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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귀농귀촌/귀농귀촌 실패사례

[스크랩] 1차 귀농은 실패했지만...

 

1차 실패(?)


귀농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지난 2007년 4월 과감히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남양주시에 작은 선산이 있는데 작은아버님께서 당신 혼자 가질 수도 있는 합유등기를 조카들에게 등재를 해주셨고, 심하지는 않지만 당뇨기를 털어버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달려들었습니다.

야트마한 산이고 이미 배나무가 150여주 있었지만 칡이 덮여있어 다른 과수를 심으려고 했고, 뽕나무심고 오디를 키워보고자 아이디도 오디뽕으로 바꾸었습니다.

산에는 이미 사촌형이 한분 살고 계셨고, 그 형님의 비새는 하우스에 텐트를 치고 제가 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약간의 경사지를 20여일간 손구루마로 흙을 나르며 평탄화하고 27평의 비닐하우스를 쳤습니다.

양재동에서 슈퍼오디와 구찌뽕, 일반뽕나무를 사와 식재하였는데 아무런 비료나 퇴비를 주지않았고 고정목도 대주지 않아 바람에 흔들려 활착에 실패한 묘목도 많았습니다.

무지의 결과는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전기는 연결했지만 수도를 뽑지 못해 100여 미터되는 거리를 물을 날라다가 묘목에 주곤 하였습니다.

또한 수세미씨앗과 해바라기를 묘판에서 길러보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새싹이 자라고, 달팽이가 밤에 싹을 갉아먹는 사실을 알고는 보초를 서기도 하였습니다.

수세미덕을 올리기도 하고, 앞산의 소농장에서 나오는 우분으로 퇴비도 만들었습니다.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술도 빚어보고 싶었고, 닭알도 부화해 방사로 키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풀과의 전쟁...

귀농을 위해 삽도 튼튼한 쇄삽, 낫도 묵직한 조선낫을 샀는데...

땅을 고르며 무거운 삽을 사용하고, 풀을 벨 줄 모르니 무조건 힘으로 휘둘러 베다보니 오른팔 관절에 무리가 왔습니다.

파스를 붙이고 약을 먹고 내일은 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악화되었습니다.

종이컵하나를 들어도 통증이 오고, 수저를 들기도 힘들었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오며 통증보다 더 아픈 미련한 제자신의 무지가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두고 온 강아지와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한 일주일에 한번은 산에 갔는데 언제부턴가는 가기가 싫어졌습니다.

비닐하우스에는 제가 쓰던 컴퓨터며 텔레비전, 침대와 장롱이 습기를 먹고 잡초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치료를 하고 있지만 벌써 2달이 되었는데 나아지질 않습니다.

수세미와 해바라기는 각자 알아서 자라고 있을 것이고, 슈퍼오디와 구찌뽕나무는 칡과 전쟁을 치루고 있을 것입니다.

힘이 없으면 귀농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늙고 병들어 은퇴한 후 귀농은 없을 것입니다.

건강이 귀농의 가장 커다란 조건일 것입니다.


전에 하던 인쇄일과 컴퓨터, 인터넷일이 하나도 재미가 없습니다.

새싹이 올라오는, 가지를 뻗어내는 내 새끼같은 내 나무가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팔이 다 나으면 내년에는 더 많은 슈퍼오디와 구찌뽕, 수세미와 해바라기를 심고 닭도 키우고 술도 빚어보겠습니다  

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사모
글쓴이 : 오디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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