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를 콘셉트로 전원주택을 지은 건축주는 유난히 춥게 느껴졌던 지난겨울 5일에 한 번 난방 가동으로도 겨울을 따듯하게 났다. 지열 히트펌프 사용량이 제일 많았던 달의 경우 난방비로 10만 원이 채 안 들었다. 에너지 계산과 기밀성이 정밀하게 분석되지 않았으나 독일 패시브하우스 수준에 근접한 주택이다.
글 박지혜 기자 사진 백희정 기자 취재협조 이태구 교수
1992년 세명대학교 설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충북 제천시와 인연을 맺은 김원한(61세) 씨는 지난해 송학면 도화리에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제천을 제 2의 고향으로 받아들였다. 그 동안 본가를 서울에 두고 한 달 한 번 서울로 다녀오던 그는 아내의 건강 악화를 계기로 공기 좋은 도화리에 전원주택을 짓게 됐다. 같은 학교 건축공학과 이태구 교수에게 건축 자문을 구하러 갔다가 패시브하우스 콘셉트로 지을 것을 권한 이교수의 제안을 그는 흔쾌히 받아 들였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집이라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리고 견적을 내어 보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었어요. 아주 큰 돈이 들어가면 못했겠지요.”
단열과 열관류율 패시브하우스를 실현하기 위해서 기본이 되는 것은 단열이다. 단열 상태는 열관류율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패시브하우스를 실현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열관류율(U값)의 범위는 아래와 같다. U값 범위에서 최저치는 북쪽 기후의 고립된 단독주택들에 적용되고 최고치는 중부 유럽의 집합주택(row house)이나 아파트에 적용되는 것이다.
벽 0.09 ~ 0.15 W/㎡K 바닥 0.08 ~ 0.15 W/㎡K 지붕 0.07 ~ 0.15 W/㎡K 창호 0.8 ~ 1.0 W/㎡K 통창호 0.6 ~ 0.85 W/㎡K 현관문 0.4 ~ 0.8 W/㎡K 발췌_에너지전환 www.energyvision.org
단층 144.8㎡(43.9평) 규모로 짓는 데 총 공사비 2억 6,500만 원(3.3㎡(평)당 600만 원) 들었고 토목공사를 제외한 건축비용만 따지면 3.3㎡당 500만 원 소요됐다고 한다. 일반적인 전원주택과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건축비다. 이 정도 비용이면 다른 예비건축주들도 도전해 볼만하다.
거푸집형 단열블록으로 고단열 벽체 시공 이태구 교수는 패시브하우스 콘셉트를 적용한 건물을 올리기 위해 이소라스트Isorast 거푸집형 단열블록 370㎜ 모듈을 채택하고 고단열 창호재와 외부 도료 역시 기능이 우수한 독일 제품을 썼다. 이소라스트 단열블록을 국내 독점 공급하는 ㈜제이엠디글로벌을 통해 단열블록 제품구입과 시공을 진행하고 독일 레하우Rehau 창호 역시 제이엠디글로벌을 통해 구입했다. 단열블록과 창호재의 올바른 시공을 위해 독일 기술자가 현장에서 직접 시공 시범을 보였다. 단열블록은 편리한 조립식이기에 이교수는 대학원제자들과 함께 블록을 쌓아 올렸다. 이 주택은 패시브하우스 실현을 위해 각 부위의 열관류율은 기준치를 따랐다. 벽체(0.13W/㎡K)는단열블록370㎜, 바닥(0.11W/㎡K)은 비드법 보온판2종1호(에너폴) 250㎜, 지붕(0.10W/㎡K 이하)은 비드법 보온판2종1호(에너폴) 250㎜와 열반사 단열재 6㎜ 2겹을 채택했다. 창호는 레하우 3중유리와 2중유리를 향에 따라 달리 설치했다. 채광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정남쪽으로 좌향을 잡고 전면은 2중유리(1.0W/㎡K)를, 후면은 3중유리(0.70W/㎡K)를 적용했다. 전면에 2중유리를 설치한 까닭은 관련인들의 시공경험과 테스트 결과 3중유리가 단열은 높으나 채광 유입이 더 적다는 점을 받아들여 채광이 우수한 전면에 2중유리를 적용한 것이다. 외부 마감재로 천연 재료인 메퍼트 무기질 도료를 사용했다. 