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을규약이 필요하다
공동체모닥 대표
광주 YMCA 좋은동네시민대학 위원장
1. 마을규약과 마을 만들기
공주 부전동, 청주 화양동, 충주 하곡동, 청도 온계동, 영천 망정동, 달성 부인동,임실 삼은동, 정읍 고현동, 광주 양과동, 영암 구림동, 나주 금안동, 이들 마을은 우리나라의 명촌들 이다. 이들 마을들은 향약이 운영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마을 만들기에서도 이제 마을규약이 필요하다. 마을규약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보다 주민들 스스로 함께 만들어야 좋다.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규약은 마을에 대한 애착심과 상호부조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견인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마을규약은 마을의 의사결정 틀을 수반한다. 마을의 의사결정 틀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의사를 성립시켜 합의를 생산해 내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의사결정 틀에서 생산된 합의는 자발적인 주민행동을 유발시켜 마을의제의 지속적인 실천을 이끌어간다. 의사결정 틀에서 합의된 것이라 할지라도 실천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면 또다시 주민들의 합의과정을 밟아야한다. 합의과정이 실천과정이고, 학습과정이고, 주민참여과정이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마을 만들기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 만들기 는 실적으로서 결과보다는 ‘주민참여과정’을 보다 중요시한다. 때문에 주민들이 함께 생각을 모으고 함께 실천하는 과정 과정이 그것이 비록 사소하고, 더디고 답답하고, 비효율적일지라도 항상 주민들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마을 만들기에서는 참여와 소통의 진면목을 연출하는 ‘새로운 질서’라 말한다. 마을 만들기에서 합의하는 일을 소홀하면 나중에 필연적으로 갈등구조가 생겨나 마을 만들기 팀웍이 깨지고, 마을공동체 붕괴로까지 번진다. 갈등과 붕괴를 예방하는 이런 합의하는 일을 어찌 비효율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주민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규약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마을 만들기의 핵심 요소이다.
2. 마을규약 DB는 향약강목
조선시대 향약은 권선징악(勸善懲惡)과 상부상조를 주로 하는 향촌의 자치규약으로 미풍양속을 계승하고 마을 사람들 스스로 마을의 도덕적 기풍을 조성하는데 크게 이바지 하였다. 향약은 수신규범으로서의 기능, 공동체의 자치적 법규범으로서의 기능, 상부상조의 협동조직체를 운영하는 근간으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오늘날 마을 만들기 마을규약의 데이터베이스의 보고라 할 수 있는 향약의 강목내용들을 살펴본다.
첫째, 덕업상권(德業相勸), ‘좋은 일은 서로 권한다’이다. 보모에게 효도하는 일, 나라에 충성하는 일, 형제간에 우애하는 일, 윗사람에게 공손하는 일, 남녀 간에 예의를 갖추는 일, 말은 충실하고 믿음이 있어야 하며, 행동은 독실하고 공경스러워야 하며, 착한 것을 보면 반드시 실행하고, 허물을 들으면 반드시 고치며, 친척들과 화목하고, 이웃과 사귀며, 자녀교육에는 방도가 있어야 하며, 아랫사람을 부림에는 법도가 있어야 하며, 가난하여도 청렴과 절개를 지켜야 하며, 부유해도 예로 사양함을 좋아해야 하며, 남의 물건을 탐내서는 안 되며, 능히 일에 부지런하며 약속을 잘 지키는 일 등이 있다.
둘째, 과실상규(過失相規), ‘잘못은 서로 고쳐준다’이다. 즐기고 노는 데 절도가 없음, 화내어 다투고 소송으로 다투는 일, 행동이 법도를 자주 넘어서고 어김, 말이 충실하지 못하고 믿음이 없음, 사사로운 이익만을 취함이 심함, 이단을 배척하지 않음 등이다. 또한 각종 이해관계에서 과실을 예로 들면, 타인의 물건을 훔치거나 농작물을 훔치는 행위, 우마를 논밭에 놓는 행위, 타인의 도랑물을 도용하거나 전계(田界)를 침경(侵耕)하는 행위, 심히 인색하여 가구를 서로 가차(假借)하지 않은 행위 등이 있다. 또 품행 또는 직무에 관련된 과실에는 소송을 좋아하는 행위, 술주정, 부실언행, 남을 까닭 없이 폄훼(貶毁)함, 사람을 싸우게 하는 행위, 나태하여 일하지 않고 유랑하는 행위, 이단을 숭신하고 음사(淫祀)를 호행하는 행위, 조세의 미납 또는 태만, 많은 사람 앞에서 희언(戱言), 기인(奇人)하며 불미한 언사를 쓰는 행위, 사창곡(社倉穀)의 부실납고, 두승(斗升)감축, 유사(有司), 교훈(敎訓), 오장(伍長)으로서 직무를 태만히 하는 행위, 논의의 불공평, 공을 빙자한 작폐, 타인의 과실을 보고 즉시 규계(規戒)하지 않고 사이를 갈라놓는 행위, 규계를 듣기 싫어하는 행위, 집회 시에 늦게 오는 행위 등이다.
