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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내린터 팜핑캠프/팜핑(농장야영) 즐기기

연말 파티캠핑을 즐기자.

 

테마 캠핑 | 파티 캠핑

월간캠핑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입력 2013.12.20 19:19
안다.

 

연말이라 여기저기 송년회인지 망년회인지 모를 술자리와 모임들이 넘쳐나 어렵게 장만한 '신상' 침낭 개시할 시간도 내기 어렵다는 걸.

 

나가야 할 모임도 많고 꾸려야 할 모임도 많아 피곤하다. 그렇다면 꾸려야 할 모임 중 한두 번 정도는 캠핑장에서 하는 건 어떨까?

 

이름하여 '파티 캠핑'이다.

 

왁자지껄 '떼캠'이 되지 않도록 조금만 조심하면 색다르고 의미 있는 송년회로 기억될 수도 있다.

 

평소 다니던 캠핑 장비에 파티를 즐길 몇 가지 소품만 더하면 된다.













바야흐로 연말이다. 12월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도심의 거리와 자연 속 캠핑장에는 가을색이 완연했으나 마감을 앞두고서는 겨울색이 짙어졌다. 첫눈은 마지막 취재 때 옴팡지게 왔고, 겨울비가 지나간 뒤로 바람은 더욱 차가워졌으며 사람들의 옷은 두터워졌다. 가로수들은 색색의 전구들로 치장되었고, 가게에는 빨간색과 녹색의 장식과 포장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람들의 표정도 조금은 달뜬 듯하다.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고, 캠핑 좋아하는 이들은 연말에 떠날 캠핑을 그리고 있다. 연말에 떠나는 캠핑이 여느 캠핑보다 춥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캠핑 좋아하는 사람 몇 모여서 캠핑장에서 송년회를 갖는 건 어떨까? 송년회 중에서도 이름만 송년회일뿐 평소보다 길고 진한 술자리가 많은 것처럼, 송년 캠핑 역시 여느 때의 캠핑보다 시끌벅적하게 모여 푸짐하게 먹는 캠핑으로 끝나지 않도록 주의하자.





첫 단계는 멤버를 꾸리는 일. 중요한 건 평소에 캠핑을 즐기던 이들로 해야 한다는 것. 처음 떠나는 캠핑이라면 들뜬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초보 캠퍼들이 많으면 '왁자지껄 떼캠'이 되기 쉽다. 그리고 겨울캠핑이기 때문에 장비가 다른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추위를 막을 난방 장비. 난로나 화로대 같은 공동 장비는 하나만 있어도 되지만 매트리스나 침낭 같은 개인 장비는 스스로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비가 풀세팅된 글램핑장을 예약한다면 장비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된다.





두 번째 단계는 캠핑장 예약. 물론 어떤 캠핑장이든 상관은 없으나, 상대적으로 다른 캠핑에 비해 인원이 많고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난방 문제로 리빙쉘을 쳐야 하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 대부분의 휴양림은 데크가 좁아 리빙쉘을 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부 사설 캠핑장은 동성간의 캠핑이나 예약 인원 외의 방문객은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불만도 많고 오붓한 캠핑장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런 캠핑장들을 피해 널찍하고 탁 트인 캠핑장을 찾아보자.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평일에 가는… 아니다, 괜한 말 한 것 같다.

세 번째는 캠핑장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 가장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시끌벅적 푸짐 캠핑'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할 것은 메뉴를 짜는 일이다. 멤버 중에 쉐프 역할을 하는 이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를 권한다. 알다시피 컨셉트를 정하고 각자 한 가지 요리를 준비해오는 것이다.

컨셉트라고 해봐야 별 거 없다. 술의 종류를 정하면 컨셉트는 정해진다. 메인 요리는 요리 꽤나 한다는 멤버가 맡고 요리를 못하는 멤버에게는 애피타이저를 맡기면 된다. 야채에 과일 얹어 드레싱만 뿌려도 충분하고 센스가 있다면 훈제 연어를 올릴 것이다. 코스의 마지막은 탕 요리가 좋다. 가장 쉬운 건 어묵탕. 라면보다 끓이기 쉬우면서 겨울철에 딱 좋은 메뉴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면 훌륭한 요리가 된다. 술로 끝장을 볼 것이 아니라면 화로대에서 불을 쬐거나 난롯가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마실 커피나 차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네 번째. 어느 캠핑에나 하기 마련인 장보기. 요리의 재료를 준비하는 것은 각자 맡은 요리에 따라 알아서 하면 된다. 다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소품을 마련한다. 시즌이 시즌인지라 대형마트는 물론 시내 곳곳에 있는 다이소 같은 가게에 가면 아예 몇 코너가 이런 용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슬 모양의 간단한 장식과 꼬마전구들로 엮은 줄 조명 그리고 양초다. 주의사항, 동성의 친구, 특히 남자들끼리 가는 송년캠핑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보다 더 어색한 것은 작은 폭죽이나 불꽃놀이다. 연인 사이나 아이가 있는 가족 캠핑에 추천한다.









다섯 번째는 선택사항인 이벤트. 서로 잘 아는 처지에 무슨 이벤트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약간의 경품이 걸리면 분위기가 싹 달라질 거라 믿는다. 캠핑을 좋아한다면 미니 호즈키 랜턴이나 칼라 티타늄 컵 같은 선물이 최고. 이런 선물은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싶다면 캠핑 초대권을 예쁘게 만들어 줘도 좋겠다. 각자 사용하지 않는 캠핑 장비를 모아 이를 선물로 활용해도 좋다. 선물을 받기 위해 참가자들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미션을 만들면 된다. 이를 테면 드레스 코드를 레드(red)로 정한다든가. 기발하고 은밀할수록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빨간 재킷이나 모자보다는 빨간 속옷이나 가발을 준비한 이가 선물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여섯 번째부터는 각자의 상상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겨울의 밤은 제법 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