게 마음 정하는 게 가능해요?
“화천 막걸리가 너무 맛있어서요.”
에이- 설마하니…….
옆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양시영(인드라망생명공동체 소식지 편집팀;귀농탐방기 사진담당)님 왈: “그럴 만큼 맛이 기막힙니다.”
“불교귀농학교는 귀농에 대한 모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 많은 도움과 마음 다지기에 큰 힘을 준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8월에 선배가 사는 노동리에 전셋집과 땅을 임대했어요. 도배지까지 사다 놓고 설레는데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어요. 집이 팔렸다고,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요. 매매와 임대로 집을 내놨던 거죠. 어쩝니까, 계약금 두 배로 돌려받고 접었지요.
그러다 다시 만난 집이 이 집입니다. 전세 3천만원에 얻었어요, 하여 농토는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좀 번거롭게 됐지요.(집은 신대리, 농토는 노동리) 이사 비용 아끼려 일부러 손 있는 날 골라 5톤 트럭을 빌려 작년 11월 13일 귀농했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화천의 매운 추위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석유보일러 연료비가 큰 걱정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찾아온 지인들이 ‘우리 엉덩이 온기로 구들장 덥힐 거냐!’라는 귀여운 원성까지 들었어요. 그때 화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3개월 인턴사원을 구한다기에 아내가 다니며 생활비도 벌고 인맥도 다져놔서 지금껏 덕을 보고 있어요, 귀농을 계획하며 농부틀이 설 때까지 아내는 생활비를 벌고 저는 농사를 하는 쪽으로 마음을 모았어요. 저도 신대리로 오자마자 마을 사무장(정보화 마을에 있는 직책의 하나) 일을 제안받았지만 사양했어요. 처음엔 천천히 가는 게 좋잖아요. 겨울에 귀농하니 마을 사람과 여유롭게 얼굴 익히고, 농사 익히고, 농사 얘기나 마을 사정 알아가는 것도 한가하게 할 수 있어 저는 겨울철 귀농을 권하고 싶어요.”
농사 얘기는…….
“처음이라지만 마을 분들과 비교해서 워낙 차이가 많습니다. 씨감자 2박스 반을 심어 6박스 를 수확했어요. 보통 60박스는 무난하다는데……. 그런데 맛이 아주 좋아 그걸로 위안을 삼습니다. 고추와 수세미를 심었는데, 비닐멀칭을 안 하고 볏짚으로 멀칭효과를 냈고요. 선배한테 천 평을 빌렸는데 600평 정도만 경작했어요. 첫 농사라 천 평은 힘에 부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내년엔 천 평정도 땅을 사서 농사지을 계획입니다. 비용은 7천~8천 정도 드는데 전액(창업농업후계자육성제도)을 통해 5년 거치 10년 상환조건으로 구입하려고요.”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는요, 뭐 텃세라든가
“이사 오자마자 18만 원어치 떡을 해서 80가구에 손수 인사드렸어요. 그래선지 다들 예뻐해 주시고요. 효소작목반형님들의 도움이 컸어요.”
공부하는 농부, 아니 공부하러 온 농부 같은데요.
“어느 지자체나 농업인 교육시스템이 질도 높고 실질적인 도움도 많이 됩니다.(중요한 건 숙식비 무료에 차비까지 덤으로 준답니다.) 영농조합법인에 필요할 거 같아 유통관리사, 유기농기능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고요. 강원대 강원농업마이스터대학 친환경채소반(4년 8학기)에 다니는데 학기당 2백만 원 수강료 중 10% 개인 부담이라 재미있게 공부합니다.(daum카페참조: 논두렁 고양이의 귀농발자국) 공부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만나는 분들과의 경험과 교류가 아주 소중하죠. 또 화천에 원어민 영어 선생님들이 있어요. 그분들의 외로움도 덜어주고 정도 나눌 겸 생활영어 공부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에너지 펑펑 넘치는 부부의 귀농일상이 신나고 행복한 비결을 물으니 “다 아내 덕이죠.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아내가 제가 원하는 마음을 잘 읽어내 주었거든요. 그래서 효소작목반 형님들께도 우리 마덕사(마누라 덕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더니 형님들은 마고사(아시겠죠!)라 우깁니다.
농사일 말고 화천군 자활센터에서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돌보미 일을 아내와 함께하고요.(연말까지 한시적인 일) 알바로 아내는 평화의 댐에서 문화해설사를 하고 저는 화천군 관광객 수 모니터링을 합니다. 또 마을에서 품앗이와 품팔이도 합니다. 토고미(신대리, 구운리, 장촌리를 하나로 묶어 만든 이름)쌀이 유명하여 인터넷과 자매결연 등으로 판매하는데 그걸 마을 정미소에서 하죠. 정미소에서 품을 파는 일이 재미있습니다.(정미소규모가 제법 큽니다.)“
어떤 농부가 되고 싶으세요.
“귀농할 때 세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에너지 자린고비, 똥오줌 땅에 보내기(아직 아내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지만, 곧 실행 예정), 주 3일 근무하기입니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며 땅에 맞는 작물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싶고요. 스콧니어링부부처럼 책도 많이 보고, 좋은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을 찾아보며……. 한가로운 농부가 되고 싶어요.”
산들바람 먹으며 화천의 대치동이라는 신대리를 걸어 봅니다. 토고미자연학교가 멋집니다. 문 닫은 학교를 손봐서 마을체험장으로 쓰고 있는데, 시설과 환경이 쾌적해 보입니다. 한 해 체험객이 만 오천 명이라니 이곳의 매력을 알만하지요. (논두렁 재즈콘서트, 트랙터 마을투어, 장담그기 체험 등)
대추가 발그레 단맛이 들고, 알밤 툭 떨어지면 마을길에 음매 소 울음이 한적합니다.
“아침이슬과 저녁노을을 온몸으로 받으며, 신토와 걷는 산책길이 너무 행복해요!!"
- 고문상, 이진선
글
조선원님은 유기견 세 마리와 함께 오랜 세월 한 가족으로 살고 있다. “안 벌고 덜 쓰기! 인간중심이 아닌, 종차별 없는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분이다.
사진
양시영님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사진을 찍고 있다. 불현듯, 사진전시회를 열기도 하는 그의 닉네임은 “짱짱한 아름다움을 위하여” |
출처 : 오두막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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