셋째, 예속상교(禮俗相交), ‘예에 맞는 풍속은 서로 교환한다’이다.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존(尊), 유(幼), 배행(輩行)에 다섯 등급이 있다. 둘째, 나아가서 절하고, 읍하는 데 세 가지 조목이 있다. 셋째, 청하여 부르고, 보내고, 맞이하는 데에 네 가지 조목이 있다. 넷째, 경조와 선물을 주고받음에 네 가지 조목이 있다. 상례의 실천에서 주목할 것은 상주와 조객들이 주식(酒食)을 금하는 것과 원거리로 조문을 나설 때는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하였다.
넷째, 환난상휼(患難相恤), ‘환난을 당하면 서로 구해준다’이다. 물과 불, 도둑, 질병, 죽고 상을 당하는 일, 고아(孤兒), 무고(誣告)당하는 일, 가난과 궁핍, 사창(社倉)의 경영, 산업상조(産業相助, 위생상호(衛生相護) 등이다. 위생상호는 청결과 보건을 내용으로 하는데 청결은 주택, 우사, 변소, 침구, 의복, 우물, 구거(溝渠), 하수도의 소제, 세탁과 파리의 박멸 등이고, 보건은 부패음식물과 미숙과일을 먹지 말 것, 포음포식하지 말 것, 질병치료는 의약으로 치료하고 무축(巫祝)이나 미신을 잠행하지 말 것 등이다.
3. 마을규약의 여러 유형들
마을규약은 크게 조목(條目)형, 강목(綱目)형, 헌장(憲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목형 마을규약은 고조선의 팔조금법처럼, 간결할수록 좋겠다. 조목형은 공동체적 삶의 모습이 뚜렷한 전원마을, 전통마을, 생태환경마을에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강목형 마을규약의 특징은 주민참여에 의해 작성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여러 개의 실천덕목을 제시해 놓고 스티커붙이기 방법으로 짧은 시간에 작성할 수 있다. 강목형 마을규약은 주민참여에 의해 작성된 규약이기 때문에 비교적 주민들의 가치지향점과 마을의 특성을 잘 나타내준다.
•헌장형 마을규약은 얼른 보면 기다란 문장으로 되어있어 작성이 상당히 어려워 보이나 함께하면 의외로 쉽게 매력 있게 만들어진다. 헌장형 마을규약의 특징은 느슨한 미학, 느림의 철학과 함께 공동체적 삶의 견인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1) 조목형 마을규약
〔예Ⅰ〕 ○○전원마을규약
제1조(명칭) 본 단체의 명칭은 ○○시 ○○지구 전원마을 조성사업 입주자 모임이라 한다.
제2조(자격) 위원은 ○○지구 전원마을 실입주자로 한다.
제3조(목적) 본 규약은 ○○지구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입주자 모두가 건강하고 쾌적한 전원생활이 영위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4조(구성)
1.본 입주자 모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위원, 자문위원을 둔다
2.본 입주자 모임 임원으로 회장 1인 총무 1인을 둔다.
3.임원의 임기는 사업 개시 일부터 입주 완료시까지로 한다.
제5조(권리∙의무) 각 위원의 권리와 의무는 다음과 같다.
1.회장 : 대 내․외적으로 본 입주자 모임을 대표하여 모임을 주관한다.
2.총무 : 본 입주자 모임 활동과 관련된 제반 사무 및 재정을 담당한다.
3.자문위원 : 본 입주자 모임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며 기본 계획에 의한 사안에 대하여 연구하여 대안제시와 제안을 할 수 있다.
4.위원 : 본 입주자 전원이 된다.
제6조(회의) 본 입주자 모임은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로 한다.
1.정기회의 : 입주자를 대상으로 매월 1회로 한다.
2.임시회의 : 본 입주자 회의활동과 관련하여 긴급 사안이 발생할 시 회장의 명 또는 ○○시의 개최 요청 또는 입주자 1/2이상의 개최 요청으로 소집한다.
제7조(의결) 모든 의결은 2/3이상의 참석과 참석위원의 과반수이상 찬성으로 한다.
제8조(재정) 본 입주자 모임의 재정은 정기회비, 특별회비, 기부금등으로 충당한다.
제9조(회비) 정기회비는 월 1만원으로 한다.
제10조(입주자 의무) 본 입주자는 아래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본 입주자들은 매매 계약서에 의한 토지대금에 대하여 기일 내 납부한다.
