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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귀농귀촌/귀농귀촌 성공사례

[스크랩] 공무원 사표 던진 그가 신나게 농사짓는 이유

공무원 사표 던진 그가 신나게 농사짓는 이유
[인터뷰]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생기들녘 대표 박주상씨
     이우성(namu1022) 기자   
▲ 구릿빛 그의 얼굴이 순천 벌판을 종횡무진한다. 그가 있어 별량이 따뜻하다.
ⓒ 이우성
남녘 순천, 푸른 기운이 넘쳐난다. 순천시 별량면 덕정리에는 박주상(53)씨가 산다. 그 때문에 순천이 더욱 생기를 얻는다. 열정으로 뭉쳐 있는 그는 오늘도 바쁘다. '농민도 잘 살아보자,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곳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파느라 동분서주한다.

매 순간 그는 신이 나 있는 사람 같다. 3년 전 5000만원 연봉을 받는 직장을 때려치고 농사짓기를 참 잘했다는 그가 신나게 농사짓고 농산물 유통을 하느라 바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 농사 지은 사람보다 더 농사 지식 많은 그. 무엇이 그를 힘차게 움직이게 하는지, 매일 신난 이유를 들어보았다.

"농민의 한 사람으로 한 줌 깨끗한 흙에서 한 톨의 신선한 식량이 생산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 건강과 아름다운 국토보존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땀을 흘려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바람은 생기가 넘치는 들녘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어린아이들과 함께 먹는 꿈! 바로 생기들녘의 소망입니다."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생기들녘의 홈페이지(http://www.sgfarm.net 한글 : 친환경상추농원)에 나와 있는 소개글이다. 그는 이곳 대표로 있다. 자신이 시설하우스 농사를 지으면서도 마을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 30여 군데의 농산물을 모아 유기농산물 생산유통과 식자재 유통을 함께 한다.

그는 철도공무원으로 순천에서 25년간 근무했다. 나이 쉰살에 새 삶을 살겠다고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뭐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까 생각하다가 결국 농촌에 뿌리가 가 있음을 깨닫고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그는 10년 농사계획을 세웠다. 환갑이 될 때까지 농업을 이리 하니 농촌도 잘 살게 되더라는 것을 보여주고, 환갑 이후에는 아들에게 농사를 물려주고 세계 오지를 떠돌면서 굶주리고 병든 지구인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단다.

농사 지은 지는 햇수로 3년차. 철도청에 다니면서는 미생물사료로 한우를 20마리 정도 키워봤다. 유기축산은 자금이 많이 들어 포기하고 무슨 농사를 지을까 공부하러 전국을 다녔다. 그때 흙살림을 알게 돼 친환경농업교육을 받고 친환경 채소농사를 시작했다.

"농민이 잘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농가를 육성하는 것이 제일 우선입니다. 정부나 농협이나 농민이나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남도와 순천대, 순천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농업강좌는 다 들어보았다.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2200평에 시설하우스를 짓고 채소농사에 들어갔다. '생기들녘'이라는 상표도 등록을 마쳤다.

자신의 생각대로 농민들을 육성하면 도시민 소득을 넘어서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도 있었다. 한 품목에 매진해서 그 품목에 대해 박사가 되고 명품, 일등이 되면 자신이 책임지고 팔아주겠다고 약속하고 지역농민들을 만나러 다녔다.

▲ 탱글탱글 단단한 방울토마토가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다.
ⓒ 이우성
지금 그는 900평하우스에 방울토마토와 오이농사를 주로 하고 나머지 하우스에는 브로콜리, 감자, 대파, 미나리 농사를 함께 짓는다. 흙살림에서 무농약인증을 받았다. 곧 이곳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 보상이 나오면 큰 길가로 농장을 옮길 생각이다.

순천만과 연계해 관광체험학습장 단지로 만들 생각을 차근차근 하고 있다. 오이, 토마토연구회를 만들어 농사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대안과 토론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보험회사 주부사원을 상대로 사이버장터도 열 생각이다.

지금 30여 농가와 연결해 유통관리를 그가 도맡아 하고 있다. 사이버장터가 활성화되면 고흥, 무안, 담양, 구례, 곡성, 보성 등 전남친환경 농가를 망라하여 참여시켜 급식 등에 표준화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힌다. 지금도 전남의 다른 지역 육성차 강의를 자주 다닌다.

그는 자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험하여 더 나은 농사 방식을 찾아낸다. 오이하우스 한켠에는 끝까지 병이 없고 저장이 오래되었던 토마토 두 그루를 이식시켜 심어놓고 정성을 다해 기르고 있다.

실험이 성공하면 이 토마토로 확대해 번식시킬 계획이다. 전남대 교수가 개발한 키틴제도 사용하고 있다. 설탕과 규산에 토마토순이나 칡순을 함께 넣어 액비로 만들어 1000배로 엽면시비하면 성장촉진에 좋다는 걸 알았다. 토마토는 가급적 절간을 10㎝ 이하로 짧게 기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른 곳보다 오이가 맛있는 비결은 역시 토양관리에 있는 것 같다. 농협 퇴비를 200평에 50포를 뿌리고 쌀겨를 역시 같은 양으로 뿌린 후 깊이 로터리를 한다. 그런 후 비닐을 덮어 발효시킨 후 1주일 정도 지난 후 정식한다.

