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등 선진 유럽국가에서는 농촌지역 어디를 가나 녹색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농가주택들을 볼 수 있다. 도시민의 아늑한 휴양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독일 알고이지역의 농가 전경. | | “농가만의 매력 잘 살리는게 중요”
유럽 선진국은 농촌체험관광이 농가의 주요 농외소득원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에 접목 가능한 성공요인을 찾기 위해 대산농촌문화재단(이사장 이중효) 후원으로 전국 농촌진흥기관의 농촌체험관광 담당 공무원 등 23명이 10월24일~11월3일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의 민박운영 농가와 농정기관, 농업학교 등을 방문했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유럽 선진국의 농촌체험관광 현주소를 살펴본다.
“목축업을 하지만 민박 수입이 없다면 생계 유지가 힘들 거예요. 30여년 동안 매년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휴양을 오는 도시민도 있어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탈키르흐 도르프마을에서 2대째 농가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에드문트 핑크씨 부부. 젖소 35마리와 송아지 90마리 규모의 목축업에서 연간 한화로 8,000만~9,000만원의 수입을 올리지만 이것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빠듯하다는 것. 이 때문에 전체 수입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민박 수입이 가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민박 규모는 큰 방 3개와 작은 방 1개 등 모두 4개(침대 14개)인데, 연간 200일 정도를 손님이 묵고 간다. 콘도형의 큰 방은 하루 묵는 데 한화로 7만원 정도다.
에드문트 핑크씨 부부는 “20만평의 드넓은 초지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고 어른들도 전원 속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큰 매력”이라면서 “깨끗한 숙박시설과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게 배려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손님 접대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지역에서 큰 방 2개와 작은 방 1개로 농가민박을 운영하는 뭬쉔 비슐라씨(여)도 본업은 목축업이지만 민박 수입이 중요한 농외수입원이다. 민박은 숙박 수입 외에도 농가에서 직접 만든 치즈와 사과주스 등을 판매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1년에 1,800명 정도의 손님이 묵고 가는데, 이들이 구입해 가는 물량이 적지 않다는 것.
뭬쉔 비슐라씨는 “이 지역은 주변에 관광지가 많아 농가민박과 치즈·사과주스 판매 수입 등이 전체 수입의 50% 정도를 차지해 가계에 큰 도움이 된다”며 “민박 손님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낙농체험과 통나무집 짓기, 약초 채취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부대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알고이지역 고산지대에서 목축업(젖소 55마리)과 함께 침대 70개 규모의 농가민박을 운영하는 바벨씨는 규모가 적정선을 넘어 전문숙박업으로 등록하고 세금까지 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민박을 소개할 때는 ‘농가민박’이라는 말을 꼭 붙인다. 손님을 유치하는 데 농가라는 매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벨씨는 “처음 부업 차원에서 시작했던 민박이 전문 숙박업 수준으로 커졌지만 운영방식 만큼은 꼭 농가민박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도시 냄새가 나는 숙박이라면 손님들이 굳이 이곳 말고도 갈 데가 많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농가만의 매력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민박이 농가의 주요한 농외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민박 수입이 전체 수입의 50%를 절대 넘지 못하도록 침대 수 제한 등을 통해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농가민박이 상업적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농업’이라는 본분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 농가민박은 주요한 농외소득원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도시민에게 농촌을 이해시키는 정신적인 가교 역할까지 충실히 하고 있었다.
독일·오스트리아=박창희 기자
chp@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