2.○○시의 전원마을 조성사업 추진 일정 및 추진계획을 토대로 시에서 제시한 인구유입정책 사업을 이행 한다
3.입주자들은 기반시설공사 완료 후 1년 이내에 주택건축을 완료하여야 한다.
4.건축 완료 후 이주 정착을 위해 주소지 이전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5.입주자는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전적으로 이행하여야 한다.
제11조(벌칙)
1.본 입주주자 모임의 품위 및 제10조(입주자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 정기회의 의결을 거처 2/3이사의 동의를 얻을 경우 입주 자격을 박탈한다.
2.특별한 사유 없이 무단으로 정기모임 2회 연속 불참 시 벌과금 1만원을 부과한다.
부 칙
제1조 이 규약에 규정하지 않은 사항은 정기모임에서 결정한다.
제2조 이 규약은 2007. O. O 부터 시행한다.
2) 강목형 마을규약
〔예Ⅰ〕○○아파트주민약속
-경비아저씨에게 먼저 인사합니다.
-승강기에서 내가먼저 인사합니다.
〔예Ⅱ〕○○예술인촌마을규약
-마을에서 태어났거나 10년 이상 거주해야 묘지를 쓸 수 있다.
-새로 짓는 주택은 황토흙집이나 한옥으로만 지어야한다.
-지붕색깔은 황토색, 검정색으로 통일한다.
〔예Ⅲ〕○○동규
-(덕업상권) 이웃과 서로 나누는 우리 동네
-(과실상규) 주차질서가 아름다운 우리 동네
-(예속상교) 어른을 공손히 섬기는 우리 동네
-(환난상휼) 독거노인이 외롭지 않은 우리 동네
3) 헌장형 마을규약
〔예Ⅰ〕○○동네주민들의 공동염원
거리를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이 평온해지고, 아름다운 상념이 떠오르는 ○○에 살고 싶다. 동네를 흐르는 냇물은 맑고, 거리의 간판은 작아서 오히려 눈길을 끄는 ○○에 살고 싶다. 골목에는 도란도란 이야기가 피어나 이웃이 있고, 동네마다 개성 있는 표정을 담고, 황토빛깔 고향공동체로 회복되는 ○○에 살고 싶다.
〔예Ⅱ〕○○마을은 이렇게 합니다.
우리 마을은 생태공동체 ○○마을이라 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인격으로 서로를 존중합니다. 아직까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그 무엇인가를 적어도 하나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음을 압니다. 즐겁게 웃으며 함께 일 할 수 있다면 어렵고 힘든 일도 쉽게 해 내리라는 것도 압니다. 일곱의 힘을 지닌 사람의 일곱이 열의 힘을 지닌 사람의 아홉보다 더 가치 있음을 또한 압니다. 의논은 두 집이 넘게 모이면 할 수 있고, 마을 사람 누구라도 필요하면 아이들도 함께 모여서 말을 할 수 있으며, 결정권은 한 집에 하나로 하되 되도록이면 합의에 따라 결정하기로 합니다. 마을 전체의 일을 위하여 마을을 대표하는 몇 일꾼을 세웁니다. 필요에 따라 역할을 만들고 알맞은 일꾼을 세웁니다. 삶에 있어 나날의 삶이 바로 생태적이어야 하고, 따라서 집도 생태적으로 짓고, 모든 작물엔 농약,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로 합니다. 들어오고 나감에 있어 나가려는 이는 들어오고자 하는 이를 추천해야 합니다. 들어오고자 하는 이는 우리 마을의 뜻을 알고 또 그렇게 살고자 해야 하며 마을 사람들과 마음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4. 마을규약 갖기 캠페인 전개
주민참여는 마을 만들기의 염원이다. 주민참여는 마을 만들기의 실현목표이다. 민주적 주민참여는 마을 만들기 지속가능성의 토대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마을규약은 민주적 주민참여를 가이드 한다. 특히 주민참여에 의해서 만들어진 마을규약은 주민참여의 자발성을 촉진한다. 마을 만들기 학습현장에서 마을의 등잔 밑을 밝혀보면 대부분 마을규약이 없다. 농촌마을은 옛날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도시동네의 경우 주민들이 거의 모르고 있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입주자대표회의 운영회칙, 전형적인 하향식의 반상회운영조례가 있을 뿐이다. 풀뿌리민주주의 생활운동에서 룰이 없다는 것은 마을 만들기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민주적 주민참여는 마을 만들기의 지속가능성의 토대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민주적 주민참여는 마을규약이 견인한다. 따라서 마을규약은 마을 만들기의 핵심요소이다. 이 시점에서 마을마다 마을규약 갖기 캠페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강목형의 마을규약이라도 마을마다 제정하여 실천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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