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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귀촌 선택인가? 필수인가?

'귀농(歸農)귀촌(歸村)'.. 선택인가 필수인가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작..'귀농 전쟁' 올 수도..낭만적 접근 금물..'인생 2모작' 목표 뚜렷해야

최근 귀농(歸農), 귀촌(歸村)을 선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파악한 작년말 현재 귀농.귀촌 가구는 전국적으로 4천80가구로

전년 2천218가구보다 1천862가구(84%)나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돼 귀농 행렬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귀농 가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50대(1천114가구)와 40대(1천가구)가 가장 많다.
그러나 60대 이상(847가구)과 30대(499가구)도 만만찮고 20대(71가구)도 눈에 띈다.

귀농자들 가운데는 정작 농사보다 전원생활을 동경해서 농촌을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
70~80%는 농사를 새로운 직업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라는 게 농정당국의 설명이다.

전직을 보면 자영업이 가장 많다.
지난해 불어닥친 세계적 경제 위기로 도회지의 사업을 접고 농촌을 찾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요즘은 '인생 2모작'을 일군다거나 여생을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농촌을 향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발길도 점차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본격 가세땐 '귀농전쟁'? 역(逆)탈농?

이처럼 작년 한 해 새로 귀농한 가구가 전국적으로 2천 가구에 육박할 만큼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귀농 행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만 55세를 맞아 은퇴가 시작되는 1955년생을 필두로 1963년생까지 전국적으로 712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 대다수가 10년 안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은퇴자 가운데 상당수는 성장 환경이나 사회적 여건 등으로 노후를 따로 설계하고
대비하지 못한 채 불안한 노후를 맞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농촌을 떠나 도회지 생활을 하면서도 농촌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던 은퇴자는 물론
농사를 지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50대 중ㆍ후반∼60대 초반의 많은 '젊은 노인'들이
귀농이나 귀촌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적게 잡아 이들 베이비붐 세대의 5%만 귀농에 나선다고 해도 35만명가량이나 되며,
동행하는 일부 자녀나 부모까지 합하면 향후 10년간 40만~50만명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대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연간으로 따져도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의 이동이 본격화되면 최근 추세의 5∼10배에 가까운
1만∼2만 가구가 귀농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그야말로 '귀농 전쟁'이 벌어지고 현재 농촌의 인력난과 초고령화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 농대 김충실 교수는 "은퇴자들의 귀농 러시는 곧 농사 인력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인만큼
관련 정책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귀농 정보 홍수..당국 지원 강화 추세

IMF 직후 귀농 바람이 불기 시작한 10여년 전과는 달리 요즘은 도처에 귀농 정보가 널려 있다.
개인 블로그를 이용해 관련 정보를 나누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카페나 관련 사이트도 여럿 개설돼 귀농 희망자들의 갈증을 달래주고 있다.

지역마다 농업인 단체나 민간이 운영하는 각종 '귀농학교'에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구 늘리기 차원에서 귀농을 적극 유치하려는 자치단체의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충남도는 최근 귀농이 급증하자 올 한 해 111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귀농인들의 정착을 돕기로 했다.
충남도는 특히 최근에 서울시와 연암대학(천안 소재) 등과 업무 협약을 맺고 4월부터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귀농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폭적인 귀농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귀농 가구가 가장 많은 경북도는 '귀농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해 유입 단계와 초기(귀농 1년차),
정착(2∼3년차), 안정(4년차 이상) 등 4단계로 나눠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는 특히 안정 단계에 있는 농업인들을 '창업 농업경영인'으로 집중 육성하고자 최대 2억원까지
저리 융자해 주는 등 전국의 거의 모든 자치단체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귀농을 적극 권하고 있다.

강원 양구군은 3억여원을 들여 아예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교육실과 기숙사 등을 갖춘
'귀농촌종합지원센터'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내달 문을 열 예정이다.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올해부터 귀농자를 파악해 추적 관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빈집 수리비와 정착지원금(500만원)이 지원되고 있고 2억원까지 융자도 가능하다.

◇사전 준비ㆍ마케팅 관건..'묻지마 귀농' 여전

요즘 귀농자들은 옛날과 달리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는 게 일선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귀농 실패자들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귀농을 원하는 지역
자치단체가 마련하는 각종 귀농 교육 프로그램에 미리 참가하는 등 옛날과 다른 분위기라는 것.

어디에 가서 무슨 농사를 어떤 규모로 지을지, 작물 판로는 어떻게 할지 등을 철저히 분석한 뒤에
귀농하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주문이다.

무엇보다 이왕 귀농을 결심했다면 도전 의식을 갖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는다.

느슨하게 준비했다가는 결국 다시 짐을 쌀 수 밖에 없는 만큼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비상한 각오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막연한 동경'으로 귀농을 선택했다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 절박하지 않은 일부 귀농자들의 경우 농사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데다 해당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또한 1, 2년 농사를 짓다가 소득이 기대에 못 미치자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등 정착을 하지 못하는 양태는
귀농이 붐을 이루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일선 자치단체들이 파악하고 있는 귀농 성공률은 지역에 따라 10%에서 90% 정도까지 편차가 크다.

이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힘든 데다 '귀농'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귀농의 성공 여부는 4∼5년을 경과해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귀농 정책 담당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 정도 기간이 지나야만 농사일을 잘 할 수 있는지, 농촌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귀농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지역 특성에 잘 맞으면서도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북 청송지역의 경우 최근 5~6년간 귀농한 230여 가구 중 130여 가구가 사과 재배에 나서고 있다.

이 지역이 사과 재배지로는 최적지로 손꼽히다보니 최상급의 사과를 생산, 일정한 소득까지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청송지역 귀농 가구의 4~5년 뒤 정착률이 90%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공적인 귀농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특작물 재배 뿐만아니라 인터넷이나 주문 판매,
농협을 통한 계통 출하 등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판로개척 등 마케팅이 필수적인 요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하다 귀농해 상추 등 야채만으로 연간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윤훈식(47.경북 예천군)씨는 "유통업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에 판로를 마련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여기다 상추 재배에 관한 한 최고 기술자를 모시고 자문을 받는 등 최고 품질의 채소를 생산하는데
힘을 쏟다보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천안 연암대학 귀농지원센터 송기선 팀장은 "경제적 이득도 중요하지만
해당 지역의 농업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으로 귀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웃과 잘 어울리면서 작은 규모로 시작해 차근차근 농사에 전념하다보면
어느새 경쟁력있는 지역 농업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