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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콩 농사 성공비결

   김규환(kgh17) 기자   
▲ 햇콩, 국산콩 잘 말려야 합니다.
ⓒ 김규환

콩 세 알의 의미

콩 한 알은 몇 쪽으로 나뉠까? 노란 콩을 불려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까맣거나 자주색 씨눈 하나가 있다. 탱탱 불은 얇은 껍질을 벗기면 세 배 쯤 커져서 두 쪽으로 나뉜다. 커져 보았자 빤한 작은 알갱이를 둘이서 나눠 먹을 수 있을까? 마음 잘 먹으면 가능하다.

또한, 콩 세 알 중 한 알은 나 먹고, 또 한 알은 배고픈 날짐승 먹고, 나머지 한 알은 내년 농사 지으면 흙이 먹는다. 이렇게 해마다 반복하여 지금까지 우린 콩을 먹으며 살고 있다. 이렇게 나눠 먹는 의미심장한 삶의 교훈과 정성, 배려에 감복할 따름이다.

▲ 콩을 베어서 며칠을 말려야 깨지지 않고 탈곡이 잘 됩니다.
ⓒ 김규환

콩 알부자 5.6톤 거둔 비결

김규복(저의 친형님이십니다)씨는 콩 부자다. 콩 알부자. 국산 콩 지키기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올해 수확한 콩이 자그마치 140가마(가마당 40kg)다. 5.6톤(ton)이나 생산했으니 '콩박사'라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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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당은 온통 콩으로 채워져 있다. 벌써 콩 타작을 시작한 것이 보름째이지만 아직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닷새 이상 콩을 거둬들여야 일단 하루라도 편히 몸을 쉴 수 있다.

이 많은 양을 과거처럼 도리깨로 두들기면 대체 며칠 동안이나 거둬야 할까? 기술이 좋아서 그나마 이 정도 분량을 해치우지 정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베서 나르는 것은 사람이 할망정 타작은 기계가 척척 해내니 꽤 일손을 덜 수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전국에 걸쳐 잦은 비로 거의 콩알이 익지 않은 상태에서 거둔 그의 실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올해 콩 농사를 직접 지어 봐서 안다. 얼마 되지 않은 땅에 김 매고 콩잎 따서 잘 익도록 도왔지만 허사였다. 수확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데도 김규복씨는 자신이 예상했던 수확량의 10% 내외만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 비결이 뭘까?

▲ 콩 타작. 트랙터에 싣고 다니다 기계를 내리고 적당한 양을 먹여주면 콩이 나옵니다.
ⓒ 김규환

귀향 후 휴경지를 활용하여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형은 일찍이 서울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도시 생활이 맞지 않아 낙향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논농사, 흑염소 농장, 소 사육 등 여러 농사를 거듭 실패한 끝에 5년 전부터는 나무 농사와 콩 농사만을 고집하는 젊은 농사꾼이다. 그게 다시 농사짓는 데 동의한 형수님과 굳게 맺은 약속이고 조건이었다.

이제 나이 39살인 형이 농사에 접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더 이상 논농사, 밭농사, 축산으로는 기업 농가와 외국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잘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결정했다.

어찌어찌 살다보니 땅 한 평 없이 시작한 농사. 그렇다고 그게 형을 주저앉히지는 못했다. 요즘 시골 농촌이 그렇듯 형이 사는 고향 주변의 땅은 겉만 농촌이지 실은 젊은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양로원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경작할 사람이 없어 묵힌 땅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그것이 형에겐 기회로 작용했다. 휴경지(休耕地)를 빌려 초기 몇 년은 나무를 심고 이후 나무가 커 가는 동안은 소출이 미미하고 최소 2~3년은 걸리므로 대체 작물,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콩 농사인데 집집마다 땅을 빌려 일정한 지대(地代)를 물거나 아예 무료로 짓기로 하고 나중에 감사의 뜻으로 콩 몇 되나 몇 말을 주고 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렇게 빌린 땅이 고향 화순 백아산(810m) 일대에 몇 만 평이나 되는지 형 자신도 정확히 모른단다.