2~3일 정도 속잎이 나오면 양분관리를 잘해야 한다. 칡순과 설탕을 발효시켜 액비로 만들어 뿌리촉진용으로 뿌려주거나 생선아미노산을 준다. 깻묵, 균배양체를 발효시킨 액비를 질소덧거름용으로 자주 준다. 물은 매일 주는데 한꺼번에 많이 주지 않고 하루에 1포기에 1리터 기준으로 준다.

▲ 연구하는 자세에서 그의 소망이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금방 알게 된다. 맛이 유별난 박씨의 친환경 오이.
ⓒ 이우성
토마토는 자가퇴비로 톱밥과 쌀겨발효시킨 것을 소에게 먹여 나온 소똥에 흙살림골드를 넣어 100일 이상 부숙시켜 100평에 1톤 정도 넣는다. 농협퇴비를 10평에 1포 정도 넣고 로터리한다.

1단이 굵어질 때까지 관수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보름에 한 번하고 봄가을에는 열흘에 한 번꼴로 한다. 바닷물을 자주 엽면살포하는데 맛이 좋을 뿐더러 해충기피에도 효과가 있는 듯하다. 고흥 녹동항까지 맑은 바닷물을 뜨러 자주 간다. 산소공급용으로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수정은 수정벌로 한다.

그만의 독특한 시비법은 술이다. 엽면시비할 때 한약재로 담근 술과 주정, 막걸리를 혼합하고 포도로 만든 와인을 20리터에 1잔 정도 넣어 뿌려준다. 토봉에서 나온 꿀을 넣어주기도 한다. 화방결실과 맛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토마토순과 포도씨를 이용해 생장촉진용 액비를 만들기 위해 지금 연구 중이다. 공동으로 항산화물질이 함유된 특허오이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맛좋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과 수고와 희생이 없어서는 안 된다. 수고로움이 따르면 FTA를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그에겐 있다.

이곳 농산물은 주로 순천과 여수, 고흥, 보성, 김해, 광주 등 지역 매장이나 급식용, 환자치유센터로 많이 나가고 순천매산중학교에는 직접 급식으로 나간다. 인터넷판매나 직거래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생기들녘영농조합법인에는 30농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무농약인증농가가 20농가 정도된다. 30~45일 정도에 결재가 되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좋아한다. 그는 이웃의 다른 농가가 자신과 겹치는 품목을 하면 자신은 그 품목을 안 하고 다른 품목을 찾아 농사짓는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고 한다.

농가에서 개별포장을 하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것과 적정 마진이 안돼 손해볼 때도 있고 업체들 요구도 많아 힘들 때도 많지만 자신이 계획한 10년 내 이룰 소망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고.

매주 목요일에는 회원들 교육을 하고 있고 신규회원농가는 무조건 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 기초교육을 듣게 한다. 사이버장터가 활성화되고 여성농업인이 참여해 단무지나 피클오이 같은 가공품도 친환경으로 만들어 유통하는 것도 앞으로 목표다.

"처음 2년간은 어려웠어요. 소득도 안 되고. 그렇지만 일하는 즐거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으로 이겨냈지요."

다행히 올해부터는 소득도 어느 정도 따라주는 듯하다. 토마토나 오이를 자신의 것만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고 농사에 자신감도 붙어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아 흐뭇하단다.

그는 농사를 늦게 시작했지만 그런 만큼 여러 개선할 사항도 많이 눈이 띄는 것 같다. 농업도 산업이므로 지금까지 해왔던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 소비자 수준을 앞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만 쫓아다니다가는 지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소비자의 눈과 코와 입을 잡은 후 소비자 가격을 생산농민이 마음대로 붙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생산농민의 이름과 가격표를 붙이지 않는 소비재는 농산물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쫓아오게 만들면 친환경농산물 명품도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농촌도 잘 살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지역에서 맡고 있는 것도 많다. 별량농협 이사, 순천시친환경채소컨설턴트, 사이버농업인연구회 총무, 순천친환경토마토연구회 회장 등 직함도 많다.

직장 때려치고 농사짓는다니까 그렇게 반대하더니 이제는 시골 생활을 더 좋아하는 부인 김혜자(52)씨와의 사이에 나경(28), 나은(27), 대희(24)를 두었다. 순천대 농업경제학과에 다니는 아들 대희가 아버지 일을 자주 도와준다. 몇 년 후 물려받을 것을 알기 때문일까. 남 퍼주기 좋아하는 것을 보니 큰손될 인물이라고 아버지의 자랑이 대단하다.

이 세상에 뭘 흔적으로 남기고 가느냐가 자신의 가슴을 쳐 농사지으러 왔다는 그는 발걸음도, 말투도, 가정도, 농장도 생기가 넘친다. 생기 넘치는 들녘에서 시간도 잊은 채 그가 이룰 소망을 듣다가 늦은 시간, 그의 삶을 쭉 지켜볼 기대감을 가득 안은 채 따뜻한 순천 별량들판을 돌아나왔다. 그가 계속 보고 싶을 것만 같다.

▲ 화사한 오이꽃이 그의 농장에 지천에 깔렸다. 향기롭다. 멀리까지 그 향기가 퍼진다.
ⓒ 이우성
10년후, 삶의 미래에 대해 설계하고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가는 사람의 얼굴은 환하다. 닮고 싶은 얼굴이다. 그의 소망이 한국 농촌을 넘어 세계로 향할 것을 믿어도 좋다.
흙살림(www.heuk.or.kr)신문 4월호에 함께 실렸다.

출처 : 토지사랑모임카페
글쓴이 : 김선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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