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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귀농귀촌/신지식농군,부농되기

주목받는 농식품분야 협동조합 2곳

주목받는 농식품분야 협동조합 2곳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대리운전협동조합, 환경미화원협동조합 등 많은 협동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분야에서도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거나 이상적인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문의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만큼 농업계에서도 농수산식품 및 농어촌 분야의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두 곳의 협동조합을 방문했다.
 
 
우리술을 제조하고 잇기 위해 우리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데모여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에 열린 우리술협동조합 창립총회에 함꼐 한 조합원들.

#우리술협동조합
“선조의 지혜 담긴 우리술 아끼는 맘으로 똘똘”


‘계속해서 우리술을 담고 싶다’는 우리술 업체들의 간절한 열망이 하나둘씩 모여 지난달 말 우리술협동조합이 공식 출범했다. 아직 서울시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창립총회를 거쳐 50여명의 조합원들이 함께하는 명실상부한 우리술협동조합이 태동하게 됐다.

우리술협동조합의 창립총회 장소이자 주 활동 공간이 되고 있는 서울 충정로 소재 ‘경기대 수수보리아카데미’와 조합 업체들의 술 위주로 판매하는 전통주 카페, ‘물뛴다’를 찾은 것은 설 명절을 목전에 둔 지난 7일. 마침 협동조합을 취재하기 위한 목적의식이 있었던 탓인지 충정로를 가기 위해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순간 지금껏 보지 못했던  ‘FC바르셀로나, AP통신, 썬키스트도 협동조합’이라는 서울시가 내걸은 협동조합 홍보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술협동조합’, 이들도 제2의 썬키스트를 꿈꾸고 있지 않을까. 우리술협동조합의 첫 문을 여는 순간 지하철역에서 본 문구는 이와 같은 궁금증으로 바뀌어있었다.

협동조합을 처음으로 제안한 이는 조효진 경기대 교수이다. 이날 처음 맞이해준 이도 조 교수였다. 대부분의 협동조합 구성 업체들이 지역의 소규모 업체들이어서 서울 활동은 조 교수가 대부분을 전담하고 있다.

조효진 교수는 “우리술 업체들은 관군이 아닌 의병의 역할을 원했다”며 “정부의 지원에 기대거나 빌붙으려 하기보단 좋은 우리술을 빚는 이들이 한데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우리술 판로개척에 있어 훌륭한 의병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지역의 작지만 강한 업체들이 이에 함께 해주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술협동조합이 결성된 주된 이유는 말머리에도 밝혔듯 ‘우리술을 계속해서 담고 이를 맛보이고 싶다’는 하나의 이유에서였다. 주류 유통의 대부분을 대형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좋은 술이라도 쉽게 내놓을 판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효진 교수는 “우리술협동조합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본은 거의 없는 영세한 이들이 대부분이기에 지금 당장 출자금을 많이 모으는 것보다 시너지 효과를 통한 판로망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주 분야에선 첫 협동조합을 결성한 우리술협동조합은 앞으로도 첫 타이틀을 달 것들이 많다. 우선 올해 상반기 중에 안동하회마을 입구에 우리술협동가게 1호점을 낼 계획이다. 대형판매점은 물론 관광지에 들러도 제대로 된 우리술을 구매하기 힘든 현 구조를 ‘뭉친’ 협동조합 구성원들이 타계해나갈 의욕을 갖고 있는 것. 1호점이 제대로 안착되면 국내 주요 관광지에 하나씩 협동가게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들의 이 행보 속엔 지역의 우수한 관광자원과 지역의 먹거리에 우리술을 묶어 지역경제 창출효과까지 다지고 있다.

박성기 ㈜우리술 대표는 “주변분들의 권유로 협동조합에 가입하게 됐다”며 “지역 우수업체들이 한데 모아 판로망을 확보하면 전통주는 물론 다양한 방면에서 시너지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술협동조합은 의존하기보다 개척하기 위해 한데 뭉친 조직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 같은 취지로 뭉치자 주위에서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려 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가하면 정부, 심지어 유리공장 업체까지도 도와주겠다고 연락이 온다.

