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生)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 서산대사 시비(詩碑)에서 -
하늘내린터 촌장의 명절연휴는
참 어려우면서도 늘 감사하며 존경하는 바깥사돈을
졸지에 황망히 보내드린 슬픈날들이었습니다.
비보를 접하고 달려간 오백리길..
그 어렵고 귀한 사돈의 연을 맺은지 어언 10년 가까이
부족한 여식을 맡겨드림에 늘 조마조마 뵐 낯이 없었던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뭔 삶이 그리 바빴는지 생전에는 찾아뵙지 못하고
가시는길 배웅이나 하러가다니 참으로 죄송하고 송구하여 죄책감에
시도때도없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사돈집 잔치에 감놓아라 배놓아라' 하는말은
어려운 관계에 참견해서는 아니되는 왕푼수를 칭하는 말인데
평소 지인들과 귀농귀촌인들에게 양택(집터)과 음택(묘터)을 봐주던
반풍수쟁이 하늘내린터 촌장이 오늘은 생전에 못한 도리로 편안히 영면하시며
자손만대 발복의 기운을 주는 사돈어른의 유택을 간산(看山)하게 되니
기가 막히는 기구한 운명이면서도 그나마 죄스러움이 덜어지는것 같아
위안을 삼습니다.
아! 우리 사돈께서 이렇게 좋은 마을에 사셨구나.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소곡리(蘇谷里). 깨어날소에 골(계곡)곡 마을이라..
늘 진취적으로 잘사는 마을로 희망을 품고있는
주변의 모든산이 부드럽고 금강송이 울창한 고즈넉하고 편안한 농산촌마을입니다.
이 좋은 아름다운 마을의 정기를 받아놓았으니
훌륭한 사위 아들이 더욱 대견하고 총명한 손녀들이 더욱 예쁩니다.
삶을 영위하신 집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니 언제고 천렵이 가능한 자연속에 사시면서
가꾸신 온갖것들이 정갈하게 앞마당에 그대로. .
추석 이맘때 쯤이면 꼭 손녀 토깽이들 통해서 손수따신 울진 송이 보내주셨는데..
변고 전날까지도 산에 오르셨다지요. 명절날 오는 자식들 먹이려하셨겠지요.
그리고 사돈인 저에게도.. 또 울컥하니더.. 냉정해지려고 참는게 참 힘듭니다.
터 내주신 바깥사돈 형님께 감사인사드리고 참고할만한 주위의 지명 유래를 들었습니다.
가르켜주시는 손끝의 저 터 ! 아! 감사합니다.
남의 터를 봐줄때도 가끔 느끼긴 합니다만
사돈어른 터를 보는 저이기에 형용이 안됩니다. 슬픔이 감동에 묻혀버리네요.
배산임수(背山臨水), 전저후고(前低後高), 전착후관(前窄後寬)
음택의 3대 길지 명당요건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숨을 고루고 한바퀴 휘둘러보니
거기에 보태서 좌청룡, 우백호, 북현무, 남주작(左靑龍, 右白虎, 北玄武, 南朱雀) 이 뚜렷합니다.
어서 제대로 봐드려야겠다.
기쁘고 들뜬 마음에 비가내리는 궂은날씨에 구두가 진흙이 빠지건말건 단숨에 뛰어올라
혈(穴)자리를 보고 좌향(坐向)을 봅니다.
준비된 굴삭기가 표토층 한꺼풀을 벗겨내는데 굴삭기 삽날이 제대로 안들어갑니다.
비석비토(非石非土:돌도 아닌 흙도 아닌)...
오색토라고도 하지요. 혈자리 제대로 잡았습니다.
굴삭기 도움이 없었다면 장정 다섯이 곡괭이 삽질로 광중파려면 한나절은 걸렸을듯요.
광중터에 편하게 좌중하며 퍼질러 앉아봅니다.
