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아버님 여친을 작년에 봤다.
그렇게 부정하시더니 역시 며느리에겐 어려웠던가보다.
사실 아버님 저녁 늦게까지 늦으시면 며느리가 전화를 해서
들어오시라 독촉을 해대니 한번도 아니고 들어오실때까지 그러니
얼마나 연애에 귀찮고 불편했을까?
사실 내가 스토커처럼 군데에는
아버님이 약주를 너무 좋아해서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몇번의 사고가 있어 노이로제 수준에 이르렀다.
늦으면 모시러 가겠다 거기 어디냐 하는 며느리
연애 파토내는 며느리 얼마나 야속했을까?
난한마디로 연애의 방해꾼 - 진작 말씀하셨으면 안그랬죠!
그래서 아버님께서 따로 사신다 선언을 한 계기가 된것일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기타등등 순종만 하다 조금 변해가는 며느리보면서
당신도 나만큼 편해지고 싶었으리라.
그덕에 어쩜 아버님도 나도 다른 천국을 만나게 된 것인지 모른다.
작년 여름 갑자기 만나게 된 그분은
귀엽고 상냥하고 무엇보다 시아버님의 강직한 성격과 뭐든 내가 해야한다는
성격을 잘 이해하고 계셔서 며느리인 나보다 낫다 싶었다.
두분이서 건강검진도 손잡고 하시고
좋은데도 많이 찾아 다니시고 새로운 청춘을 살고 계신듯하다.
살짝 결혼 운을 띄워보니 그건 아닌듯하다.
진작에 같이 사실때 늘 휴대폰을 밤이나 낮이나 놓지를 않으시더니
이른 아침 등산복 입고 나가실땐
그게 수도고장나서
도와줘요 뽀빠이~ 하고 불러니 달려가신건가보다.
나이 드셔도 여자는 남자의 보살핌이 필요하고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여자가 이뻐 보이는것같다.
우리아버님 정말 내가 봐도 재주꾼이시다.
가끔 국수보면 국수공장에서 일하셨다
가구보면 가구공장에서 일하셨다
유머신지 헷갈리지만 그정도로 못하시는 일이 없으신것 같다.
두분이서 만난 사연 자제히 캐묻진 않았지만
행복해보인다.
처음엔 동서랑 나는
이 끝이 어딜까?
상처입지 않을까? 했지만
내일도 모르는 우리인생
아무리 잘해주는 자식이 있어도 공감대를 나누는 친구만 할까싶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해가는 아버님
신수가 훤해지는 아버님을 보면서
마나님 병간호 10년 넘게 하신 아버님에게
저하늘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으로 미사리 카페란 곳에도 가봤단다.
종로 영화관에도 간것 같다.
울 아버님 내가 영화 보러 가자 했을때 그런거 안본다 해놓고
이제 그분으로 인해 문화생활에 눈을 뜨신듯하다.
산에서 만나 산에서 만난 인연으로
건강하게 데이트 하시는 모습 너무 좋다.
처음엔 온갖 좋은것 드시고 좋은데 다니시고
내 배가 좀 아팠다.
인간이 미성숙해서인지
나가 사먹는 음식 질색이라 외식하자 그러면 더럽다 싫다던 분이라
여친 생기니 매일이 외식이라
이 못된 며느리 솔직히 배아팠다.
더 힘들었던것은
따로사니 얼굴이 더 좋아졌단 주위분 말씀에
내 자격지심 발동하여 그동안 내가 잘 못모셨단 소리로 해석하고
한동안 쓰디쓴 마음에 아버님이 미웠다.
그러나 이제 다르다.
열자식 무슨소용이냐 한명의 부인이 최고다 란 정말인거같다.
내가 가장 못해주는 것 자식들이 제일 못해주는 것을
바로 여친이 해주신다.
그건 바로 외로움을 채워주시는것이다.
처음 노심초사 따로사니 반찬걱정도 했지만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반찬이 꽉차 있으시다.
김치 물어보면 아버님이직접 담가 드신다고 신경쓰지 말랜다.
또 두분이서 서로반찬해서 나누시고
김장도 같이 해서 나누시고 이제 자식은 약간 열외이시다.
그러나 마음속엔 자식들이 있을것이다.
두분은 지하철 10분거리 사셔서
항상 지하철역에서 만나 산에를 가신다.
가끔 서로집에 초대해서 뭐 만난걸 해드신단다.
산에 가실땐
아버님은 과일과 물을
그분은 점심 도시락을
저녁은 아버님이 사신단다.
친목회때 매년 회비만 내시고 부부동반에 빠지셔서
내심 내 마음이 좋지않아 내가 따라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프신 어머님도 봐야하고 애도 있으니 불가능했다
아버님도 그냥 가시지 않으셨다.
아내가 아파 집에 계셨으니 혼자 가서 떠들고 노는 것 자체가
힘들었나보다.
이제 손잡고 친목회 참석 하실분 계셔서 좋으시겠네요.
하니 아버님 얼굴 밝으시다.
그분과 갈때가 많으신지 우리가 간다거나 전화하면 늘 바쁘시고
집에 계시지 않고 바깥이랜다.
웅크리고 궁상맞고 처연하게 사시는 것보다
가실곳이 있으시고 옆에 친구가 있으니 즐겁게 사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분이 나와 둘이 있을 때 그러신다.
아버님과 만나서 무슨 음식을 드실때 늘
"이건 우리 며느리가 잘 만드는데"
"이건 우리 며느리가 자주 만들어 준다. 애가 참 착해"
"이건 우리 마누라가 잘먹었는데"
스멀 스멀 나도 모르게 가슴에서 아지랭이가 피더라~
아버님도 따로 사셔도 내가 가끔 아버님 생각하는 만큼
딸만큼 터놓고 이야기 할 편한 존재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같이 산 며느리 생각 하시는구나 하고 조금은 서운한 맘이 날아간다.
이렇게 난 여린 며느리다
때론 이게 싫어 모질게 할때도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 생각해서
내 사랑하는 남편 아버지이기에
미워도 하고 사랑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데 아버님 제발 여친 앞에서
어머님 이야기는 자꾸 하지 마세요.
다른 자식들이 그런다.
우리 아버님 생애 어머님 빼고 연애가 처음이라
서툴고 여자마음을 몰라서그런다고.
그래서 그분도 남편 이야기 자꾸 하는걸로 복수하신다는데
아직도 우리아버님 눈치 없으시덴다.
두분이 소꼽장난같다.
모든 가족들도 처음 생각이야 어찌되었건
아버님에게 늦게 찾아온 로맨스를 두고
"우리 아버지는 그럴 자격 있으시다."
"우리 아버님은 그럴 자격 있으시다."
라고..........
아버님 대신 아시죠?
방에 있을 땐 방문 30cm 열어 놓고 계세요.
제가 언제 갈지 몰라요.
전 연애의 방해꾼이니까요.^^ (다음 미즈넷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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