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내린터의 정신세계/원장 농촌사랑 칼럼

[스크랩] 자작나무집 마당쇠 아우의 글

 허허! 이런 논란까지 있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는데요...


 기왕에 불거진 것이니까, 저도 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저는 80년대(고교 동기생은 80학번, 저는 83학번) 민주화 세대로서 투쟁의 일선에서 최루가스를 맡아가며 군부독재에 항거하던 사람입니다. 저는 흔히들 말하는 골수 민족애국청년임을 자처하던 사람이었고, 또한 법학과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어느 과목일지라도 유신헌법의 언급 없이는 강의진행이 안 될 정도로 그 학문적, 현실적 모순을 실감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이론과 현실의 괴리와 모순을 극복하고자 많은 번뇌를 했습니다. 그렇게 막혀 있던 우리들의 억눌림의 분출구가 바로 87년(당시 대학교 3년) 6.29라는 최절정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중심에서 진두지휘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 일원으로서 자못 한 자리 했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민주화를 위한 제 행동을 어느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행동은 어디까지나, 제 사적주견(私的主見)이었고, 그 당시 정권에 참여했던 사람들 또한 우리 이웃, 형제여서 내 행위의 정당성을 이야기함은 바로 그분들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시대적 요구도 사람도 변하듯이, 현재의 그것들도 변하나 봅니다. 이제 가정을 이루고 내가 살아갈 앞날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 예전처럼 앞장서서 투쟁하는 열정도 사라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제게 현실도피라는 비난을 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제 나이 30대 후반기에 치명적 질병을 앓으면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 저로서는 그동안의 삶에 대한 회한[悔恨]이 제 앞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저의 청춘시절에 극복하고자 몇 년을 고민하게 했던 바로 그 장본인이 이 한반도의 5000년의 긴 역사 속의 인물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존경하는 분이 되었고, 또한 현행 헌법도 그런 식으로 개정 되었으면 하는 사람으로 변모했습니다. 참으로 인생이란 그 논리를 부여할 수 없는 요지경인가 봅니다. 너무나 역설적이니 말입니다.


 저는 강원도와 경계를 이루는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일제 때는 강원도 원주군에 속했던 지역)의 한 모퉁이에서 600여년을 대대로 살아온 농군의 후예입니다. 한 때, 2년 정도 농사를 지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농군의 입장에서 현 시국을 보면, 어찌 농민의 어려움과 고통을 모르겠습니까? 저 역시 가슴 아프고 불끈불끈 옛 생각이 납니다.


 그러나 제가 예전에 민주화(너무 거창한 표현인가요? 마땅한 용어가 생각이 안 나는군요.)를 위해 행한 것을 측량할 정확한 척도는 없지만, 그 미미했던 제 행동만으로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떳떳하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그 정도였으면 이제 제 개인적인 이기심만을 위한 미래를 살아갈 욕심을 부려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도심의 삭막하고 경쟁적인 현실을 벗어나서 조용한 생활 또는 여생을 위하여 귀농이라는 한적한 여유를 찾아서 온 곳이 바로 이곳 귀농사모입니다. 이곳에서는 복잡다기한 현실을 잊고 귀농이라는 즐거운 미래를 볼 수 있으니까요. 제가 귀농사모를 찾은 본래 목적이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귀농사모의 행태에 관하여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라고요. (누구라고 닉네임을 거명하진 않겠지만) 그 분 역시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귀농사모에 들어왔는데, 그분이 추구하는 방향과 귀농사모의 방향이 달라서 그분은 용기있게 스스로 활동중지라는 결단력을 내리시고 현재 귀농사모에 출입을 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초보 귀농인들에게 그분의 식견은 참으로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어찌 보면 그런 분들을 떠나보냄은 우리에게 대단히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그 분처럼 과단성을 가지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 도덕성과 정의감이 예전의 학창시절에 비하여 많이 비굴해졌음을 인정합니다. 제가 가입&활동하고 있는 10여개의 귀농관련 까페 중에서 귀농사모의 강원지부 회원님들 특히, 지부장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은 순수하고 희생적 열정들을 가지신 분들이셔서 그 모습에 반하여 저는 귀농사모의 강원지부에 연을 계속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현실의 고단함을 피하기 위해서 찾아온 곳이 현실과 똑같은 아우성이 있는 곳이라면 제가 그곳을 굳이 도피처라고 여길 수는 없겠지요. 작년 11월 평창 봉평면 무이리 풀잎향기님댁의 정기모임을 시작으로 그 동안 4회에 걸쳐 강원지부의 모임에 참석하여 이제 막 강원지부의 회원님들과 면식을 익힐 만한 상태에서 이런 돌발 변수로 인하여 절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는 중의 신세가 되어서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제가 생각하고 추구했던 목적이 훼절[毁折]된 상태에서 귀농사모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면, 저는 기꺼이 절이 아닌 중의 길을 가겠습니다.


 하트님의 누드 사진에 관하여, 표현과 믿음의 자유가 보장되고 타인에게 그것들을 강요하지 않고 또한 어떤 선택이든 자발적 선택이라면 후회는 없겠지요? 하트님의 사진에 관하여 제가 너무 주제넘게 제 생각만을 말씀드린 것에 대해 깊게 사과를 드립니다. 저의 보수성을 많이 질책해 주세요.


 끝으로, 제가 그동안 품고 있었던 양심적인 고민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게 해주신 하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우벅! 그리고 귀농사모에서 저에게 나가라고 제 등을 떠밀지 않는 한 저 역시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하트님과, 우리 강원지부 모든 회원님들의 가내 평안하심을 기원드리겠습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2008. 7. 4.(금)


               자작나무집마당쇠 드림!

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사모
글쓴이 : 자작나무집마당쇠 원글보기
메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