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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산책..

비 오는 겨울 문턱에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을 걷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산책..

월간 아웃도어 - 11월호 -
글 이주희 , 사진 김해진 기자

오래 전 우연히 은빛 자작나무 숲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하이얀 눈이 쌓인 겨울,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늘어선 숲.

그곳이 우리나라라는 걸 미리 알지 않았더라면 저기 지구 반대편 북유럽 어디쯤이겠거니 짐작했을 것이다.

그날 사진으로 본 풍경은 기억 한 구석에 또렷하게 남았고, 나는 가본 적도 없는 곳을 무턱대고 그리워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2015년 겨울 문턱에 이르러서야 나는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으로 향했다.

자작나무 숲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1990년대 초반에 조림되기 시작해 2012년부터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했다.
138만㎡에 약 70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단일 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숲의 이름은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숲에 들면 바람에 나뭇잎들이 몸을 뒤채는 소리가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고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단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은 원대리 산림감시초소에서 시작된다.
임도를 따라 3.5km 정도 올라가면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나무 조각상이
서 있는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우리는 일반적인 방법 대신에 자연휴양농원 하늘내린터와 연결된
하늘내린터길 임도를 선택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얼마쯤 달렸을까.
멀미가 슬슬 날 무렵 자작나무 숲과 마주할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자작나무 숲은 한 마디로 기이했다.
하얗게 빛나는 표피에 쭉 뻗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퍽 강렬하고 낯설었다.

숲에 들어서자 공기마저 한결 알싸해졌다. 겨울을 재촉하듯 비가 내내 내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계속 맞고 있자니 오소소 한기가 끼쳤다.
비 때문에 땅이 진창으로 변했지만 비 때문에 숲은 그만의 운치를 더했다.

그곳에선 말이 필요치 않았다.
숲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어딘가 ‘빨강머리 앤’이 사는 초록지붕 집이 있고, 전설 속 유니콘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이곳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숲에는 세 개의 산책 코스가 있다. 자작나무 코스(0.9km), 치유 코스(1.5km), 탐험 코스(1.1km).
각각의 구간이 짧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할 것 없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걸으면 그뿐.

이 숲의 매력은 멀찍이서 그저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숲 속을 거닐며 속살을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떼다 고개를 쳐들어 나무의 끝을 더듬어보고 또 걷다가 은빛 표피를 살며시 어루만져본다.
잎을 다 떨궈내고 뽀얀 살결을 드러낸 자작나무는 나무의 여왕답게 고고한 빛을 내뿜는다.

나무 수피를 벗기거나 낙서하는 건 금물. 표면이 훼손된 자작나무는 시간이 흘러도 하얀 수피가 생기지 않는다.

자작나무 숲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도시의 번잡함은 끼어들 틈도 없이 시계바늘은 느릿느릿 움직인다.
구름도 비도 바람도 소리도 천천히 오간다.
빨강머리 앤처럼 눈을 감고 가만가만 걸으며 숲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아늑한 듯 서늘하고 고요한 듯 소란스럽다.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품고 있는 숲은 누구라도 감상에 젖어들게 만든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사계절 다른 느낌으로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겨울이 백미로 꼽힌다.

흰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겨울날 자작나무 숲을 걷는 상상에 빠져본다. 머릿속에 그리는 것만으로 눈앞이 아뜩해진다.
올겨울 눈 쌓인 이곳에 다시 오리라 맘먹는다.
한겨울 자작나무 숲은 조금 더 춥겠지만 한결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이하겠지.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는 기름이 많아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불에 잘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작나무 수피는 종이처럼 쓰이기도 하고 껍질을 태운 숯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가죽을 염색하기도 했다.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도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이 나무의 수피가 재료로 사용되었다.
한방에서는 수피를 백화피(白樺皮)라고 부르는데 이뇨·진통·해열·해독 등의 효능이 있어 약재로 이용한다.
나무의 질이 우수하고 잘 썩지 않아서 가구를 만들거나 땔감으로 쓰기에도 좋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위치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산75-22

이주희 기자 / jhlee@outdoornews.co.kr

출처 : 하늘내린터 귀농귀촌 힐링캠프
글쓴이 : 하늘내린터(김황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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