▲ 후두둑 떨어지는 콩.
ⓒ 김규환

콩 농사 방식부터 남달라

형이 짓는 콩 농사 방식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 국산 콩은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많아야 2~300평 정도의 밭에 호미로 파고 두세 알 집어 넣어 흙을 덮는 원시적·전근대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형은 트랙터가 주요 기구다.

봄이 지나 일단 풀이 나면 이리저리 밭을 옮겨다니며 로터리를 쳐 준다. 한 열흘 지나서 거친 마른 풀 줄기를 한번 더 갈아주면 뿌리까지 말라비틀어진다. 그 위에 드문드문 콩을 흩어 뿌려주고 약하게 로터리를 쳐서 덮어주면 그걸로 끝이다. 사후 작업은 새 풀이 나기 전에 제초제 한번 하는 걸로 일년 농사짓기를 마무리한다.

▲ 콩깍지를 먹이는 모습. 손이 빨려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 김규환

여기서 잠깐 알아둬야 할 것이 있는데, 유기농산물 최대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단체인 (사)한살림 등 생활협동조합에서마저 잡곡에 있어서는 스스로 무농약과 유기농(무농약+무화학비료+무제초제)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그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 주곡 이외의 잡곡(콩, 팥, 율무, 조, 옥수수, 수수, 기장 등)은 국산(國産)이라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콩 농사는 모내기 전후로 5월에 많이 심지만 형은 일자를 꼭 지킨다. 반드시 날짜를 더 늦춰 6월 6일 전후로 씨뿌림을 한다. 그러면 20여일 가량 늦춰 뿌리지만 알맹이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빨리 맺히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초기 1년은 형을 도와 이틀 동안 힘들게 콩잎을 따주는 작업을 해봤는데 그 이후론 그 작업은 생략한다고 한다.

▲ 작년까지는 이렇게 콩깍지와 검불이 많아 일일이 풍구와 선풍기로 골라내야 했는데 올핸 좀 편해진 것 같습니다.
ⓒ 김규환

콩 타작 현대화·기계화된 모습

며칠 전 내려가서 본 콩 타작 풍경은 사뭇 달랐다. 한 무리는 다른 마을에서 콩을 베고 있었고 일곱 사람은 형을 따라다니며 콩 대를 걷어 한 곳에 모으고 트랙터에 연결된 타작 기계에 마른 줄기를 넣자 알맹이는 가마니에 후두둑 떨어지고 줄기와 검불은 따로 분리되어 나왔다.

옆에서 한 사람이 콩을 한 깍지씩 떼어주고 한사람은 가마니를 잡고, 또 한사람은 검불을 긁어낸다. 나머지는 달음박질을 하며 콩을 한 꾸러미씩 들고 온다. 이렇게 두세 배미를 마치면 콩을 차에 싣고 트랙터는 기계를 살짝 들어 이동을 한다.

수확한 콩을 실어 옮기는 것과 그 많은 인부의 밥을 해 나르는 일은 형수의 몫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인부를 실어다 주고 콩을 부리는 작업의 연속이다. 그러니 형이 콩 농사를 짓는 곳은 가까운 서너 마을이 아니라 면(面)과 군(郡)의 경계를 넘나든다.

▲ 콩 가마가 여러개 쌓여 있지요? 바닥엔 콩 바다입니다. 이렇게 많을 때는 상관없지만 조금 얇게 널린 곳에서는 노약자는 넘어져 코 깨지는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 김규환

[인터뷰]형님 입을 통해서 콩에 대해 들어봤다

글쓴이 註: 친형이지만 독자를 위해 존댓말이 오갔습니다. 광고성 기사 같지만 농촌을 살리는 한 방법을 소개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수확량은 얼마나 됩니까?
"애초에는 40kg들이 160가마 정도 예상했는데 다소 줄어 140가마는 나올 것 같습니다."

- 매년 콩 재배 기술이 느는 것 같습니다.
"하다보니 이젠 기술자가 된 듯합니다."

