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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내린터 팜핑캠프/하늘터 주변즐기기

[스크랩] 대간령 옛길, 그곳은 아직 ‘겨울왕국’

대간령 옛길, 그곳은 아직 ‘겨울왕국’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코앞이지만 강원도는 여전히 ‘겨울왕국’이다. 가는 겨울이 아쉬워 대간령(大間嶺) 옛길을 걷는다. 그 옛날 영동과 영서를 이어줬던 대간령은 지금 비박 마니아들만 찾는 잊혀진 고개다. 연이은 폭설에 설국(雪國)으로 남아 있는 옛길은 눈 속에 묻혀 고요하다. 순백의 자연과 만나는 순간 범부의 마음이 연꽃처럼 맑아진다.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에 강원도 측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취재가 가능한가요. 복구가 한창일 텐데…”. 답은 간단했다. 도 관계자는 “피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관광산업 피해 역시 심각하다. 한 명이라도 더 와주는 것이 강원도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에 강원도 땅을 밟았다.

 

대간령(해발 641m)은 대관령(해발 832m)과 헛갈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대관령은 강원도 강릉과 평창군 사이에 놓여 있고, 대간령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간성읍을 잇는 고개다. 태백산맥의 지맥인 설악산맥 북단 마산봉(해발 1052m)과 신선봉(해발 1183m) 사이 안부를 관통한다. ‘진부령과 미시령 사이’라는 뜻에서 ‘샛령’ ‘새이령’이라고도 불리고, 조선시대 지리지에는 ‘소파령(所坡嶺)’ ‘석파령(石破嶺)’으로 기록돼 있다.

과거 대간령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무역 통로였다. 이후 진부령과 미시령 길이 뚫리면서 발길이 뜸해지자 소로(小路)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 덕에 백두대간의 원시 자연을 온전히 품고 있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박달나무쉼터를 들머리로 삼아 길을 나선다. 작은새이령을 지나 마장터를 거쳐 대간령 정상까지 간다. 원점회귀 코스는 8㎞ 거리. 눈밭을 헤치고 가는 까닭에 5~6시간은 족히 걸린다. 길을 나설 채비를 하자 쉼터 주인장이 “지난번 내린 눈 때문에 가는 길이 만만찮을 텐데…”라며 대신 걱정해 준다.

옛길은 초입부터 눈세상이다. 코스를 조금만 벗어나면 눈이 허벅지까지 차오른다. 세상과 동떨어진 고요한 세상. 휴대폰이 ‘사망 선언’을 하자 곧바로 세상과 단절이다.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옛길은 적막하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상큼하다. 메마른 나뭇가지가 한 줌 바람에 사각거린다. 눈밭 밑으로 흐르는 계류는 쉼없이 재잘거린다.

숲길은 순하다. 산자락 유순한 언저리를 파고든다. 급한 경사나 내리막도 없다. 꼿꼿하게 머리를 세운 조릿대와 억새, 장대 같은 나무들이 새하얀 눈밭과 어우러진 겨울산은 한 폭의 수묵화다.

▲인제군 ~ 고성군 잇는 고개
옛날 영동·영서의 무역통로
백두대간 원시 자연을 품어
온통 눈세상, 겨울산의 진수


마장터 가는 길 활엽수림.


옷깃을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겨울산에 취해 40여분 발품을 팔면 작은새이령이다. 여기서부터 마장터까지는 1㎞ 거리. 대간령 옛길 구간의 백미다. 숲은 활엽수 차지다. 하늘로 치솟은 나무는 병정처럼 늘어서 산꾼을 반긴다. 개울을 건너 숲 깊숙이 파고들자 인가가 보인다. 그 옛날 동서 교역이 이뤄졌던 마장터다. 영동지방의 수산물과 영서지방의 농산물이 이곳에서 물물교환됐고, 말과 소가 거래됐던 장터다.

통나무집으로 다가가자 먹이를 찾아 인가로 내려온 멧돼지 가족이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줄달음 친다. 동서 교역이 활발했던 그 옛날 마장터에는 30여 가구가 터를 잡고 살았다. 첩첩산중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광복 전까지만 해도 인제군수와 양양군수가 샛령정상 서낭당에서 서낭제를 올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현재 이곳에 3가구가 산다.

주막과 숙박시설로 사용됐던 역원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마장터는 지금은 산꾼들의 쉼터다. 소박하지만 운치 있다. 앞서 길을 나선 산꾼들이 통나무집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목을 축이고 허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입김이 모닥불처럼 피어오른다. 잠시 발품을 쉰 후 길을 나선다. 완만한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지난 폭설에 계곡은 온통 눈세상이다. 겨울산의 진수를 보여준다.


1시간여쯤 발품을 팔았을까. 산자락이 날을 세운다. 장딴지가 뻐근하고 숨도 가팔라진다. 대간령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좁은 숲길을 굽이굽이 오르면 너덜지대다. 정상을 알리는 돌탑이 수문장처럼 우뚝우뚝 서 있다. 거센 바람이 산꾼을 맞는다.

여기서 좌측이 마산봉, 우측으로 향하면 신선봉이다. 금강산 줄기 끝에 매달린 마산봉은 백두대간 남한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다. 산세가 옹골찬 마산봉 정상도 금강산을 빼닮아 뾰족바위가 솟아 있다. 대간령 정상에서 고개를 넘으면 고성 도원리다. 이 길은 고성 갈래 9경길 중 8경인 새이령 탐방로다. 정상에 서자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백두대간 능선이 여인의 곡선만큼이나 아름답다.

고성 길은 아껴두고 이쯤에서 하산을 서두른다. 박달나무쉼터가 코앞인데 하늘이 어둑해진다.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눈밭에 달빛과 별빛이 쉼 없이 쏟아진다. 자연이 전해주는 따사로운 온기가 추위에 언 몸으로 스멀스멀 기어든다.

[귀띔]빙벽 한번 타고 가실게요

■찾아가는 길:서울 → 경춘고속도로 → 동홍천IC → 속초 방면 44번 국도 → 인제읍 → 한계관광단지 삼거리 → 46번 국도 백담사 입구 → 미시령·진부령터널 방향 → 용대리 → 박달나무쉼터

■주변 볼거리:설악산, 점봉산, 방태산, 곰배령, 백담사, 내린천, 진동계곡, 백담계곡, 미산계곡, 대승폭포, 개인약수, 십이선녀탕 등

맛집:부흥식당(황태정식·산채비빔밥, 033-462-1900), 백담황태구이(황태구이, 033-462-5870), 손가네손두부(두부요리, 033-461-1185), 피아시식당(매운탕, 033-462-2508), 산채촌(033-462-9968), 다들림막국수(033-462-3315), 방동막국수(033-461-0419) 등

■숙박:용대자연휴양림(033-462-2719), 가리벨리 관광펜션(033-463-1212), 기린초 관광펜션(011-479-0921), 하늘내린호텔(033-463-5700), 백담사 민박(033-462-5870), 미시령계곡 민박(033-462-5814), 큰곰산장(033-462-3350), 통나무집 민박(033-462-1451) 등

■레포츠:인제군에서는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험 레포츠를 운영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아르고(수륙양용자동차)와 산악 ATV, 빙벽 등반 등이다.

■문의: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1~4

출처 : 하늘내린터 귀농귀촌 힐링캠프
글쓴이 : 하늘내린터(김황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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