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이어 화초장·잔디장… 장례문화 친환경 대전환
경기도 일산에 사는 박영균(50)씨는 5월 돌아가신 아버지를 잔디밭에 모셨다.
"죽거든 화장해 뿌려 달라"는 유언에 따라 수소문 끝에 파주의 한 자연장지를 택했다.
이곳에는 '잔디장(葬)'이 마련돼 있었다. 넓은 잔디밭에서 고인에게 주어지는 면적은 50×50㎝다.
이 땅을 30㎝ 깊이로 파서 골분을 흙에 섞어 안치한 뒤 다시 잔디로 덮고 작은 비석을 세웠다.
화장(火葬)이 보편화되면서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정원장' '바다장' 등 다양한 '자연장'이
장례문화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장은 2009년 3329건, 2010년 5269건, 2011년 6440건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336곳 자연장지가 조성됐다.
최근엔 잔디장과 화초장이 전체 자연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화초장'은 자투리땅을 활용해 골분을 안치한 뒤 작은 비석을 세우고 꽃을 심는 공간이나 정원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인천가족공원 관계자는 "산소나 납골당을 관리하기 어려운 이들이 잔디장 문의를 많이 해온다"며
"골분이 자연적으로 분해되고 관리가 쉬워 최근 예약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잔디장을 시작한 대전추모공원 측은 "잔디장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 가장 잘 맞아
납골당에서 잔디장으로 이장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광주시 영락공원 청마루동산은 2010년 전국 최초로 정원장을 시작했다. 80㎝×50㎝ 면적의 사각형 땅을 사용한다.
'ㄷ'자 형태의 대지에 철쭉꽃을 둘러 심고 땅 밑 30㎝ 깊이에 골분이나 황토 골분함을 묻는다.
자연장은 자연친화적 장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차세대 장묘문화로 꼽히고 있다.
화장률은 이미 매장률을 역전해 2005년 52.6%, 2008년 61.9%, 2011년에는 71.1%를 기록했다.
지난달 11일 주거·상업·공업 지역에도 자연장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바뀐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제 개인 소유의 공원이나 수목원, 화단 등에도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장지를 조성할 수 있다.
상업·공업지역에는 비석을 세우지 못한다.
자연장의 한 형태인 수장(水葬)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강이나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수장은 인천 앞바다 등에서 매년 1300건 이상 이뤄지고 있다.
인천의 현대유람선은 '바다장례'용 선박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육지로부터 10분 거리의 부표 옆에 유골을 뿌리며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간단한 제의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골분을 바다나 강에 뿌리는 게 현행법상 폐기물 투기 행위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안우환 교수는 "자연장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장사 형태"라며
"앞으로 자연장의 범위를 확대해 화장한 유골을 강이나 산, 바다 등에 뿌리는 '산골장(散骨葬)'도
정식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문동성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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