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
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두어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것인디 돈 들일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
이번 설에는 내려 오것제
토방 앞 처마끝에 불을 걸어 밝히시고
오는 잠 쫓으시며 떡대를 곱게 써신다.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
지나는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에 가는 귀 세우시며
게 누구여, 아범이냐
못난 것 같으니라고
에미가 언제 돈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었나
일년에 몇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설날에 다들모여 떡국이나 한그릇 하자 했더니
새끼들허고 떡국이나 해먹고 있는지
밥상 한편에 식어가는 떡국 한그릇
어머니는 설날 아침
떡국을 뜨다 목이 메이신다.
목이 메이신다.
- 떡국 한그릇/박남준 -
하늘내린터 촌장은
지킴이 진돌이 진순이들에게 농원을 부탁하고
어머님 기일이라 제사모시고 명절쇠러
옛 고향의 정취가 사라져 쓸쓸해진 고향 경기 광명에 와있습니다.
13년전 설날 명절을 이틀 앞두고 홀연이 떠나신 어머니..
그해가 칠순이셨는데..
그해이전 오늘이면 가래떡뽑고 만두빚으시다 버선발로 두팔벌려 뛰쳐나오시던 어머님이셨는데
그해 까치까치 설날에 그렇게 황망하게 가셨습니다.
학창시절은 지방에서 유학하며 보내고 이어진 20년의 직업군인 생활을 할때
신도시로 재개발되어 흔적조차 사라진 저의 고향 광명시 하안동..
더 큰뜻 꿈을 품고 인생 2막 연출을 위하여 군 생활하며 틈틈히 농촌을 공부하며 준비하여
하늘내린터를 만들어 가꾸며
이곳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마을에 새로운 제2의 고향을 심어
어서 모셔오겠다고 앞만보고 고군분투 하느라 생신한번 제대로 못차려드린 불효막심한 자식입니다.
오늘밤 꿈에서라도 뵈올수 있다면..
정성들여 조촐한 제사음식 만들어 상차리면서 사모곡을 부릅니다.
그 옛날 고향의 정취가 아련이 떠오르는 까치까치 설날입니다.
고향에서 친척들과 함께하는 친구님들 섣달 그믐날 긴긴밤이 짧기만 하시겠네요.
편안한 귀성길에 명절 잘쇠시고
모든일 다 잘되시는 올해 경자년 되십시요.
울엄마(우리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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