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경영하는 친환경 생태 농장 "하늘내린터"를 처음 방문 후 6개월만에 다시 찾아 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산림경영에 관심을 가지 K사의 전00 사장님과 우리부부 3명이 방문하였다. 구로역에서 전 사장님을 픽업하여 해발 600여미터에 위치한 인제군의 "하늘내린터"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가 다 되었다.
친구는 감자를 심는다고 밭이랑을 고르고 있었고, 우리는 리빙쉘을 치고 점심을 준비하였다. 라면을 끓여 먹겠다고 하니, 친구가 이곳에서는 산나물을 먹어야 한다고 야단이다. 이것은 더덕순, 이것은 머위, 이것은 음나물, 이것은 당귀...모두 농장 곳곳에 뿌려 놓은 씨에서 성장한 산 나물이라고 한다. 이곳에 온다고 일부러 구입한 "나물 도감(이영득, 황소걸음편)"을 찾아 생긴 모습을 비교해 보았다. 잘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바베큐고기를 웨버 불판에 올려 놓고, 전 사장님과 함께 농장의 오른쪽 방향 임도를 걸어 산책을 시작 하였다. 지난번 해 보지 못한 트래킹이다.
걸어 가는 도중에 작은 푯말이 막혀있다. "돌망태골막기" 6개. 널려 있는 산식물을 관찰하기 위하여 기록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캠핑장에 두고 온 야생화 도감을 봐서 어떻게 생긴 식물인지 봐야지! 하고 다짐까지 해 보았다. 임도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중에 '돌망태골막기"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돌을 망사에 넣고 축대를 쌓아 놓은 것을 본 순간 생각이 머리를 쓰친 것이다. 쇠철사로 엮어 만든 돌무더기로 경사가 급한 계곡을 막는 것을 6개 만들라는 작업지시서였던 것이다.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식물이름인지 알고, 앞에 있는 이름 모를 식물의 개체수까지 세어 보았던 우리 두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저녁은 바베큐, 산채나물과 와인, 오뎅국이다. 친구가 담근 산약초 술까지 곁들였다. 오랜시간 농장에서 일해온 친구와 임업경영에 관심이 많은 전사장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12시까지 장작불을 놓고 이야기는 계속되고, 아침일찍 감자를 심어야 하는 친구를 위해 밤 12시에 침대에 누웠다.
다음날 아침의 이름모를 새소리는 너무 아름다웠다. 해발 600m인데, 친구가 걱정하는 만큼 춥지는 않았다. 핫팩 세개를 몸에 붙이고 잤더니, 오히려 더워서 내복을 벗어야만 했다. 옆의 안지기는 여전히 곤히 자고 있다. 아침 6시에 기지개를 키고, 텐트밖으로 나와 보니 친구는 벌써 감자밭에서 일하고 있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야 흙이 쓸려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밭을 처음 일구을 때는 흙속의 돌 때문에 농기계를 돌릴 수 없다고 한다. 손으로 그 많은 돌을 골라 밖으로 내던진 양이 밭 주위로 수북하다. 오후에 비예보가 있어서, 빨리 감자를 심어야 한다고 한다.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지만 캠핑시에는 허기져서 아침을 먹는다. 인기척에 일어난 안지기가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은 코스트코에서 사온 송이스프와 크로아상과 과일이다. 아침 식사 후 우리 부부와 전사장 모두 임도의 왼쪽 길을 오를 채비를 하였다. 어제 저녁에 꼭 가보라고 친구가 적극 권했기 때문이다. 멀리 설악산 귀떼기청봉과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손에는 두릅나무를 당길 갈쿠리 장대를 빌려 들고서...
산나물은 뿌리체 깨는 것이 아니고, 잎만 뜯는 것이라고 친구가 가르쳐 주었다. 그래야 오래 먹을 수 있고, 생태계도 풍성해 진다는 것이다. 식물도 도전을 받아야 더욱 정신차리고 가지를 펼친다고 한다. 두릅도 끝자락에 있는 순을 떼어 내주면, 옆으로 순을 내밀어 더욱 가지가 풍성해진다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새순을 통채로 떼어내고, 나물을 뿌리채 통채로 깨내어 황폐화 시킨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임도길을 터벅 터벅 이야기 하면서 걸었다. 왕복 약 1시간 30분길이다. 아무리 보아도 보이지 않던, 두릅 나무를 30분정도 지나니, 길가에 간혹 눈에 띈다. 아침머리에 할머니 한분이 앞서 걸었다고 하는데, 손으로 떼기가 쉽지 않은 것만 남아 있다. 50분 정도 걸어 임도 정산에 드디어 백두대간 설악산과 남쪽이 훤히 조망되는 좋은 전망지역이 있다. 역광이라 사진으로 귀떼기청봉은 잘 보이지 않는다. 5월 말에 대승폭포 한계령 코스를 존경하는 전 직장 상사와 같이 약속에 놓았는데, 그때 귀떼기 청봉에서 이곳을 살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진 몇장 찍고, 다시 하늘내린터로 되돌아 왔다.
텐트를 철수하고 차에 다 짐을 실어 놓으니 12시가 되었다. 친구의 방가로에서 먹은 점심은 김치찌개와 산나물이다. 나는 처음 들어본 "행정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친구는 지방행정과 농업경영에 대하여는 해박한 식견이 있어, 여러 귀농희망자들에게 무료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블로그도 운영한다.
http://blog.daum.net/skynaerin
친구가 더덕을 한가득 담은 비닐봉투를 내민다. 농사에 들어가는 노력을 잘 알기에, 더덕을 먹을 때 그 느낌이 예전같지 않을 것 같다. 비가 내린다. 잘 안맞는 일기예보가 이번 주말은 정확하다. 아마도 때 맞춘 비를 머금고, 친구가 심은 감자는 싹을 티우고, 잘 자랄 것이다. 감자를 잘 심은 밭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이른 새벽부터 감자를 심은 친구가 아주 기분이 좋은 가 보다.
이곳을 여러 주위 지인들에게 자랑을 많이한 덕분에 올해 두번이상 더 캠핑을 이곳으로 와야 한다. 또 보자는 약속과 함께, 하늘 내린터를 아쉽지만 떠나온다. 몇개월 지나면 진입로도 생태친화적으로 포장되고, 취사장도 완성된다고 하니, 보다 좋은 캠핑장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농장 입구의 표지판. 친구가 직접 디자인하였다고 한다. 케이블 감는 패를 이용했고, 글자는 인터넷으로 주문하였다고 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두릅회
더덕줄기와 당귀, 머위.
두릅전. 조금 크게 자란 두릅은 전을 부쳐 먹는다.
각종 산나물로 차려진 점심상과 막걸리 한잔. 누가 농장 주인일까요?
혼자 독차지한 캠핑사이트. 약 10개동을 설치할 공간이 계단식으로 소나무 숲에 마련되어 있다. 잔디가 2주정도면 길게 자랄 것이다.
현호색과의 산괴불주머니. 농장에 지천으로 많다. 입사귀가 쑥처럼 생겼다.
맛있는 더덕.
산나물과 바베큐 & Wine을 곁드린 저녁 만찬. 12시까지.
두릅 따러 가세!
두릅 따기.
언덕 위길에서는 멀리 귀때기 청봉을 포함한 백두대간을 한눈에 볼수 있다. 역광이라 잘 찍지 못해 아쉽다.
도미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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