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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의 해뜨는 풍경새해의 시골집에 해뜨는 모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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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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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계사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올겨울은 유례없는 혹한의 추위로 시골집 주위가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을 동경한 끝에 귀촌한 시골 생활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도 좋지만, 겨울에 추위를 견디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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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의 처마끝에 긴 고드름이 매달리고굴뚝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며 감나무 쪽으로 바람에 연기가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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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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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헌 집을 수리해서 이사했는데 도시 아파트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외풍이 심하고
난방비가 많이 든다. 시골집 20평 정도면 한겨울 한 달 동안에 경유 2드럼은 족히 필요로 하다. 한 달에 50만 원에서 큰 집은 100만 원 정도의 경유가 소요된다. 서민의 생활비 50% 이상이 난방비로 들어가는 셈이다. 현대에는 이동 통신비와 난방비가 가계수입의 절반 이상이 들어가는 시대다.
지금 농촌은 마트에 진열되어 눈을 유혹하는 먹거리를 포함하여
가계소비 지출과 무조건 대학은 보내야 부모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여기는 세상 풍조 등으로 농촌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집안 농사일과 바깥 일을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농촌의 반 농촌화로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IT 강국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농촌에 노인들도 한겨울에 인근 하우스 시설에서 아침 여섯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쪽파단 묶는 일을 하며 일당 이만 오천 원을 벌면서 한겨울을 보내는 노인들도 더러 보인다.
시부모 모신다고 한세월을 보내고 자식 키워서 도시로 다 내보낸 농촌 노인은 명절에 손주손녀 손에 쥐어 줄 세뱃돈을 벌기 위하여 일한다. 요즘은 세종대왕보다
신사임당 그림이 있는 지폐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어른들이 "돈 돈"하면 아이들은 그대로 어른들의 그림자를 밟으며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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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지피기구들방 난방을 위하여 가마솥을 걸고 아궁이에 참나무로 불을 지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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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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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뜨끈한 구들방 생각나서 아산에서 구들장을 구매한 후에 황토와 함께 구들방을 만들어서 땔감으로 불을 지펴본다.
기름값 오르니 땔감도 덩달아 올라서 나무 1톤에 8만 오천 원에서 9만 원이라고 해서 주문했는데 1톤 트럭에 적당히 가져와서는 이십만 원을 달라고 한다. 귀촌 귀농정책에 앞서 농촌에도 난방비 절감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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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에 배추의 냉해 방지를 위해 덮게를 씌었습니다.시골집 텃밭에 채소들을 덮게를 씌운덕에 한겨울에도 채소를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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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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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텃밭에는 노란 속 배추가 덮개를 덮어 놓은 덕에 자라고 있다. 한겨울에 단맛의 감칠맛이 도는 채소를 섭취하는 시골살이의 묘미가 있다. 특히 서리맞은 배추로 김치를 담그거나 배추쌈을 먹으며 달고 고소한 맛이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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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견과 강아지의 모습금순이 어미견과 방실이 강아지 견이 닭장에가서 닭과 토끼들을 구경하고 돌아 오는 모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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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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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이와 방실이 모녀는 추운 줄도 모르고 시골집마당에서 잘 논다. 금순이는 모성애가 얼마나 강한지 돼지뼈다귀나 맛있는 음식은 자기 새끼에게 물어다 주고 입에 들은 것도 뱉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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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 텃밭의 풍경시골집 텃밭에 대파가 눈속에서 자라고 두더지가 흙을 파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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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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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는 한겨울 눈 속에서도 파란색을 유지하고 있다. 생명력이 강한 대파와 노지 딸기도 눈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간다. 하얀 눈 위에 황토를 누가 반죽해 놓은 듯 떠올려 놓았다. 가만 보니 두더지가 땅 밑에서 작업한 모양이다. 이렇듯 추운 날씨에도 자연 속에서는 살아 숨 쉬는 것들이 존재함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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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동설한 속에서 항아리속에 어미 토끼가 아기를 낳고제 목털을 뽑아서 보호한다. 너무 추워서 상자에 담아 집안으로 데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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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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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토끼장에 먹이 주러 갔는데 항아리에 짚이 꽉 채워져 있는 것이 수상하여 손을 넣어 보았더니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지푸라기를 파헤쳐 보니 항아리 깊숙한 곳에서 아기토끼 네 마리가 제 어미가 뽑아서 만든 털 속에서 모여 있었다.