조 교수는 “큰 것만을 보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품질을 높이고 판로를 구축하기 위해 협동조합 아래 모인 것인데 자연스레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농식품부에서도 공동브랜드하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연락도 왔다”며 “특히 유리병 업체 관계자가 유리병 제조에 도움을 주겠다고 문의도 오는 등 도움을 주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술협동조합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 지역의 내로라하는 술도가들과 유럽과 캐나다 등지에서 와인기술을 익혀 온 와인전문가 등 주류 전문가는 물론 술을 빚기 전에 유명한 인사로 활동한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술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을 맡은 정회철 이사장이다. 홍천에서 전통주 술도방 ‘예술’을 운영하고 있는 정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에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하다 전통주 하나에 매료돼 홍천으로 귀향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은 화려함보다는 품격을 추구하고 있다.

정회철 이사장은 “명품가방이나 고급와인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사는데 우리 농산물을 활용해 핸드메이드로 만든 우리 술은 비싸다는 인식만 갖고 있다”며 “우리술은 서양술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멋, 기품이 모두 담겨져 있어 그 어느 술보다 품격있는 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이사장은 “우리술협동조합이 전통주 시장을 새롭게 형성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우리술협동조합과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술이 좋아, 우리술을 잇기 위해 한데 모인 이들은 제2의 썬키스트가 아닌, 제1의 우리술협동조합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수정동 희망마을 수직농장 사회적 협동조합이 농림수산식품분야 제1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아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구본남 이사장(오른쪽)과 김제덕 관리이사가 수직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는 엽채류 모종을 살펴보고 있다.

#수정동 희망마을 수직농장 사회적 협동조합
“부산 한복판서 농업 통한 마을공동체 꿈꿔”


도심 한복판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은 곳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지난달 25일 제1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은 ‘수정동 희망마을 수직농장 사회적 협동조합’(부산시 동구 소재, 이하 수직농장 협동조합)이 바로 그 곳이다.

부산 시내에 위치한 이 조합은 지난 2012년 주민협의회가 주도적으로 운영한 마을기업으로 시작해 협동조합기본법 시행과 함께 협동조합으로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수직농장 협동조합에는 수정동 주민과 수직농장 재배기술 협력업체의 경영진 등 30여명이 생산자와 소비자, 자원봉사자, 후원자 형태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탈바꿈되면서 운영에 변화가 생겼다. 마을기업일 때에는 농산물 생산·공급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수직농장 협동조합은 도시 지역의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도시형 수직농장을 운영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지역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및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더욱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특히 수직농장 협동조합의 사례는 도시 지역에서도 농업을 통해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물론 도시민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톡톡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본남 이사장은 “일반적인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지분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비영리단체인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며 “어려운 이웃을 돕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제덕 관리이사도 “사람들은 우리 조합을 보고 바보기업이라고 한다”며 “협동의 정신으로 함께 일해 얻은 수익은 불우한 이웃에게 환원해 그렇게 말한다”며 바보기업이라 불리는 이유를 밝혔다.

수직농장 협동조합의 설립으로 연간 1800여명에 대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농산물을 공급받기 희망하는 지역주민들은 한 구좌당 1만원을 납입해 참여하면 농장에서 생산되는 상추 등 10여가지의 엽채류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것이다.

김제덕 관리이사는 “우리 조합의 일을 맡을 사람들은 소득이 낮거나 없는 노인과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으로 그들은 농산물 생산과 유통 등을 통해 최소한의 생계비는 벌게 할 계획”이라며 “우리 동네에 취약계층이 많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본남 이사장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신선한 농산물을 받는 것은 물론 그 농산물을 구입해 발생한 수익금이 우리 동네의 취약계층을 위해 쓰여진다는 것을 알면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소비자들은 1만원으로 10일에 한 번 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양(200g)의 상추, 청경채 등 친환경적으로 수경재배한 엽채류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직농장 협동조합은 앞으로 콩나물 재배 등 유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정동 주민들에게만 공급했던 농산물도 부산 전역까지 확대한다는 것. 또 아이들이 직접 농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체험학습장도 마련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제덕 관리이사는 “현재 우리 농장의 농산물 생산량은 3000명까지 공급이 가능하다”며 “만약 물량이 더 필요하면 친환경 농장과의 계약 등을 통해 공급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본남 이사장은 “우선 수정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해 3000명까지 늘릴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도 농장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판단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분야의 제1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서 수직농장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거는 기대는 크다. 그만큼 도시민은 물론 농민 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구본남 이사장은 “우리 조합이 빨리 발전해서 우리 주민들에게 복지혜택을 주고 싶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현우 기자(leehw@agrinet.co.kr) ,
김경욱 기자(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