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여행이나 휴양활동은 주로 여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요즘은 소득이 높아지고 질 좋고 편리한 각종 레저용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다 관련 산업이 다각화하면서 이제는 겨울철에도 제법 가볼 만한 곳이 많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그린 투어리즘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데, 지역의 각종 자원을 사계절을 통해 체험하고 즐기고 쉴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나 자원이 계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자연휴양림 이용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다양한 경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출장을 가거나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이 모든 휴양관광활동을 만족스럽게 끝마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가 필요할까? 아마도 독자들도 나름대로의 기준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주로 4가지를 꼽고 있다. 앞으로의 연구거리이지만, 일본에서 발행되고 있는 《루루부》라는 여행 잡지가 있다. ‘본다’, ‘먹는다’, ‘논다(즐긴다)’라는 3가지의 동사 어미를 따서 잡지명을 지은 것인데, 필자는 여행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적절히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도 여기에 ‘체험 또는 배운다’라는 단어를 합친 4개의 단어가 휴양활동을 성공적으로 성립하게 하는 기본 요소로서 가장 이상적이 아닐까싶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달에 소개하고자 하는 횡성자연휴양림도 이러한 즐거움을 경험하면서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산림휴양과 그린 투어리즘이 어울린 여행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횡성자연휴양림이 위치한 강원도 횡성군은 경기도에 접해 있는 관계로 수도권으로부터의 거리가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강원도의 특색이 잘 배어 있는 향토색 짙은 고장이다. 잘 보존된 자연환경으로 청정지역을 최근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서울대 의대와 한국과학기술 한림원에서 대한민국의 장수지역 분포와 특성 등을 2004년 12월 심포지엄에서 전격 발표한 결과 대체로 기후와 고도 등이 알맞고 청정공기와 맑은 물이 있는 중산간 지역에 장수인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횡성군은 강원도의 화천·인제·고성·양양·홍천, 전남의 순창·담양·구례·함평·영광 지역 등과 함께 대표적인 장수지역 10곳 중 한곳으로 선정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횡성군은 수도권이 인접해 있으면서도 교통이 불편하여 오지에 속하였지만,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교통이 편리해졌다. 이 때문에 이 휴양림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2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편리한 입지적 특성을 가졌다. 횡성군은 기존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단한 관광지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횡성자연휴양림을 이용할 경우 다양한 연계 이용이 가능하다.
횡성자연휴양림 주변에는 횡성댐과 횡성호, 횡성자연휴양림, 횡성온천, 참숯 사우나, 홀로세 생태학교, 장승모 도자연구원, 천문인마을, 한국통나무학교, 이효석문화마을, 봉평막국수 등 휴양과 농촌체험활동 자원이 풍부하다. 따라서 산림휴양과 그린 투어리즘을 주제로 하는 여행에 이곳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여행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다.
횡성자연휴양림 가는 길
횡성자연휴양림은 영동고속도로 새말IC와 중앙고속도로 횡성IC를 통하여 접근할 수 있으며 대체로 30~40분 정도 소요된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의 경우 새말 나들목을 빠져 나와 상하가리 - 정금 - 포동교 방면으로 가면 되고, 포동교 건너기 바로 전에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휴양림이 나온다. 포동교는 이름과는 달리 횡성호와 이어지는 하천을 가로지르는 규모가 큰 교량이다. 중앙고속도로 횡성IC의 경우 횡성읍을 지나 19번 국도를 타고 구방교 - 포동교를 지나 바로 좌회전하여 휴양림으로 접근한다. 대중교통 이용은 상봉 시외버스 터미널(02-435-2122)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40분 간격의 서울 - 횡성간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횡성까지 간 후 택시(15,000원, 10~15분소요)를 이용하거나, 정금을 경유하는 포동교(30~40분 소요)행 버스를 타고 포동교에서 하차 도보로 휴양림까지 접근한다(1km 정도). 버스 승차시 소요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횡성자연휴양림의 이용
2002년 개장한 횡성자연휴양림은 배후의 호명산(537m)이 품고 있는 50ha의 산림지역에 조성한 사설휴양림으로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의 저고리골에 위치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문화원에서 발행한 자료에 의한 지명유래를 보면 저고리골은 신라시대 왕실의 휴양지로 소개되고 있으며,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저고리만 남겨놓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러한 관계로 불교를 숭상하던 신라 불교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터, 3층석탑 등의 유물이 남아 있다. 또한 삼한시대에는 마한의 영토에 속해 있었던 관계로 삼한시대의 유적으로 추정되는 제단과 석인상 및 성터, 남방형 고인돌 등이 남아 있다. 이곳은 또한 1970년대 초까지 수십 세대의 화전민들이 대대로 살던 터전이기도 한 곳으로 논과 밭터, 집터 등이 발견되며, 화전민들이 일구었던 산나물과 두릅재배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러한 인간의 오랜 숨결이 배어 있는 장소에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아담한 계곡, 천연림, 산책로, 등산로, 약수터 등의 자연환경과 계곡과 숲 사이의 30여 동의 캐빈과 방갈로, 휴게소 등의 편의 숙박시설과 어린이 놀이터, 오토캠프장, 물놀이터 등이 어우러져 있다.