돌가루와 흡사한 무기질 도료는 변색과 탈락이 우려되는 유기질 도료와 달리 지속성이 뛰어나다. 전 세계 3개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내벽도 무기질도료로 마감했으며 일부는 국산황토미장재를 썼다. 이처럼 건물 모든 부위를 고단열·기밀 시공하고 패시브하우스의 쾌적한 실내공기를 위해 열회수율75% 이상의 폐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했다. 모든 창에는 내부 차양에 비해 단열 및 차양 효율이 더 좋은 외부 전동 차양을 설치했다. 여름 한낮에는 슬릿의 각도를 조절해 채광을 차단하면서 냉방열을 외부로 뺏기지 않도록 하고 겨울밤에는 차양을 내려 난방열을 외부로 뺏기지 않도록해 에너지절약을 돕는다.
지열 히트펌프로 난방비 절감 냉난방과 온수 공급을 위해 지열에너지를 이용한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김원한씨는 평소에는 별도 설치한 50ℓ온수기를 사용하고 온수를 다량 사용할 경우 히트펌프를 가동하고 있다. 겨울추위가 좀체 물러날 기색이 없는 3월초 기자가 방문했을 때, 김씨는 닷새에 한 번, 수면시간(최장 20~06시)에 난방 한다고 했다. 바로 전날 난방 가동한 이 집은 바닥은 미지근하고 공기는 꽤 포근했는데 벽에 부착된 실내온도를 보니 23℃다. 몇 분 후 거실남쪽 전면 창안으로 햇살이 들이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조금전보다 1℃올라간 24℃로 나타나 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입주한 이래 냉난방비를 꼼꼼히 기록해 놓고 있었는데 난방을 제일 오래 가동한 1월16일부터 2월15일까지 히트펌프 전력사용이 815㎾, 요금은 98,230원이었다. 히트펌프 기본요금 25,000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김 씨는 “아마 기름을 땠으면 한 달 난방비 50만 원 정도는 나왔을 거예요”라며 “지열 시스템을 설치할 때 정부 보조금 50%를 지원받아 천만원 조금 넘게들어 처음에 부담이있지만 난방비에서 빠지니 몇 년 지나면 초기비용을 회수할 거라봐요”라고 전했다.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미 환경보호국(EPA)에서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현존 냉난방 시스템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으며 환경 친화적인 시스템’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지열 시스템 공급이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 정부 보조금 신청이 무려 2만여 건이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총 120억 원 예산 편성돼 지원은 800여 가구에 그쳤다. 지열 시스템에는 개방형과 수직 밀폐형과 수평 밀폐형이 있는데 정부는 현재 수직 밀폐형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총 공사비(주택)는 5RT(17.5㎾/50평) 기준 약 2,900만 원(부과세 포함)이며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소비자 부담은 1,478만 원이다. 기준단가 ㎾당 169만 원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시공업체에 따라 비용은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한다. 해마다 3월 중 신청 접수를 받고 바로 마감된다. 공사기간은 15일 안팎이며 천공(수직 130m 2공) → 30㎜ U-PE관 삽입, 그라우팅 → 심도측정 검측 → 트랜치 배관, 전기공사, 히트펌프 설치 → 시운전 → 준공 순서로 공사가 진행된다. 히트펌프 설치한 경우 전용 계량기를 별도로 설치하며 일반 전기요금(1㎾당 161원)과 다른 요금(1㎾당 76원)이 적용된다. 그리고 1RT당 5,000원의 기본요금이 부과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