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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내린터의 정신세계/원장 농촌사랑 칼럼

[스크랩] ‘마을꾸미기’ 말고 ‘마을 꾸리기’를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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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readercolumn/222808.html

 

독자발언대] ‘마을꾸미기’ 말고 ‘마을 꾸리기’를 / 정기석

독자발언대
한겨레
마을도 많고 이른바 ‘마을 만들기’사업의 종류도 많다. 지금 나라에서 돈을 받아 이른바 ‘마을 만들기’사업을 펼치고 있는 마을이나 지역이 80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1천 권역에 6조원을 들인다는 농림부의 마을 종합개발 사업을 필두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에 가까운 큰돈이 마을마다 여러 가지 마을 개발사업의 이름으로 뿌려지고 있다.

하지만 마을을 개발한다고 할 때, 대개 마을을 개발하는 방법이나 기술을 잘 모르는 마을에 살아가는 주민들은 주인 노릇을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주로 객체인 정부나, 마을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업자들이 주도하고 시혜하는 하향식·일방적 역학구도다. 특정한 능력과 제한된 경험만을 가진 일천한 업력의 업자들은 천편일률적 사업계획과 보고서를 속전속결로 찍어내고 있다. 구조적으로 주객이 뒤바뀔 수밖에 없고, 혁신적 성과물이 창조될 수 없는 사업판인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획일적 하드웨어와, 그 속에서 돌아가는 작위적인 소프트웨어 때문에 전국적으로 식상하고 을씨년스러운 마을은 계속 양산되고 있다.

문제는 주로 마을에 그만한 사업규모와 수준을 능히 감당할 만한 유능한 사업운영·관리주체가 있는지에 있다. 곧 마을마다 마땅한 ‘마을경영체’와 ‘마을 시이오’가 있어 지속적이고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을 경영할 수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효과적인 해법과 대안은 ‘마을’이란, ‘마을 만들기’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진지한 고민과 성찰에서 찾기 시작해야 옳다.

본디 ‘마을 만들기’ 또는 ‘마을 가꾸기’는 마을과 마을에 사는 사람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와 깨달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마을은 오로지 교육·정보화하거나 건축·조경하거나, 관광하거나, 건설하는 대상이 아니다. 마을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꾸거나 꾸미는 곳’이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 사람들이 ‘삶을 꾸려가는 곳’이다. ‘체험용’‘전시용 마을’이 아니라, ‘생활용’‘생업용’ 마을이어야 한다.

다행히 그동안의 비판과 반성에만 머무르지 않으려는 대안 사례들이 요즘 눈에 띈다. 농촌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개발하는 상향·쌍방향식 마을 종합개발 사업, 도시 귀농인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마을을 기획하고 투자하고 건설하는 경제공동체 전원마을 등이다. 마을 문제를 사람으로부터 풀어보려는 마을사무장 또는 마을간사 제도도 자리잡고 있다. 일차적인 단순 재배농업을 뛰어넘어 이차적인 농식품 가공을 아우르고, 마침내 친환경 농산물 도농 직거래 유통, 농촌어메니티 도농 교류를 사업의 중심에 놓으려는 진취적인 마을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마을 만들기’는 정부의 지원, 마을 업자의 손발, 마을 지도자의 노력에 기대서는 안 된다. 모든 마을 주민의 참여와 자치만이 성공의 열쇠를 가져다 준다. 마을은 누가 만들고 가꿔주는 것이 아니다. 마을에 사는 사람 모두가 남보다 내가 먼저 나서 함께 꾸려가야 한다. ‘마을 가꾸기’가 아니라 ‘마을 꾸리기’라야 하는 것이다.

정기석/생태공동체마을 풀씨네 기획일꾼

출처 : 오래된 미래마을
글쓴이 : 정풀홀氏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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