자연휴양림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휴게소 겸 식당이 나온다. 취사가 어렵거나 불편한 이용객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곳으로 가격도 일반 음식점과 큰 차이가 없으며 종류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식당 메뉴로는 일반식사류(전라도식 한정식), 잔치국수, 사슴고기 샤브샤브, 오리훈제 등이 있으며, 매점에서는 각종 음료, 주류, 빙과류, 공산품, 잡화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육류, 야채류 등은 사전 주문하면 준비하여 준다. 휴게소 겸 매점에서 안쪽을 보면 넓은 잔디광장이 보이고 광장 주변에는 3평형 8동의 방갈로 단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침구가 제공되며 화장실과 취사는 공동 시설을 이용한다. 방갈로 이용자들은 코펠, 버너, 욕실용품 등은 직접 준비해 와야 한다. 각 시설마다 개별난방이 되고 몇 가지 읽을거리를 비치하고 있는 것이 정겹다. 휴게소 겸 매점에서 휴양림 안쪽으로 곧바로 나 있는 길은 등산로로 이어진다. 휴게소 겸 매점을 지나 바로 좌측 계곡을 가로질러 나 있는 길로 들어서면 낙엽송 숲에 단독형 숲속의 집 21동이 집중 조성되어 있는 시설지구가 나온다. 숲속의 집은 단층형(5평형, 8평형, 10평형), 다락방 구조의 복층형(14평형과 18평형) 등이 있다. 이곳에는 가전, 취사, 침구, 기타 물품들이 대부분 준비되어 있어 이용자는 식재료와 개인 세면도구 및 타월 등을 준비해 오면 된다. 또한 시설 내에서 사용하는 식수는 음용수 합격 판정을 받은 천연 암반수로 몸에 좋은 각종 광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피부에도 좋고 식수로 그냥 마셔도 좋다고 한다. 이 휴양림의 다락방은 이용편리성 면에서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소개하고 싶다. 대체로 휴양림의 다락방은 경사가 심한 사다리식의 계단을 하고 있어 아이들의 사고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계단은 결절형으로 오르고 내려가는 데에 일반 주택과 같은 안정감을 준다.
이 집단시설지구를 지나면 길이 좌측으로 갈라지는데 좌측의 경사 길은 20평형 숲속의 집으로 가는 길이며, 가던 길을 진행하면 어린이 놀이터, 족구장, 물놀이장, 숲속의 집 등이 조성되어 있는 시설지구가 나온다. 숙박시설 내부는 전술한 내용과 같다. 이곳에서부터 계곡이 깊어지고 등산로가 이어진다. 휴양림 내의 물이 얼어 있는 계곡에서는 수심이 얕은 얼음판 위를 아이들이 미끄럼 타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여름철이면 수심이 깊지 않아 계곡 어느 곳에서나 아이들과 즐겁게 물놀이가 가능하다. 휴양림 내에 조성되어 있는 등산로는 모두 4개 코스가 있는데 호명산의 정상 표고는 537m로 그리 높지 않고 경사가 완만하며 대체로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휴양림 안내견들이 등산객들을 안내하여 준다고 한다. 호명산 정상에서는 포동교와 횡성호의 경치를 감상할 수가 있다. 횡성자연휴양림은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사설휴양림으로서 시설이나 운영 및 서비스 내용이 어느 휴양림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휴양림의 자연환경이나 경관도 좋고 산도 험하지 않아 좋지만 여행길에서 맛 볼 수 있는 주변의 다양한 연계이용자원이 있어 한층 여유롭고 즐거운 경험을 줄 것이다.
