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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삶 귀농귀촌/귀농귀촌 터마련하기

기획부동산의 실체

한 지인과 통화하고 있었다.
모처럼의 안부에 “못쓸 땅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넋두리가 들려온다.
지난해 여름, 기획부동산을 통해 싸다싶어 양평에 땅 3천여㎡를 샀는데 현지에 가보니 우거진 숲만 있고

그 위치를 확인할 길이 없어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어찌할 수 없어

속앓이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기획부동산에 속은 것이다. 기획부동산이란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부동산 상품을 기획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부동산 사기로 연결 지어진다.
지금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때 사법당국의 단속으로 잠잠 하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메이저급 중앙일간지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이미 수백명에서 수천명이 여기에 빨려들고 있다. 생각보다 심각하다.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부동산 투자를 처음해 보는 서민층이라는 데 있다.

부동산에 지식이 없는 이들은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달콤한 유혹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기획부동산에서 종사했던 한 영업사원은 최근 본보에 보낸 ‘양심편지’에서 그들의 사기행각을 자세히 적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취재했던 내용을 토대로 그들의 실체를 정리해 본다.


기획부동산의 특징은

첫 번째, 개발예정지로 떠오른 주변 지역을 타깃으로 삼아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도 부풀려

‘현재는 쓸모없는 땅이지만 주변개발 청사진과 이에 관련된 신문기사 등을 인용, 주변에 호재가 생겨

지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직원과 함께 현장답사를 하면 현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주변 개발예정지를 들러 가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이들은 분양토지의 인근 개발계획에 대해 투자를 하려는 사람이 신문기사나 인터넷 등으로 충분히 검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양 토지가 연관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하는 문구로 광고한다.


두 번째는 광고 문구에 ‘토지를 분할하고 개별등기로 소유권 이전을 해준다’는 것을 강조한다.

토지를 매입하면 소유권 이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개별등기가 확실하다고 하면

투자자 대부분은 안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토지분할이 안 되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일단 공유지분일지라도 소유권 이전 절차를 밟는다.

부동산 거래법은 다른 사람에게 매수해서 내 소유가 된 땅이 향후에 하자가 있거나 쓸모없는 땅으로 판명 나도

어디에다 하소연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매수자가 잘못된 땅을 사서 손해를 봤다는 것을 매도자를 상대로 증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분양받은 사람에게 소유권 이전을 하면 땅을 판 회사에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기획부동산은 이런 법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분양 시 약속했던 ‘개발을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문구는 믿으면 안 된다.

계약서상에 명시해도 여러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지연하거나 개발을 진행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 삼기가 어렵고,

부도를 내고 회사를 없애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원주택단지를 개발할 회사라면 개별등기는 개발이 완료된 후에 해야 한다.

개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소지 때문에 잔금을 다 받지 않는다.

불가피한 경우 개별등기하기 전에 매매예약인 가등기의 형태로 땅을 팔거나, 아니면 잔금을 개발완료 후에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개별등기를 강조하면서 잔금완료를 계속 요구한다.


네 번째는 기획부동산은 소유권 이전을 담당하는 법무사나 변호사의 실명을 밝혀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분양회사는 믿지 못해도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군에 속하는 법무사나 변호사는 믿는 풍토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고가 나면 법무사나 변호사는 분양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법무사나 변호사는 소유권 이전에 관한 절차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이지 택지개발을 책임지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말 많은 대부업체 광고모델로 나온 유명 연예인들은 대부업체와 상관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완벽성 때문에 기획부동산의 덫에 걸리면 어느 누구든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광고는 보지도 듣지도 않는 것이 최선이다.

또 추천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주변시세보다 현저하게 ‘싼 땅은 없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기획부동산은 전원주택을 꿈꾸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김두현
dhk@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