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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춘천에서 양구거쳐 인제가는 지름길 국내 최장 배후령 터널이 뚫렸다.

국내 최장, 왕복 4차선 넓이로 춘천-양구-인제  연결…3월30일 임시개통

 

터널 입구에서 출발한 차는 시속 60㎞를 유지하면서 터널 안을 달렸다. 얼마 전 조명 시설 설치가 완료돼 터널 안은 예상과 달리 밝았다.

터널 천정은 일반 터널과 달리 둥글지 않고 평평했다. 일반 터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커다란 환풍기도 없었다. 대신 천정에는 일정하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현장 직원은 천정에 뚫려 있는 구멍이 환기를 위한 급·배기구라고 설명했다.

한참 현장 직원과 얘기를 나눈 듯했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2~3분쯤 더 달렸을까. 멀리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출구에서 빠져나와 시계를 봤다. 배후령 터널을 자동차로 관통하는데만 6분이 훌쩍 넘었다.

지난달 말 배후령 터널이 있는 신북~북산 국도개량 공사현장을 찾았을 때는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터널 입·출구에 철골 구조물을 올리느라 대형 크레인과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터널 내부는 차선을 그리고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등 준비 작업 중이었다.

노명식 동부건설 현장소장은 “3월 중순까지 마무리작업을 끝내고 방재훈련을 해야 임시개통을 할 수 있다”며 “개통을 앞둔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

이달 30일 개통을 앞둔 배후령 터널 내부. 현재 도로 차선 도색 작업 등 마무리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 국내 최장(最長) 도로 터널 ‘배후령 터널’

동부건설(005960)이 시공하는 배후령 터널은 길이가 5.1㎞로 국내에서 가장 긴 도로 터널이다. 중앙고속도로의 죽령 터널보다 500m 더 길다. 왕복 2차선 도로지만 터널 내부 폭은 11미터나 된다. 일반적인 왕복 4차선 도로와 맞먹는다. 이는 터널이 긴 만큼 사고 등을 대비해 갓길을 넓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배후령 터널에는 본선터널과 나란히 조그만 터널이 하나 더 뚫려 있다. 지금은 설치한 터널들이 몇 군데 있지만, 공사가 시작될 시점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설치된 보조(피난대피)터널이다.

보조터널은 본선터널 안에서 화재 등이 발생할 경우 사람과 차량을 밖으로 대피하기 위해 만든 터널이다. 폭은 약 5m로 차 한 대와 사람 1명이 나란히 서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본선터널과 보조터널 사이에는 사람이 피할 수 있는 21개의 통로와 6개의 차량 피난 통로가 있다.

김삼회 공무대리는 “지금은 피난대피터널로 사용하지만 향후 교통량이 증가하면 제2터널로 확장해 사용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배후령 터널은 일반 터널에서 주로 보이는 '제트 펜(jet pen)'이 없다. 대신 천정 위로 바람 길을 만들어 급기와 배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횡류식 환기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 국내 최초로 횡류식 환기시스템 사용

배후령 터널은 길이가 긴 만큼 최첨단 방재 설비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 시스템. 터널 환기 시스템은 깨끗한 공기를 제공한다는 목적 외에도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연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고안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발생하는 연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사고가 더 커질 수도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터널 환기 시스템은 횡류식, 반횡류식, 종류식으로 나뉜다. 배후령 터널은 국내 최초로 횡류식 환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횡류식 시스템은 터널 천정에 바람 길을 만들어 급기통로와 배기통로를 따로 분리해 설치한다. 평소에는 급기구에서는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배기구로는 오염공기를 배출하게 한 방식이다. 하지만 화재 등 유사시가 되면 급기구도 배기구로 전환해 신속하게 유독가스나 연기를 배출하게 한 설비다.