여행노트
이번 여행은 사정상 급히 서둘러 떠난 일정이어서 휴양림에서의 숙박은 불가능하였지만, 주변의 다양한 연계 휴양 자원을 접할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첫날은 횡성IC를 통해 횡성읍을 지나 횡성온천에서 온천욕을 하고 휴양림을 예약하지 않았던 관계로 횡성온천 인근의 횡성호가 보이는 레이크사이드 펜션에서 숙박을 하였다. 횡성온천은 2002년 개장한 중탄산 온천 입욕 시설로 피로회복, 만성피부병,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시설규모나 내용은 중규모 정도로 온천 입욕을 목적으로 이용할 만하다. 횡성댐이 보이는 펜션은 두 곳으로 2004년도에 개장하였으며 시설이 고급스럽고 정갈하였다. 가족이 경영하고 있는데 모두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 식사가 제공되지 않아 횡성읍에 나가서 식사를 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주인에게 아침 정도는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언을 하였더니, 집 앞 공터에 밭을 일구어 주말 농장식으로 운영도 하고 올해부터는 수확물을 무료로 식자재로 제공하고, 아침 식사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횡성은 한우로 유명하며 고기질과 함께 우시장의 규모도 매우 크다고 한다. 또한 자연휴양림 인근에는 참숯을 굽는 공장이 여럿 있어 휴양림 등에서 숙박을 하고자 한다면 횡성읍에서 한우와 참숯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다음 날은 홀로세 생태학교를 잠시 둘러보고 바로 횡성자연휴양림으로 향하였다. 휴양림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시설과 현황을 둘러보고, 관리자에게 잔디광장 주변에 향토 작물을 심는 것은 어떨까하는 제안을 하였다. 주로 보리(꽃꽂이), 수수(아이들 공작), 목화(무조건 신기함), 옥수수(고향의 추억), 산국(국화차), 메밀(향토작물), 감자(강원도의 상징 작물) 등등인데, 비싼 허브나 관리하기 힘든 고가 야생화보다 방문객들이 더 반기지 않을까싶다. 휴양림을 나와 둔내IC로 향하던 중 얼마 안 가서 숯 냄새가 구수하게 나더니 사람들이 저마다 타월을 머리에 둘러쓰고 왔다갔다 하는 광경이 보였다. 하도 신기하여 차를 내려 보았더니, 이곳이 그 유명한 참숯가마를 이용한 숯가마 찜질 체험장이 아닌가. 이곳은 참숯을 구운 가마의 잔열을 이용하여 찜질을 하는 곳인데 그 인기가 보통이 아니다. 이용시 미리 흰 타월과 회색 긴팔 트레이닝복을 가져가면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
휴양림을 둘러본 후 일 때문에 늦어진 점심을 인근 평창의 봉평읍에서 메밀국수로 해결하였다. 이곳은 휴양림에서 둔내IC와 장평IC 한 구간을 달리면 30분 정도에 닿는 곳인데, 그 유명한 이효석 선생의 생가가 있고 주변에 기념공원을 조성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수만 평에 달하는 메밀밭은 개화기인 가을이 되면 푸른 강원도의 맑은 하늘과 가슴 시리도록 어울려 농촌의 서정적인 감동을 전해준다. 작년 이곳을 둘러보았을 때에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알게 된 식당이 ‘남촌’이라는 메밀막국수 집인데, 연중 성시를 이룰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요즘은 이곳에서 구입해 온 질 좋은 메밀가루로 메밀전과 전병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식구들에게 가끔씩 점수를 따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안흥에서 심순례 할머니의 ‘안흥찐빵’ 맛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문의전화 : 휴양림 관리사무소 033-344-3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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