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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트레킹] 자연과, 사람과 마음 나누면서 '내 마음 힐링하기'

 


자작나무숲으로 떠난 '해오름달의 초대'… 걷기와 명상 통해 마음 치유

요즘은 ‘힐링’이 대세다.

각박한 세상이 던지는 치열하고 살벌한 공격을 이 악물고 견디기만 하다 보니 사람들 마음마다 크고 작은 병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실컷 울어버리면 그나마 응어리가 풀리고 숨통이 트이겠건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TV 프로그램에서도 힐링, 숲에서도 힐링, 걷기에도 힐링, 캠핑에서도 힐링이 주요 테마이자 목적이다.

1월 5~6일에 열린 ‘OG 에코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자연주의 아웃도어 전문 서비스업체인 OG(Outdoor Guide) 네트워크가 진행한 이 행사는 올해 ‘에코힐링캠프’의 첫 번째 행사로,

1월을 뜻하는 ‘해오름달의 초대’라고 이름 붙였다.

 첫 번째 행사의 무대는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 산길을 걷고 숲에서 명상을 하며 도시에서 생채기 난 마음을 달래고,

인연으로 모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자는 취지다.

▲ 순백의 자작나무 숲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들. 나무든 사람이든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 곧 힐링이다.
뽀얀 눈에 뒤덮인 자작나무숲으로 가는 길

이른 아침,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가 한계령을 넘어간다.
눈꺼풀은 여전히 무겁지만 답답한 도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은 가벼워졌다.
‘도시’라는 곳은 먹고 마시고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지만, 사람과 사람끼리 마음을 나누고 어루만지며 살기엔 너무 삭막한 곳이다. 잠시나마 이렇게 멀리 두는 것도 좋으리라.

한계령을 넘어 인제로 들어서자 온통 순백색의 눈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차가 막혀 짜증스러워하던 모습, 집 앞의 눈을 치우며 투정부리던 모습들이 필름처럼 스쳐지나 갔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나 또한 도시와 똑같은 삭막한 사람으로 살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어 몸서리 쳐졌다.

푸짐한 토속두부전골로 점심식사를 한 후 원대리 산불감시초소부터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이 눈길인 탓에 일행 모두 아이젠을 착용했다.
하지만 3.5km의 트레킹 코스 자체는 완만한 임도를 걷는 것이라 힘든 편은 아니다.
이 임도는 원래 군사작전도로로 개설된 것인데 자작나무숲을 조성하면서 탐방로로 거듭났다.

발목까지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엔 사람의 발자국뿐만 아니라 고라니와 멧돼지 등 산짐승들이 오고간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풍광 좋은 길, 사람과 짐승이 사이좋게 나누어 쓰는 모양새가 참 아름답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방태산이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부드러운 구불길, 뽀얗게 쌓인 눈에 발을 담그니 ‘뽀득뽀득’하는 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다.
적막한 산길에 30여 명의 사람이 만들어내는 눈 밟는 소리가 협주곡으로 울려 퍼진다.
어쩌면 우리는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합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추워 다운재킷까지 입고 출발했던 참가객들은 20분 정도가 지나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두꺼운 옷을 벗어던지고
알싸하게 차가운 바람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청량한 공기, 깨끗한 바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자연 속으로 나를 들여보내는 걸음,
‘아, 나는 지금 위로 받으러 가는 중이구나’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다.

인천에서 온 한 여성 참가객은 “이렇게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며
“좋은 장소에서 마음 편하게 땀을 흘리면 마음속에 있던 모든 나쁜 생각들이 땀 속에 녹아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모두 비슷한 생각인지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마냥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한 시간쯤 걸어 자작나무 숲에 이르렀다. 이 숲은 지난해 10월 개장했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수종으로, 나무 자체에 기름기가 많아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자작나무는 양의 기운이 강해 여름철 번개도 피해가기에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다.
자작나무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새하얀 껍질. 그래서 별명도 ‘숲 속의 귀족’이다.
예부터 흰 나무껍질은 태양의 빛을, 노란 단풍은 황금을, 기둥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사다리의 역할을 한다고 믿어
신라 금관에도 자작나무 잎을 형상화한 장식물이 달려 있다.
 
▲ 눈과 자작나무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분위기에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 자작나무를 엮어 만든 움막 안에서 참가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치유의 숲’ 자작나무 숲

무엇보다 자작나무가 최근 각광 받는 이유는 치유 효과 덕분이다.
자작나무는 활엽수 중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어 삼림욕 효과가 크다.
흔히 알다시피 피톤치드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줌으로써 불면증과 우울증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강력한 살균효과로 아토피에도 효험이 있어 ‘힐링’의 공간으로 자작나무숲만 한 곳이 없다.

