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내린터의 정신세계/원장 농촌사랑 칼럼

[스크랩] 오늘 아침 식전 댓바람에...

제가 다시 분양 받은 밭은 영 비옥하지가 않습니다.

땅 상태가 어떤가 올해 한번 지어봐야 알거 같아서

올핸 대충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남편 출근 하자마자

음식물 찌꺼기 모아논거 챙겨 가지고 밭엘 갔습니다.

아침이슬이 촉촉한 것이

그 옛날 시골 살 적에

식전 댓바람에 밭에 가신 아버지 아침 드시라고 외치러 바짓 가랑이 적시며 달려가던

밭뚝길이 생각났습니다.



일주일 만에 가보는 밭은 영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안든 것은 열무였습니다.

토지가 척박하니 크지도 않은 놈이 다 짱아리가 서고 꽃이 피기 시작한 것입니다.

열무 김치 담그기엔 애초에 글렀다 싶어서 모조리 뽑았습니다.



그리고 밭뚝에 풀을 낫으로 베고

상추,청경체, 아욱을 솎아주고 나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뽑아논 열무를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서 다듬어서 봉지에 담노라니

벌, 나비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벌,나비는 어제의 꽃이 피었던 밭을 기억하고

해자 뜨자마자 꿀과 꽃가루를 모으러 날아온 것일 겁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蜜原(밀원)이 쑥대밭이 되어 버렸으니...

아뿔사!!

꿀벌 , 나비 한테 정말 미안했습니다.

딱히 그 열무를 먹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 뽑은 자리에 당장 뭘 심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도 내게 별 도움이 안될거란 이기적인 생각 뿐이었습니다.



벌들, 나비들은

화가 난다는듯이,

밉다는듯이,

실망스럽다는듯이,

괜한 헛 걸음 했다는 듯이

곡예비행하는 듯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심술 놓듯이 날다가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나는 궁여지책으로 꽃이 핀 놈들을 골라 가지런히 밭둑에 늘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녀석을은 이미 뽑혀 누워 있는 꽃엔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그 정교한 녀석들이 뽑느라 흙이 묻었을 수도 있는,

이미 싱싱함이 가신 꽃을 선택할 리는 만무 했습니다.



내가 오늘 한 악행을 어찌 갚아야 하나.

내년엔 꼭 짱아리 꽃이 만발하게 해야만 될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더욱 인간만이 아닌 묻 생명들을 챙겨야겠습니다.
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사모
글쓴이 : 엄마처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