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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농촌 희망찿기/그린투어(농촌관광)

[스크랩] 무등산 삼애다원

아직 차꽃이 남아있었네!

"옛날 어머니들은 딸을 시집보낼 때 주머니에 차 씨앗을 세 알 넣어보냈답니다."
옮겨심는 것을 싫어하는 차의 성정을 닮아 그 집에 뿌리내리고 살라는 친정어머니의 간곡한 당부가 차 씨앗에 담겨 있는 것이라 한다.
무등산 자락에 이런 차밭이 숨겨져 있었구나.
증심사 언저리 마을 골목길을 지나간 곳 가파른 산비탈에 조성된 이 차밭은 5만여평.
본디 증심사에서 공양을 위해 가꿔 온 것이었다 한다.

이후 1946년 의재가 이 차밭을 인수, 그가 설립한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 학생들이 가꾸던 삼애다원이 바로 이곳이다. 키는 작아 보여도 나무의 나이를 따지면 최소 60년이상인 이 차나무에서 나오는 차는 오랜 세월 순종이 지켜내려와 그 고유의 색과 향이 각별하다 한다.
아침이면 무등산 안개구름이 스쳐가고 낮이면 남향의 햇살을 받는 이 산비탈에서 나오는 차는 그 이름을 '춘설'이라 하여 무등산수박, 진다리붓과 함께 광주의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했다.

11월에 핀다는 차꽃이 더러 남아있다.
차꽃향기를 맡아보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 여기서 바라본 새인봉은 정말 옥새를 닮았다.
무등에 펼쳐진 차밭 푸른 물결은 눈에 들고, 그 풋풋한 향기는 마음으로 든다.  
 

               

하늘을 사랑하고 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라

"이거 '진기명품'에 내놓으면 얼매나 허요?"
등산갔다 오는 길에 의재미술관에 들른 어르신이 병풍 앞에서 불쑥 묻는다.
"아마 기록적인 값일 것입니다."
의재미술관을 안내한 민문식씨는 그 질문을 웃어넘기지 않고 대답해준다.

어떤 이에겐 그저 그 그림 한 장의 값으로, 어떤 이에겐 그 그림에 담긴 강직한 선비정신으로, 혹은 개화기 근대농업교육에 앞장서며 차 재배와 보급을 통한 민족정신함양에 기여한 지사(志士)로서의  생애로 떠올려지는 의재(毅齋) 허백련.
'의재'라 하는 그의 호는 논어의 '강의목눌(剛毅木訥)이 근인(近仁)'이라 하는 대목에서 취했다 한다.
"굳세고 의연하면서 질박하고 말이 적으면 인에 가깝다는 뜻을 담은 그 호에 걸맞는 삶을 살다가신 이가 의재선생입니다."

민문식씨는 의재가 즐겨 그렸다는 농경도 앞에서 그의 애천 애인 애토(愛天愛人愛土)  삼애(三愛)정신을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반아자(半啞子)'(반벙어리)라 칭한 이 어눌한 선비가 그린 독수리는 이 민족의 정신에 그와 같은 기개가 서리기를  바랐던 그 매서운 눈초리로 저를 한번 바라보고 가는 이들의 마음 속을 꿰뚫는다.

의재가 여생을 마칠 때까지 30여년간 화업에 몰두하며 후진을 양성했다는 춘설헌(春雪軒).
"원래 초가였던 것을 의재 선생이 얼마간 출타한 틈을 타서 제자들이 개축하는 바람에 진노한 선생이 1년이 넘도록 이 집에 들어서지 않았다 합니다." 
'춘설헌'이란 차꽃이 봄눈을 머금고 있는 그 고졸한 아취를 사랑해서 지은 이름이라 한다.
봄날 이곳에 난분분한 매화 벚꽃이 꼭 봄에 내리는 눈 같다니, 글자 그대로 춘설헌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경치일 터이다.
12월의 춘설헌엔 봄눈 대신 떨어진 가랑잎들이 가득하다. 관풍대 앞까지 밟기 아까운 낙엽길을 지난다.

            

마을길을 지키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자그마하지만 이 두 양반이 마을 수호신이었습니다."
학운초등학교 교정에서 장승을 만난다.
마을 입구에선 액을 막고 사찰 입구에선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었으며 혹은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해낸 것이 이 땅의 장승이었다.

"아주 무서운 얼굴을 하신 분도 있지만 해맑은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가진 분도 있습니다."
장승은 마을과 시대의 얼굴을 닮는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전고필씨의 설명.
"코가 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오른쪽 장승이 남자인 것 같죠?"
하하호호! 지금사람에게야 한바탕 웃어버릴 일이라지만 한밤중에 장승의 코를 가루내야 했던 그 여인네들에게 그것은 꼭 아들을 낳겠다는 절박한 바람이었고 또한 틀림없는 희망이기도 했을 터.

이 장승이 느닷없이 초등학교 교정에 들어선 것은  마을공동체의 의미가 약해지면서 이 학교로 옮겨온 것이라 한다.
원래 서 있던 자리에서 비껴나앉은 것이 어디  장승뿐이겠는가.

          

오래 전해져온 이땅의 유적들을 함부로 잊어버리고,  옛날부터 거기 있어온 그 산과 그 물을 지켜내지 못하는 사이 그것이 품고 있던 귀한 정신마저 잊혀져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있던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각성이 새롭다.
무등산 자락을 밟아본 하루가 어느새 저물고 있다.
남인희 기자(
namu@jeonlado.com">namu@jeonlado.com)

사진 왼쪽은 의재의 예술과 정신세계를 안내한 민문식씨(삼애원),
오른쪽은 '그린티켓'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한 광주환경운동연합 이경희간사.

출처 : 녹차랜드
글쓴이 : poongn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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