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
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두어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것인디 돈 들일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
이번 설에는 내려 오것제
토방 앞 처마끝에 불을 걸어 밝히시고
오는 잠 쫓으시며 떡대를 곱게 써신다.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
지나는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에 가는 귀 세우시며
게 누구여, 아범이냐
못난 것 같으니라고
에미가 언제 돈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었나
일년에 몇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설날에 다들모여 떡국이나 한그릇 하자 했더니
새끼들허고 떡국이나 해먹고 있는지
밥상 한편에 식어가는 떡국 한그릇
어머니는 설날 아침
떡국을 뜨다 목이 메이신다.
목이 메이신다.
- 떡국 한그릇/박남준 -
울엄마(우리엄마)
https://youtu.be/SP3cUOPZn9k
출처 : 하늘내린터 귀농귀촌 팜핑캠프
글쓴이 : 하늘내린터(김황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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