반횡류식은 횡류식과 마찬가지로 급·배기구가 설치돼 있지만 급기통로와 배기통로를 따로 두지 않고 급기와 배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해 외부 환기탑으로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종류식 방식은 국내 대부분 터널에서 볼 수 있다. 터널 천장에 제트 팬(Jet-Fan)을 설치해 평소에는 이를 통해 터널 내 공기를 공급하다가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 반대방향으로 공기를 내보내 대피 방향으로 연기가 확산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노 소장은 “긴 만큼 안전 확보가 가장 중요했다”며 “횡류식 환기방식은 공사비는 많이 들지만, 화재시 제연 효율이 매우 우수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 채택했다”고 말했다.

천공기계가 폭약을 설치할 구멍을 뚫고 있는 모습(위)과 상단부 굴착을 끝내고 하단부 굴착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아래)

◆ 하루 겨우 10미터 전진…2년 넘게 굴착

배후령 터널은 두 가지 터널 굴착 공법을 동시에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본선터널은 나틈(NATM: 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방식을 이용해 공사했고, 보조터널은 TBM공법(Tunnel Boring Machine)을 적용했다. 국내에서 각기 다른 터널을 뚫으면서 두 가지 공법이 동시에 사용된 것도 배후령 터널이 처음이다.

나틈 방식은 일반적인 터널 시공 때 사용되는 것으로 드릴로 암벽에 구멍을 내고 폭약을 채워넣고 나서 폭약을 터뜨리면서 터널을 뚫는 공법이다. 보통 왕복 2차선 터널일 경우 터널 면을 한 번에 폭파하는 전면 폭파 방식을 사용하지만, 배후령 터널의 경우 터널 폭이 넓고 안전을 위해 상단부를 먼저 폭파하고 기초 공사를 진행한 후 하단부를 굴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면 TBM공법은 드릴처럼 생긴 대형 굴진 기계를 사용해 터널을 파 들어가는 방식으로 보통 암반에 지형에서 사용한다. 나틈 방식에 비해 굴진 속도가 빠르고 안전한 편이지만 비싼 것이 흠이다.

길이만 5㎞에 달하기 때문에 배후령 터널에서 터널 굴착만 2년이 넘게 진행됐다. 짧은 터널의 경우 한 방향에서만 작업이 진행되지만, 배후령 터널은 양 방향에서 동시에 굴착해 들어갔다. 속도가 빠른 TBM공법으로 뚫은 보조터널은 한 달에 360m 정도 전진했지만, 발파 작업이 진행되는 본선터널은 지반이 단단하고 문제가 없어야 하루에 겨우 10m, 한 달에 300m 정도 굴착이 가능하다.

양방향 굴착을 하면서 직원들은 배후령 터널을 둘러싼 오봉산(779m)을 한 주에도 몇 번씩 오르고 내렸다. 양 방향에서 뚫기 때문에 측량이 정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하던 측량 작업을 지금은 GPS를 이용해 진행해 편해졌지만, GPS 설비를 측량 지점에 설치하는 것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천군 쪽에서 본 배후령터널 입구. 터널 입구 오른편으로 66번 국도 배후령 길로 올라가는 도로가 보인다.

◆ 이달 30일 임시개통 예정

배후령 터널은 이달 30일 임시개통이 시작된다. 예정된 완공시기는 올해 연말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많아 개통을 서둘렀다.

배후령 터널이 완성되면 거리로는 약 2.3㎞, 시간으로는 8분 정도 단축된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주요 교통로로 사용되는 46번 도로의 ‘배후령 길’은 지난 3년간 총 6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위험한 도로다. 평균 경사도가 8%에 달하고 굴곡도 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구간을 ‘마(魔)의 구간’이라고 부른다.

배후령 길은 겨울철에는 도로가 얼어붙고 여름에는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기 일쑤였다. 산사태가 일어나면 화천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육지 속의 섬마을’이 돼 외부와 완전히 고립될 수밖에 없다.

배후령 터널이 완공되면 더 이상 이 지역 주민들은 이런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배후령 터널 개통을 누구보다 기다려왔다.

노 소장은 “민원 발생 소지가 많은 대형토목공사임에도 지역 주민들의 협조로 큰 문제 없이 잘 진행해 왔다”며 “국내 최장터널을 뚫었다는 사실보다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출처 : 하늘내린터를 찾아 귀농귀촌하기
글쓴이 : 하늘내린터(김황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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