사돈어른 영면하시는자리 먼저 들어가 광중(壙中)에 누워서 편안하신가 느끼고 고개들어 안산을 봐야하는데
지켜보는분들이 유별나다실까 싶어 자제합니다.
안산(案山)을 살펴보며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를 보는데
서남향에 임수(臨水)인 박금천을 건너 부드러운 앞산이 그림책을 펼친양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흠. 배우시지못한 그 한(恨)사후에라도 푸시려는가. 양반다리 좌장하시고 사서삼경 들여다 보시는..
풍수공부하며 머리속에 담은 수십개의 형세속에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이 보입니다.
가시는길에 자손들 편하게 하시려는듯 슬픈 하늘이 열리니 멀리 아련히 구름속에서
힘찬 산봉우리가 보입니다. ???
더 높이 더크게 더 넓게 높이 올라봐야겠다. 사돈의 형님께 여쭈어보니 아구산이라 합니다.
풍수지리도 응용과학입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국토정보 앱을 구동하여 현위치 줌업을 해서 백두대간과 정맥 그리고 지맥을
위성사진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대국의 곤륜산으로 부터 이어진 한반도의 등줄기 우리의 기상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용맥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강과 하천 도로에 끊기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내려져온 혈입니다.
안산(案山)으로 본 아구산을 보니 그 맥을 그대로 이은 안일지맥의 주봉입니다.
백두대간 낙동정맥 안일지맥
태조산이 백두대간 태백산이요.
조산이 낙동정맥 구봉산이고
안산은 안일지맥 아구산이라.
풍수 형국론에서 10대 명당 음택으로 손꼽는
회룡고조형 (回龍顧祖形 :조산에서 빙돌아 내려와 몸을 튼 용이 다시 조산을 바라보는 형세를 한 혈) 입니다.
반풍수 사돈인 하늘내린터 촌장의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사돈어른 참 편하시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함께하셨던 일가 친척 그리고 친하셨던 마을분들이 함께 회다지놀음이 한창입니다.
이 한심한 사돈은 잠깐 세상에 소풍 나왔다가 떠나는 이세상 장례문화는 축제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사돈어른 편히쉬게 하시는 회다지 놀음에 동참하고는 싶은데
지역정서가 있을테니 고민하다가 노잣돈이나 드립니다.
사돈어른. 좋은데 명당 터잡아 편안하십니까.
모두다 내려가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네요.
이자리에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뵈올지 모르는 한심한 사돈이 사돈어른께 잔 한잔 올리며 하직 인사드립니다.
여기 도착하시기전까지도 그리 슬퍼하시더만 모시는 내내 자식들 고생 안시키시려 좋은날씨 주시네요.
덕분에 편히 모셨습니다.
너무 야속하십니다. 뭐가 그리 바쁘셨나요.
우리세대 100세 시대라는데 뭐 그리 바쁘셔서 고희(古稀),칠순(七旬) 다 저버리고 이리 허망하게 가십니까.
훌륭하게 키워놓으신 4남매 사회에 이바지하고 저 이뿐 손녀 토깽이들 재롱 더 보시지 않구선요.
멋있고 훌륭한 사위 아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뒷바라지 못하신거 있으시면 제가합니다.
부족한 저의 여식 며느리 삼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항상 이뻐해주신거 잊지않겠습니다.
고단한 삶이셨지만 이제 좋은터 잡고 쉬시니 자손들 아무쪼록 잘되도록 도와주세요.
그 잘되는 모습들 제가 대신 지켜보며 축하하고 격려하겠습니다.
약주 좋아하셨다는 사돈어른 이제서야 이 못난 사돈이 여기서 한잔 올립니다.
이제 고단하셨던 삶 모두 내려놓으셨으니 영면하시고
그곳에서 만나는날 제가 준비해간 약주로 대작하십시다. 사돈어른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향생각(은희)
https://youtu.be/RUnwwgdJ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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