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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농촌 신풍속도 - 걷기로 건강 챙긴다

 2010 농촌 신풍속도 - 걷기로 건강 챙긴다
“농사일은 노동일뿐 운동은 안돼”

“걷기를 하면 기분이 상쾌하고 함께 걷는 친구들과 마을 대소사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어 너무너무 좋습니다.”

전남 나주에 사는 여성농업인 박순남씨(53)는 매일 밤 9시부터 한시간 반 동안 친구 2~3명과 같이 마을 인근에서 빨리걷기를 한다. 걷다보면 할머니·할아버지도 자주 만난단다.

벼농사(1㏊)·밭농사(3,300㎡·1,000평)·하우스농사(2,970㎡·900평)를 지으며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중노동을 하느라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되지만 박씨가 굳이 시간을 내 걷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녀의 대답은 간단 명료하다. “농사일과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다. 들에서 중노동을 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면 다음날 몸이 천근만근이고 일어나기도 힘들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걷기를 하면 다음날 몸이 가뿐하다.”

그래서일까. 지난봄 보건소에서 체지방 등을 검사 받아 본 결과 아주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고, 살도 많이 빠졌다. 하우스농사 짓느라 아팠던 허리도 많이 좋아졌다. 함께 걷기를 하는 친구들도 비슷하다고 그녀는 자랑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걷기를 통해 건강을 지키려는 농업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운동하는 시간이나 계절도 따지지 않는다. 농촌에 ‘걷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안명희 경북 의성 다인농협 부녀복지과장은 “지역 내 어느 마을이든 가 보면 평균 3~4명의 남녀 농업인들이 마을 주위나 뒷동산, 학교 운동장 등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걸 볼 수 있다”며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고 밤에 일부러 시간을 내 운동하는 것을 보면 정말 지극정성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농촌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왜 많은 농업인들이 걷기에 관심을 기울일까.

우선 걷기 효과에 대한 각종 대중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걷기가 허리통증 등 농부증 치료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전문의들의 조언도 한몫 거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먹을거리의 변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농업인들도 육류 등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비만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자주 섭취, 당뇨병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기계화가 보편화되면서 중요한 농사일을 농기계로 대신한 결과 육체노동이 과거보다 다소 줄어든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년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보내려는 농업인들이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특히 늙어서 아프면 자식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농업인들이 많아 걷기 등의 운동을 하는 농업인들은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hcho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