이 엄동설한에 어린 생명이 숨을 쉬고 있었다. 얼룩이 어미와 함께 작은 철장 속에 넣었다가 너무 추운 날씨에 아기 토끼들을 상자에 담아 집안으로 들여와서 배추 잎사귀를 준다. 하루에 한 번씩 어미 토끼를 데려다가 젖을 먹이고 나머지는 채소와 고구마, 사과, 사료 등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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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아리가 자라서 수닭이 된 모습작년 봄에 병아리가 자라서 멋진 수닭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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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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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가족 보양식으로 큰 녀석이 대게를 사 가지고 왔다. 아직 대학생인데도 스스로 아르바이를 해서 가족을 챙기는 모습이 기특하다. 덕분에 닭들이 오랜만에 키토산을 함유한 대게 껍질을 포식한다. 작년 봄에 중병아리를 사다가 길렀는데 닭의 벼슬이 자라고 윤기가 흐르는 멋진 수 닭으로 성장한 모습이다. 닭들은 달걀 껍데기와 음식물 찌꺼기 등을 모두 먹어 치우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음식물 처리에 도움을 준다. 추운 날씨 탓인지 암탉이 아직 알을 낳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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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들이 닭들과 함께 살아요.토끼들이 닭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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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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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과 한 우리에서 사는 토끼들에게는 꽁꽁 언 배추와 얼은 호박을 톱질해서 준다. 토끼는 마른 콩 껍질도 잘 먹고 한 달에 한 번씩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작은 구멍이라도 있으면 족제비가 들락거리며 새끼 토끼들을 죄다 물어가기 때문에 토끼장을 만들 때는 틈새 없이 작은 그물망으로 만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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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순이와 방실이가 토끼와 닭을 구경하는 모습금순이와 방실이가 닭장 문간에서 닭들과 토끼들이 아침식사하는 모습을 구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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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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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이 방실이 모녀가 닭장 문 옆에서 닭들과 토끼들이 아침 식사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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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 주위 논밭에 겨울 풍경입니다.한겨울에도 흙속에서는 생명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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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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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에 덮인 흙 속에서는 봄이면 노래할 작은 생명이 곳곳에서 숨 쉬고 있음을 본다. 말과 글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 속절없는 인간의 생활상을 반추해 보고 단순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신비함 속에서 사람이 취해야 할 본 모습을 각성하게 된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잃어가고 있는 나의 정체성을 살펴 볼일이며 끊임없는 자연의 순환계 속에서 인간은 작은 점에 불과 하지만 인류의 문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시골에서 동물들을 기르며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토끼는 족제비의 습격을 피해 땅굴을 파거나 은밀한 곳에 제 목 털을 뽑아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 제 새끼를 낳는다. 개는 주인이 자기 새끼를 나무라면 금방 표정이 변하며 사람처럼 서러워한다. 그리고 제 새끼를 위하여 돼지뼈다귀를 물어다 준다. 사람처럼 동물도 감정이 있고, 모성애가 있음을 본다.
4년 동안 자연의 섭리와 삶의 본질을 직시하며 지구는 공생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 텃밭의 대파가 엄동설한에 눈 속에 파묻혀서 생명을 이어가고 감나무, 복숭아,
매화나무도 마른 나뭇가지 속에 작은 꽃눈을 만들며 봄을 준비하고 있음을 본다.
이렇듯 자연은 소리 없이 자기 할 일을 하며 질서를 이어가고 있으나 유독 사람 사는 세상만이 시끄럽고 조용할 날이 없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다. 내 본능에 충실한 나머지 스쳐 가는 인연에 눈물을 흘리게 한 적은 없는지, 내 삶의 비중이 감정의 사치에 치중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혹한의 추위에 자연 가까이에서 오래된 벽돌집에 의지한 채 난방비 절감을 위해 비닐을 치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추운 삶을 읽어내는 세상이 되기를 새해에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