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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인생 쉬엄쉬엄../삶의 여유를 찾아서

기차와 지하철 타고 떠나는 당일여행,- 인천·춘천·부산·대전·광주

↑ 【서울=뉴시스】광주 충장로 불로동 카페거리

↑ 【서울=뉴시스】부산타워에서 바라본 부산

↑ 【서울=뉴시스】춘천시 김유정역 앞 광장

↑ 【서울=뉴시스】인천역 앞 차이나타운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주말, 집에 있기는 싫고 나가자니 길이 밀릴까 걱정이다. 황금같은 주말에는 길에 버리는 시간도 아깝다.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고도 떠날 수 있는 여행은 없을까.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의 지하철과 기차를 타고 즐기는 당일치기 여행지를 추천했다.

◇추억과 문화가 담긴 따뜻한 골목, 1호선 인천역과 개항장 문화지구

길 막히는 주말, 굳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필요는 없다. 가까운 인천으로 가보자. 인천항과 연결된 인천역 인근은 추억이 묻어나는 볼거리와 박물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개항 당시 건물을 개조한 박물관, 갤러리, 일본식 가옥, 옛 성당이 들어선 개항장 문화지구만 둘러봐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여행의 출발점은 수도권 1호선 전철의 종착점 인천역이다. 인천역은 전철역 이전에 한국 최초 철도인 경인선의 사연이 서린 공간이다. 인천역 앞에는 차이나타운으로 연결되는 중국식 패루가 웅장하게 세워져 있다.

자유공원 뒷길은 북적이는 차이나타운과 또 다른 세상이다. 차이나타운 골목이 고전적인 투어의 의미가 강렬했다면, 최근에는 개항장 문화지구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공자상이 있는 청일조계지경계 계단을 내려서면 다소 한적한 길목들이 왼편으로 도열해 있다. 이곳 개항장 문화지구에는 개항 당시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박물관과 갤러리가 들어섰고, 오래된 일본식 가옥이 발길을 붙든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이색 카페들 역시 쉼터 역할을 한다.

옛 창고나 은행을 새롭게 단장한 건축물은 개항장 문화지구의 향취를 도드라지게 만든다. 인천아트플랫폼과 한국근대문학관은 이곳을 상징하는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 창작 공간이자 신개념 거리 미술관으로,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세워진 건축물 13동과 창고를 전시·창작 공간으로 쓰고 있다. 드라마 '드림하이'도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젊음의 열정이 가득한 물의 여정, 경춘선 가평~춘천

춘천 가는 기차는 청춘의 낭만을 싣고 달린다. 여행 목적지는 본격적으로 강을 따라가는 물의 여정이 시작되는 가평~춘천 구간이다.

가평역에 내려 제일 먼저 향할 곳은 프랑스의 평화로운 전원 마을을 옮겨놓은 '쁘띠 프랑스'다. '강마에'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곧잘 등장하는 곳이다.

'쁘띠프랑스'는 '작은 프랑스'라는 의미.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굴곡을 따라 파란색, 하얀색 뾰족 지붕을 인 건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마치 유럽의 한 곳에 뚝 떨어진 듯한 풍경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원형 야외무대가 나오고, 이곳을 중심으로 작은 길이 여러 갈래 있다. 강 쪽을 향해 걸으면 150년 전 프랑스 고택을 옮겨온 전통주택전시관도 만나고, 프랑스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3층 전망대도 오를 수 있다. 전통주택전시관은 건물만 프랑스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200여년 전 프랑스 사람들이 사용하던 철제 욕조, 자명종, 식탁 등으로 내부를 꾸몄다.

가평을 떠나 강촌에 이르면 오감으로 강과 산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레일바이크가 기다린다. 젊음의 낭만을 싣고 북한강을 따라 오가던 경춘선은 폐쇄됐지만, 그 길을 여행객들이 페달을 밟으며 달릴 수 있다. 레일바이크 코스는 두 가지. 경강역에서 가평철교까지 다녀오는 왕복 코스와 강촌역에서 김유정역까지 가는 편도 코스가 있다. 강촌역~김유정역 구간은 강촌역과 김유정역을 선택해서 타면 된다.

바이크는 2인승과 4인승이 있다. 브레이크 작동법 등 간단한 요령만 듣고 나면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앞차와 간격을 10m 이상 유지하는 것.

경강역 구간은 옛 경춘선 간이역을 만나는 코스다. 경강역은 경춘선 간이역 중에서 여행객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역이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 지역에 위치해서 두 지역의 앞 글자를 딴 이름으로, 1997년 영화 '편지'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역사가 원형 그대로 보전돼 고즈넉한 간이역의 향수를 즐기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강촌역과 김유정역 사이다. 철로를 따라 달리면 강이 벗이 돼 곁을 지킨다. 칼바람이 매서워도 탁 트인 풍경은 마음을 환하게 한다. 중간에 간이 휴게소도 있다. 잠시 뻐근한 다리를 풀며 따끈한 어묵으로 추위를 달랜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떠나는 부산 역사 여행

부산 지하철은 1985년 1호선을 시작으로 2009년 4호선까지 네 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1호선은 신평부터 노포까지 부산을 남북으로 잇는 노선으로 34개 역, 32.5㎞에 이른다. 가장 먼저 개통된 지하철답게 부산의 중심부를 이어줄 뿐만 아니라 부산의 다양한 여행지를 품고 있다. 특히 부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많다.

1호선의 북쪽에 위치한 동래역과 온천장역, 범어사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산성인 금정산성,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 전투가 펼쳐진 동래읍성, 가야 시대의 유물을 전시한 복천박물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 1호선의 남쪽에 위치한 토성역~중앙역을 중심으로 부산의 근현대 역사는 물론, 사람들의 온정과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한 줄로 엮다, 대전 지하철 여행

여행자에게 대전 지하철은 친절하고 충실한 안내자다. 대전의 어제와 오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여행지가 지하철 하나로 연결된다. 도시의 탄생과 맥을 같이하는 중앙시장, 근대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대흥동과 은행
동 거리, 최근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주목받는 옛 충남도청사가 지하철역과 나란히 자리한다.

대전의 문화 예술을 만나는 공간은 정부청사역과 연결된다. 이응노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역에서 지척이다. 시청역에서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칼국수를 맛보고, 유성온천역에 내려 족욕 체험장으로 가면 따뜻한 물에 발 담그고 지친 다리를 쉬어 갈 수 있다. 해질 무렵 중앙로역의 하늘에는 화려한 영상쇼가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대전 스카이로드를 걸으며 새해 소망을 기원해보자.

◇근현대를 넘나드는 100년 여행, 광주 지하철 남광주역~금남로4가역

광주 지하철 1호선 남광주역에서 시작하는 하루 여행의 콘셉트는 '근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100년 여행'이다. 가장 먼저 찾을 곳은 광주의 근대가 집약된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100여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양림동은 광주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기도 하다. 당시 지은 서양식 건물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근대의 한옥들은 시간이 멈춘 듯 매혹적인 시공간 속으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양림동을 둘러본 뒤 충장로와 광주북동천주교회까지 걸으며 100년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을 완성하자. 광주 최대 상권인 충장로 일대 패션 매장과 카페, 1935년 지어져 지금은 예술영화 상영관이 된 광주극장 등도 빼놓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광주북동천주교회에 들러 마음까지 정화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