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일찍 업무를 끝내고 나들이를 나선다. 강원도 정선 아오라지에 터를 잡은 지인의 숙소를 방문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여유로운 친구들은 아침 일찍 출발하였지만 토요일 오전 일과가 남은 나는 오후 2시 반이 지난 후 출발하였다. 토요일 오후에는 내부순환도로 구리 방면이 꽤나 막히기 때문에 내부순환도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를 통해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진부까지 간 다음 I.C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향한다. 오대천 계곡을 따라 정선으로 내려오다가 왼쪽 동해로 가는 42번 국도를 따르다 아오라지로 유명한 여량면에 도착하니 6시 반. 집에서 4시간, 고속도로 시작부 터 3시간이 걸렸다. 오대천 계곡을 처음 지나 보았는데 산 깊고 물이 풍부해 그 풍광이야말로 온몸 이 시리도록 전율이 온다. 길이가 119m나 된다는 백석폭포가 보인다. 인공으로 만들어 놓았다지만 물줄기가 굵고 풍성하여 그 또한 장관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니 자연 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겠지만 펜션이 너무나 많 다. 그 많은 펜션이 어떻게 운영될지? 아오라지 주위 산 기슭에 자리잡은 지인의 집은 터도 넓고 아오라지 강가가 시 원스레 내려다 보여 전망이 좋다. 복숭아나무를 심은 과수원이 일부 있고 고구마, 고추 등 작물을 심은 곳도 있 지만 나머지 몇 천 평은 그냥 놀려 개망초가 온 밭을 뒤덮고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 옆으로 메밀꽃이 벌써 흰꽃을 흣날리고 있었으며 마당 곳 곳에 옥잠화, 원추천인국(Rudbeckia), 큰금계국 등으로 꾸며져 있으며 군데 군데 달맞이꽃, 왕고들빼기가 뒤질세라 큰 키를 내세워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해발 600여 m에 앉은 집이라 덥지도 않다. 우선 야외 식탁에서 고기 구워가며 술 한 잔씩 돌린다. 시골 운치 살린다고 아래 사시는 분이 인진쑥을 한 웅큼 가져다 연기를 피운다. 모기도 별로 없다는데 모기불 피우는 꼴이다. 향긋한 쑥 냄새가 코 끝을 흥분시킨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고 소갈비 안주로 배불리니 세월 가는 줄 모르겠다. 어느새 해거름 지나 어둠이 내리니 밤하늘 별들이 나를 부른다. 불콰한 얼굴로 불빛없는 뒷산으로 조금 오른다. 아는 것이라야 북두칠성, 북극성 정도 이지만 그래도 이것 저것 회아려 너도 나도 재잘거린다. 어둠이 내린 후 하나 둘 넓은 응접실에 모여 과일로 시간을 씹는다. 일부는 추억을 씹고 일부는 그림공부로 시간을 보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잠을 청하기 위해 2층 홀로 모두 오른다. 여자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8명의 남자들은 홀에 잠자리를 펴놓았다. 집을 떠나 잠을 청하면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한참 보채다가 어찌 어찌 잠이 들었는데 그 사이 모기한테 한 댓방 물렸나 보 다. 모기가 없다고 하여 안심하였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람. 모기를 무척 타는 나는 걱정이 태산 같다. 밑으로 내려와 가방 속에 있는 모기 기피제를 꺼내 몸 주위를 뿌리니 너무 역 해 죽겠다. 그래도 더 이상 물리는 것은 방지하겠거니 위안을 삼는다. 먼저 물린 자리를 아무리 긁어도 가려움증이 멈추지 않는다. 한 30여 분 씨름을 한 후 다시 눈을 붙힐 수 있었다. 아침 기상하여 뒷산을 2시간 산책한 후 보따리를 쌓았다. 점심은 가리왕산 입구 계곡에 가서 먹기로 한단다. 오대천을 거슬러 오르면 가리왕산 제3등산로 입구 장구목이라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오대천 래프팅 종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단다. 계곡에 자리를 펴고 고기를 굽는다. 계곡에 발 담그니 1분도 있을 수가 없다. 물이 너무 차다. 점심을 푸짐하게 한 후 2시 넘어 출발한다. 웅숭깊은 산골에서 늦은 여름을 보내며 추억을 한 페이지 더 쌓는다. 우리야 하루 아오라지 강가를 내려다 보며 신선한 산바람 맞으며 여름밤을 즐 기고 돌아왔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역시 즐겁고 행복할까? 서울에서 너무 먼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외로이 홀로 생활하여야 하고 항상 풀들과 전쟁을 치러야하는 일, 또한 그 지긋지긋한 모기와의 전쟁. 물론 그림같은 집을 짓고 갖가지 꽃들로 장식된 정원을 꾸미고 조그만 텃밭에 서 필요한 농산물을 자급자족하여 먹는다. 얼마나 고소한 그림인가? 그러나 실제는 그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나의 경우 특히 모기를 제일 두려워한다. 그런 악재를 무릅쓰고 아름다운 전원생활만 꿈꾸시는 분은 하늘 높고 물맑은 산골로 가도 누가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택은 자유이니까... (2011년 8월 21일)
출처 : 야정(野停)
글쓴이 : 野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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