-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아예 쭉정이라 합니다. 수확을 포기한 사람들도 많지요. 콩 농사 지은 지 몇 년 안됐지만 파종 시기가 중요해요. 꼭 5월에 심는데 잎과 줄기만 무성하게 자랄 뿐 여물지가 않거든요. 알다시피 해마다 6월초에 심으니 아무 탈없이 잘 됩니다."

- 대단한 발견을 하신 거로군요.
"하다보니 됐고 책을 보며 공부를 좀 했지요."

- 2주 전에도 콩 타작에 바쁘던데….
"아직 다 거두지 못했지요. 한 5일은 더 해야 끝날 것 같습니다."

- 그럼 그 많은 콩을 또 말려야겠군요.
"걱정입니다. 며칠 동안은 몸이 지쳐 아무 일도 못 했습니다. 말리는데도 햇볕에 말리다 보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리 마당뿐만 아니라 차로 싣고 가서 다른 분 마당에 널어 둔 게 더 많습니다."

- 힘들이지 말고 그냥 건조기에다 말리지 그렇습니까?
"누군들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좋은 콩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지막 인내가 중요합니다. 건조기에 말리면 이틀이면 바짝 마르지만 맛은 훨씬 떨어지거든요. 이왕 농사지은 것 최고로 만들어야죠."

▲ 하절기에는 두부를 쑤지 않는 원리마을 김정자씨가 김규복씨 국산콩으로만 만든 두부.
ⓒ 김규환

- 이 많은 콩을 어찌 다 처분할 계획입니까?
"일단 절반 정도는 수매와 시골 두부집에 팔고 나머지 절반은 메주를 쒀서 직거래를 한번 해 볼 작정입니다."

- 메주 쒀서 말리고 발효시키는 일도 간단치 않을 건데요.
"형수와 마을 할머니 몇 분의 손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어요. 작년에도 해 보았지만 고된 노동의 연속입니다(시간 되면 동생도 내려와서 거들었으면 좋겠구만. 수고비는 챙겨 줄 테니까)."

- 물론 도와야죠. 불러만 주시면 만사 제치고 내려가겠습니다. 한 말에 몇 덩이나 나올까요?
"작년엔 한 말에 일곱 덩이가 나왔는데 -어른들 말씀에 메주는 홀수로 쒀야 한다고 합니다- 올해는 택배 문제도 있고 해서 여섯 덩이로 만들 생각입니다. 포장이 문제가 되니까…."

-얼마 전 들으니까 국내에 유통되는 메주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콩으로 만든 거라는데….
"뭐는 안 그런가요? 하다 못해 농협 김치마저도 값이 싼 중국산 절임 배추를 사와서 버무려서 국산화하는가 봐요. 법적으론 문제가 될 게 없으니까. 아마 콩은 갈수록 재배 면적이 줄어 더 심할 겁니다."

- 메주 판로는 확보하셨는지?
"한 절반 정도는 어찌 팔아보겠는데 나머지는 동생과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어서 고민 중입니다. 마땅한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면 좋겠구만."

- 뭐 다른 점이 있으면 성의껏 팔아보겠습니다.
"가마솥에 장작불로 콩을 삶습니다. 솔잎 추출물을 희석하여 메주를 삶을 생각입니다. 띄우는 방법도 달리할 생각인데 황토방에서 건조 및 발효를 합니다. 덧붙여 일정량 이상을 주문하면 간장 담기 좋은 백아산 맑은 물을 공수할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콩으로도 파실 계획이 있습니까?
"사실 분이 있다면 팔아야죠."

- 전화비 많이 나오겠네요.
"콩 한 가마 팔면 부쳐줄 테니 걱정 말더라고."

- 많이 팔아야 빚 좀 갚겠네요. 하하하
"그랬으면 좋겠구만 모르겠어요."

▲ 작년에 쑤었던 메주 덩어리를 말리고 있는 중입니다. 바닥에 지푸라기를 깔고 방바닥과 벽은 황토를 바를 예정이랍니다.

출처 : 토지사랑모임카페
글쓴이 : 김선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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