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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내린터의 정신세계/원장 농촌사랑 칼럼

동짓날 긴긴밤입니다. 동지팥죽 드셨나요?

 

 

 

 

 

 

 

 

 

 

 

24절기중 스물두번째 절기인 동지(冬至)날 긴긴밤입니다.

일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지요.

 

우리의 세시풍속에 동짓날에는 동지팥죽을 쑤어먹는 풍습이 있는데

조선후기의 문신인 홍석모선생이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풍속지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 하였습니다.

 

중국에서 유래된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날로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의 대접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도 어른들께서는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씀을 하고 계시지요.

 

음력으로 11월을 동지,12월을 섣달이라고 합니다.

 

"동지섣달 긴긴밤에 임 없이는 살아도, 삼사월 긴긴해에 점심 없이는 못 산다" 라고 하는 옛속담이 있었습니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홀로 지새는 독수공방의 외로움보다

삼사월 춘궁기의 배곯는 고달픔이 더 절박하고 심각하다는 어려웠던 그때 그시절을 나타내는 속담이지요.

 

동지섣달 긴긴밤에

윗목에 놓아둔 걸레가 밤사이에 얼어서

마른 오징어가 되어있던 그날들..

 

동생들과 옹기종기 발을 부비며

무명 솜이불을 서로가 끌어당기며

킥킥대며 잠을 청했던 그시절..

 

동지섣달 모진 설한풍에도

부모님의 사랑의 온기가 가득했던

좁디 좁았던 우리집 단간방..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한편, 그 보다도 훨씬 이전이었던 조선시대 더욱 어려웠을 그때 그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딱서니 없는 풍류쟁이 황진이는 님 타령 하며 이렇게 긴긴밤을 노래했지요.

 

"동지섣달 긴긴 밤에 오라는 님은 안 오고 함박눈만 펑펑내리네

 

다듬이 방망이질에 애꾸진 명주솟곳 구멍 나겠다.

동지섣달 이 긴긴 밤을 내 어이 할꼬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혀내여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날 밤이여든 구비구비 펴리라."

 

흠흠!!

 

동지섣달 긴긴밤이 길기는 길구나

산골의 자연인 하늘내린터 촌장도 주저리 주저리하고 있네요.

 

긴 밤 입이 궁궁하여 벽난로 스토브에 호빵과 고구마 올려놓고

소피보러 밖에 나왔더니 겨울답지않게 푸근한 동짓날 전야입니다.

산골의 겨울은 눈이 제법 와야 오히려 포근한데 아직 제대로된 눈소식이 없네요.

 

친구님들 동짓날 긴긴밤 우리의 미풍양속인 팥죽 한그릇은 꼭 챙겨드십시다. 

팥죽 쑤어 대문밖과 여기저기 한수저씩 흩뿌리며 축원하시던 어머님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모정의 세월~한세일, 1973年

https://youtu.be/8yHWY7dXh6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