이정표에 적힌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는 단어는 별 것 아닌데도 마음을 벅차게 만들었다.
편한 친구를 만난 기분, 나의 자잘한 하소연을 넓은 마음으로 웃으며 받아줄 것 같은 기분이다.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그렇게 순백의 숲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하얀 눈에 뒤덮인 자작나무 숲은 청아하고 순결했다. 여기저기서 눈을 감고 자작나무를 껴안아 온기를 나눈다.
어떤 이는 아예 나무 사이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다 각자의 방법대로 자작나무와 친구가 되었다.

배낭을 벗어놓고 자작나무 하나를 끌어안았다. 어머니의 따뜻함, 아버지의 든든함, 사랑하는 이의 감미로움이 함께 전해졌다.
투정부리는 마음으로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놓았던 욕심과 분노, 불안과 외로움을 하나씩 꺼내 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나’라는 존재만 생각했다.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존재인 ‘나’를 이제까지 너무 외롭게 홀로 두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울컥했다.

이날 행사에는 트랜스워킹(Trance Walking)을 만들고 전파하는 서정록 선생이 동행해 자작나무 숲에서 치유와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가장 편한 자세로 자작나무 앞에 선 참가객들은 선생의 지시에 따라 명상에 빠져들었다.
사람들의 침묵 속에 숲은 깊은 고요함에 빠졌다.

약 20분간의 명상을 마치고 나니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마치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풀어낸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사업이 실패하면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올해 첫 일출을 보면서 반드시 이겨내자고 다짐했는데, 오늘 이곳에 와서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여전히 패배의식과 불안감에 젖어 있더라고요. 완전히 다 들어내지는 못했겠지만 지금만큼은 아주 기분이 좋아요.”

길을 걷는 동안 표정의 변화가 없었던 김정백씨는 명상이 끝나고 나자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차를 사람들에게 돌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모금에 그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차를 받은 사람들이 또다시 자신의 차를 나누면서 잠시 동안 숲속 카페가 차려지기도 했다.

▲ 줄지어 길을 걷다 “5분간 휴식”이란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밭에 누워 버렸다.
▲ 원대리의 이웃마을인 용대리의 명물인 황태 덕장. 겨울철 꾸덕꾸덕 말라가는 황태가 먹음직스럽다.
쑥향 맡으며 마음 정화하기

숲에서 내려오는 길은 쌓인 눈이 치워지지 않아 올라올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어느 곳은 무릎까지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참가객들은 이렇게 천천히 걷는 게 오히려 즐겁다는 눈치다.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던 도시생활의 흔적이 이렇게 빨리 지워지고 있었다.

선두에서 누군가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흥얼거리자 그 노래는 금세 전염되듯 일행 전체의 합창으로 바뀌었다.
마음속 짐을 덜어내고 나니 모두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되었다. 어느 새 뽀얀 눈길에 연분홍 석양이 물들고 있었다.

저녁에는 서정록 선생과 함께 하는 인디언 영성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선생은 트랜스워킹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화와 철학 등을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생은 ‘검은 호수’라는 인디언식 이름도 가지고 있다.

참가객들이 커다란 방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모든 조명을 끄고 촛불 하나만 켜놓으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쑥을 태운 그릇을 돌려가며 그 향을 맡으면서 마음을 정화했다. 이 의식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마음을 정화시키던 오랜 의식이라고 한다. 쑥향은 내면의 세계를 불러오는 매개체로서 영적인 지혜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 

인디언의 문화와 지혜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낮 동안의 빠듯한 일정으로 모두 피곤할 만도 하지만 누구 하나 집중하지 않는 이가 없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 거창한 자아성찰은 없었을지언정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다름 아닌 ‘힐링’이었다.

생태문화 체험 ‘OG 에코 힐링캠프’

자연주의 아웃도어 전문 서비스업체인 OG(Outdoor Guide) 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생태와 힐링이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올해 첫 일정으로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찾은 ‘해오름달(1월)의 초대’를 진행했다.
앞으로도 매월 새로운 장소와 체험을 담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참가자격에 제한은 없으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OG 네트워크의 홈페이지 (www.ognetwork.co.kr)에 공지된다.
 ‘자작나무 힐링캠프’는 인제 모험레포츠연수원 (033-461-3377 www.healinje.com)에서 운영한다.
다만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는 산불조심기간으로 원대리 자작나무숲 탐방이 불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