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떠났다가 시골에서 떠나온지 이제 1년이 넘었네요. 젊은 나이에 큰 꿈을 안고 시작한 귀농이었는데, 일단은 실패로 끝났네요. 여전히 마음은 시골에 있습니다만, 이곳 귀농사모에도 근 1년만에 접하여 이 글을 남기네요. 다들 힘들지만 잘 사는 얘기들만 있는듯하여 저처럼 실패기도 시작하는분들에게는 도움이 될까하여 글 남깁니다.
일단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네요. 꽤나 힘든 병으로 시골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시골생활의 고됨때문에 생긴 질환은 아니구요. 살다보니 일어나는 이런저런 안좋은 일들중의 하나가 마침 그 시절에 일어났다고 해야겠네요.
여튼간에, 제가 귀농을 향해 마음을 잡은 후로. 제딴에는 제대로 한다고 귀농학교며, 부동산경매며, 시골의 그야말로 유명무실할만큼 먼 친척에게까지 찾아가며, 귀농 준비를 했습니다. 준비기간도 3~4년정도 되었으니 넉넉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부족할정도의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네요.
먼저 귀농학교를 다니면서 느낀것은 이렇게 소박한 꿈을 꾸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것이었습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나이들어서도 여전히 꿈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에 반했었죠. 그렇다고 가슴에 품은 꿈처럼만 살겠다고 시골로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어릴적을 시골에서 보냈기에 시골삶이 어떻다는 정도는 알고있었죠.
처음,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먼 친척분의 도움으로 경매를 통해 산땅은 사기전 그 친척분의 말과는 달리 가격도 경매가격이라기 보다는 현시세에 가까웠고, 옛 땅주인과의 마찰까지 불거져 사용을 포기하다시피 해야했습니다.
두번째는, 귀농사모에서 만난 분의 땅을 사게 되었는데요. 사람이 참 좋더군요. 아직은 생소하여 손에 익지 않는 연장사용법이며, 농협을 이용하는 방법이라던지, 집과 연장등 이것저것 손이 가는 것들에 대해 잘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달정도 그분아래에서 인턴생활을 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 분땅을 샀는데요. 후일에 알고보니 제가 두배도 넘는 차익을 남기고 파셨더군요. 그렇게까지 하고 어찌 태연한 얼굴로 시골의 삶이란 어쩌니 저쩌니 하며 이것저것을 가르쳐주기까지 했는지, 저와는 다른 외계의 사고방식인지, 철저한 사기꾼인지 헷갈리기 까지 하더군요. 싼땅을 비싸게 사고, 그 사람 좋게 등기할때도 싸게 공시지가로 한 덕분에 저는 세무조사 까지 받았습니다. 다행이 통장거래내역이 있어 거래사실이 증명되었고,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제가 아닌 땅판 그사람에게 추징되었습니다. 생돈을 사기당했는데, 엉뚱하게도 정부 좋은일만 시켜준 꼴이죠.
우여곡절끝에 안착한 땅이지만, 생활은 그럭저럭 좋았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와서 좋고, 맑은 날은 맑으니 더욱좋고.. 생활도 빈곤에 쫓겨 지칠만큼은 아니었으니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헌데, 건강때문에 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안좋은 일들이 좀 많았지요. 살면서 이장과도 좀 껄꺼럽기도 했구요. 참 별사람들이 다있더군요,
언젠가는 카페분들이 땅을 판다는 제글을 보고 몇분이 오셨더라구요. 제가 사는 곳에 감나무가 몇그루 있는데, 마침 감이 탐스럽게 열려있던 시절이었죠. 땅보러 와서는 감이 참 탐스럽다고 몇개 맛좀봐도 되겠냐고 묻더라구요. 저보다 어르신들이 감 몇개 맞보겠다는데, 당연히 드시라고 했죠. 마침 땅에 몇개씩 떨어지기도 했구요. 저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후에 박스 가득히 감을 따서 내려오더니, "좀 많죠?" 하고는 씨익 웃더라구요. 시골이라는 곳이 농산물은 그저 나눠먹는게 정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가 좀 심하더군요. 농사지은 과실이 돈이되는 시골에서 땅보러 오신분이 같은 귀농자를 배려하는 않는 그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지더라구요. 과실수가 몇있는 관계로 이런일이 여러번 있었죠. 다들 눈앞에 먹는걸보면 자제가 안되나 봅니다. ㅡㅡ;
싼땅 찾는게 당연하긴 하지만, 정말이지 공시지가에도 못미치는 주변시세보다도 훨 싼 가격만을 말하며 백날팔아봐라 팔리나 하는 투로 말하고 간분들도 여럿있었습니다.정말이지 같은 마음으로 귀농을 배우고 꿈꿀때랑 너무 다르더군요. 참 마음 많이 상했었습니다. 그렇다고 귀농자가 환금성이 좋은 곳을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자나요. 다들 상황이 딱하니 그러려니 해야겠죠.
왠일인지 이장도 외지에서 들어온 저를 싫어하더군요. 말마다 툭툭 찌르듯이 말을 하는데, 이것저것 괜시리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소주도 한박스 사들고 찾아뵙고 했는데, 딱히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라 친해지기가 어렵더라구요. 나 밉다는 사람 찾아가서 아양뜨는 기분도 들고... 몇 살지않는 마을이라 다른분들과는 그럭저럭 괜찬은데, 하필 이장이 툭툭 찌르니 이게 참 불편하더라구요. 무료로 비료같은거 탈 기회도 말을 해주지 않는등 이것저것으로요.
게다가 땅 팔면서 부동산에서 걸려오는 사기전화는 또 왜그리 많은지...
하지만, 좋은분들한테 도움도 많이 받았죠. 농번기에 친구도 와서 여럿돕고, 가족도 오고, 예초기나 펌퍼등이 고장났을때 카페에 올린 글 하나로 여러분들이 도움도 주시고...좋은 분들도 참 많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것 같습니다. 인터넷카페라는 가상공동체 속에서는 다들 좋은 사람입니다만, 이런 사람들도 자기의 이익과 직결되면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이게 되나 봅니다. 극소수의 몇은 극단적 이기주의자가 되기도 하구요. 물론 대다수의 카페분들은 실제로도 좋은분들이시지만요.
혹 도움이 될까싶어 썼는데, 제 넋두리만 해놓은게 같네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드리자면 귀농을 꿈꾸는 사람에도 정말이지 이런저런, 생각지도 못할 만큼 나 와는 다른 사람들도 많다는 겁니다. 귀농이라고 같은 귀농이 아닙니다. 믿을만한 분은 믿으야겠지만, 사람이 좋다고 다 좋은게 아니고, 나쁜짓을 할려고 나쁜행동을 하는게 아닌 사람들도 있으니까.. 신중해야합니다. 가끔씩은 사기꾼도 있고하니까요. 시작하시는 분들은 거듭 조심조심해야하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여러도움 받은 분들 참 고마웠습니다.
마음은 시골사람입니다. 한동안은 뜸하겠지만 또 언젠가 찾아가겠죠^^.
두손모아공경.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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