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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획탐구> 은퇴후 전원생활 ② 철저한 준비ㆍ열린 마음이 관건

<기획탐구> 은퇴후 전원생활 ② 철저한 준비ㆍ열린 마음이 관건
[연합뉴스 2007-05-23 07:01]
`시골에나 내려가서 살지'식 접근은 큰 오산

"최소한 텃밭 농사 가능할 정도의 준비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용수 편집위원 = "우리 마을로 오는 도시민들이 있다면 적극 환영합니다. 하지만 시골에 와서 두문불출하며 독불장군식으로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역 주민과 어울려 살겠다는 마음자세만 있다면 큰 어려움없이 시골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김희경 횡성군 강림면장이 전원생활을 위해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치악산 동쪽의 강림면은 최근 들어 전원주택이 소문없이 들어서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로 인구는 630세대 1천500명 정도. 김 면장은 "요즘엔 시골도 많이 달라졌다"면서 "전원생활 성공 여부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안되면 시골에 내려가서 살지", "텃밭이나 가꾸며 살고 싶다" 하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전원생활을 이런 식으로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큰 오산이다. 전문가나 귀촌ㆍ귀농 선배들이 실패하지 않는 전원생활의 비결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철저한 준비와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겠다는 공동체 의식. 특히 성공적인 귀촌에는 지역주민과의 원만한 관계, 협력, 유대가 관건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 경치만 즐기는 전원생활은 오래 못가 = 전북 진안군청에서 마을과 군청 사무를 담당하며 귀촌 희망자를 돕는 `간사장'을 맡고 있는 구자인(41) 씨는 최소한 텃밭농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사전 준비를 강조한다.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4년 귀촌한 구씨는 "도시민의 성공적인 전원 정착에는 각자 맞는 방식이 있겠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텃밭농사가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수확의 기쁨, 보람, 재미도 찾고 건강도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경치만 즐기는 전원생활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 구씨는 도시민들이 귀촌하기 전에 지속적으로 주말농장을 경험할 것을 권했다. 농촌으로 들어가는 것도 두렵지 않고 적응도 빠르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을 할 집과 땅을 구하는 데도 준비가 필요하다. 구씨는 "도시민들은 살던 아파트를 팔거나 전세금을 빼면 어느 정도 큰 돈이 되다보니 시골땅이나 집을 너무 쉽게 사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초기 투자가 과도하면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도, 되돌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귀촌 선배들이 무턱대고 집이나 땅을 사서 시골에 내려오기보다는 최소 1-2년 정도는 남의 땅을 임대하거나 전세로 살면서 경험도 쌓고 지역 물정을 익힌 다음 집과 땅을 정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남의 집을 빌릴 때는 가급적 전세보다 월세가 안전하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줄 수 없을 때 다른 세입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을 하기 전 영농교육이나 체험 과정 등 사전준비를 한 사람들은 농촌 이주후의 삶과 경제적인 성취도면에서 만족을 느끼는 반면 계획없이 귀농하거나 수동적인 사람들은 농촌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 사전준비 충분할수록 만족도 높아 = 특히 시골에 내려가 농사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생계형 귀농의 경우 사전 영농교육과 일정 기간의 실습이나 체험은 필수다. 유기농업이나 특용작물을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있지만 철저한 사전 준비와 노력없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극소수 농가의 `성공 스토리'일 뿐이라는 게 귀농 선배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농촌은 돈 별려고 오는 데가 아니며 돈 벌어 편하게 살려면 도시에서 그냥 사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외환위기 때 철저한 준비 없이 이루어진 `IMF형 귀농'의 경우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게 농업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당시의 귀농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실태 조사에서는 56%가 "귀농은 실패한 선택", 62%가 "도시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바로 `낮은 소득'.

유명 호텔의 `잘나가는' 소믈리에를 그만 두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귀촌한 김명웅(38) 씨는 지역주민과의 융화가 시골생활에 빠르고 손쉽게 적응, 정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귀촌하기 전 전국의 유명하다는 농촌 마을을 둘러보는 등 3년 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

성적 제일주의의 도시 교육풍토 등이 싫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시골을 선택한 김씨는 작년 3월말 부산에서 강원도 화천군 동촌리의 산속호수마을로 귀촌했을 때 일부러 승용차를 가져가지 않았다. 그는 급한 용무 등이 생겼을 때 마을 주민의 차를 얻어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이 다가서자 마을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는 모습이 마을사람들에게 `빈한함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 배운다는 자세로 마을주민과 어울려야 = 중풍으로 오랫동안 투병중인 어머니와 함께 귀촌한 김씨는 시골생활 두 달도 채 안돼 `마을 사무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마을 사무장이란 농촌체험관광마을 사업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관리 등을 전담하는 인력. 쉽게 말하면 시민사회단체의 간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마을 총무다. 그의 사무장 월급은 100만원. 마을 홈페이지 관리와 사무장 보조로 50만원을 받는 부인의 월급까지 합치면 소득이 150만원이다. 이 정도의 소득이면 시골에서 생활하는 데 경제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다.

김씨는 "배운다는 자세로 마을의 고령자를 도와 같이 작물도 재배하고 농사 일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을주민과 정보도 공유하고 빨리 융화될 수 있다"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도시민이 시골에 와 무작정 큰 비용이 들어가는 비닐 하우스를 시작해 낭패를 보는 것보다 여러모로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처럼 도시민들이 시골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반대로 마을 주민이 외지인을 무작정 배척하거나 반감을 갖는 경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의 화이트칼라 은퇴자들이 건축비만 수억원이 들어가는 전원주택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경치나 즐기고 생활한다면 지역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최근 외지인을 보는 농촌주민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한국리서치가 2005년 10월 농어민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2.9%가 도시민의 농어촌 정주를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도시민이 농어촌으로 오면 부동산 가치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생활환경이 더 좋아지고 농어촌 지역에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 투기나 도시민과의 위화감 등을 염려해 도시민의 이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농어촌 주민은 25.5%에 불과했다.

 

yskim@yna.co.kr

 

(끝)

 

 

출처 : [우수카페]귀농사모한국귀농인협회
글쓴이 : 아남 카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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