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을 끓였다.
먹다남은 토스트 빵쪼가리가 있어
한입 할 때마다
커피에 적셔 먹으니
이 또한 입맛이다.
입안이 달콤해지며 넘어간다.
달콤함이 주는 여파일까.
얼마 전까지 시골집에서의
가을걷이 한답시고
힘들게 일하던 생각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올해로 3년째...
부모님 갑작스레 돌아 가시고 난
훵 빈 시골집 고택.
앞과 뒷 텃밭들이
풀로 뒤범벅이 되여
널 부러져 있다.
저걸 어찌해야 하나....
여지껏 풀한포기 흙 한 주먹
만져 보지 않았는데...
지나가는 동내분들이
내게 욕을 하는듯 싶다.
동네분 마주 치기도 싫다.
가까운 친구에게
어찌하면 좋냐라고 했더니만
어찌하긴...
직접 관리하고 경험해야지...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데?
임마,
누군 할줄 아냐?
다 닥치면 해.
너라고 못할게 뭐 있냐?
해봐!
해 보고서나 말을 해!
허지만 한가지만 유념해.
뭔데?
절대 움직이는 동물들은 키우지 마.
왜?
너가 한다고 하더래도
아직은 계속 여기서 살지 않을게 아냐.
동물들은 키우면
너가 동물한테 꼼짝없이 잡히니
그건 하지마!
그리고 가능한 한 잡목들을 키워.
왜?
어떤것으로?...
이렇게 하면서 시작한게
지금은
귀농도 아니고 귀촌도 아닌 상태에서
벌써 3년이 지났다.
물론
시작은 경험부터 필요했기에
풀 제거부터 했다.
낫으로 가시덤풀을 걷고
삽질로 땅을 뒤엎길 열번여 차례.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이 힘든 일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일을...
아버님이...`
그리고 어머님이....
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형제들을 위해서
하셨을거라 생각하니 말이다.
삽자루를 내 패대기다 시피하며
난
얼마간을 한없이 울었다...
유자를 땄다.
올핸 해갈이 탔일까
아니면 유독 비가 많았던 날씨 탓일까
예년에 비해 현격히 달린게 없다.
동네분네들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서울에서 내려오니
저마다 좀 따서 썼으면 하신다.
매년 얼마간을
동생들에게
또는 친구들에게
그리고
얼마간을 지인들에게 주곤 했는데
올핸 그도 못할것 같다.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
이왕 이리 안 달려서 뭇줄 바엔
다들 올핸 줄수 없다고 하고
이걸 한번 인터넷을 통해 팔아봐?
그야말로 고객에게 직접 인터넷으로?
친구와 지인들에게
다소 비싼 가격으로 판 경험은 있지만
생면무지의 사람들에게
인터넷으로 팔아볼까 하고 생각하니
갑자기 힘이 솟는듯 하다.
물론 고객확보 차원에서 처음이니까 싸게...
사실
우리집 유자는
토종 유자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따스한 남녘 해풍을 맞으며
대나무 밭 사이 속에서
무성의 할 정도로 내 깔려 놓은 유자나무이기에
모양새는 탱자같지 크기도 작고
깨묵쟁이 같이 점박이도 많지만
향내만은 끝내준다.
그래서
늘상 먹어본 친구들이
달라고 하는 친구들이 꽤나 있다.
어렵게
따는 장대를 빌려
몇시간을 땄는데도 2박스 정도 밖에 못땄다.
사다리를 놓고 땄는데도
더는 딸수가 없으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핸으로 유자 달린 모습을 한컷해
드뎌
처음으로 자주가는 카폐에 올렸다.
올리고 얼마 안가
금새 팔렸다.
처음이라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가격은 적게 받은듯 하지만
가격이 문제가 아니였다.
직접 지인들을 통한 판매가 아닌
인터넷으로의 판매이니
신기한거다.
바로 이맛이다 싶다.
순간 떠 오른다.
내년엔
유자나무 밑에 퇴비을 줘서 키울까 봐?
그래..
나무당 퇴비 두포대를 뿌려주자....
판매대금이 입금 되였을까 하고
핸으로 확인해 보니
내통장에 판매대금이 이미 들어와 있다.
순간 전화다.
귀신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어디예요?
어디긴..
시골집이지...
지금 뭐하는데?
응? 일해.
무슨 일?
마늘밭에 농약 좀 칠려구...
여보,
근데 왜 그리 목소리가 좋아?
그렇게 시골이 좋슈?
뭐 좋은 일 있어요?
아뿔샤...
귀신은 귀신이다.
천리길 떨어져 있는데
우찌 돈 냄새를 맡았단 말인가...
마늘밭을 보면 볼수록 속이 상한다.
사실
내깐 텃밭농도
어찌했던 3년째 하던 참이기에
올해를 끝으로 경험해 보고픈 건
죄다 다 해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올봄부터
씨감자 2박스부터 시작해
고추 200그루, 애호박 2그루
호박 10 구덩이, 도마도 4그루,
고구마 약 60여평, 토란 10여평,
생강 50여평, 매주콩 50여평,
서리데콩(껌정콩) 20여평,
팥 5평, 참외 4그루,
수박 2그루, 양파 10여평,
마늘 30여평....등을 심었다.
특히 이중
고추와 마늘은
내깐 심혈을 기울려서 가꿨다.
물론 둘다 3년째 경험이다.
고추는 첫해
매운것 5그루, 안 매운것 15그루를 심었고
두번째 해엔
매운것 20그루, 안 매운것 80그루
그리고 올핸
매운것 10그루, 안 매운것 190여 그루를 심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를 키운거다.
첫해와 두번째 해엔 퇴비만 줬다.
내 가족이 먹을것인데
주변에서들 농약 안치면
퍼런것도 못 따먹을거니 농약을 하라고 했지만
끝내 난 안 했다.
역시 말대로 난 두해째
빨간고추를 따먹질 못하고
파란고추만 원없이 따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은근히 약이 오른지라
올해는 두팔을 걷어 올리다시피 하면서
용기있게 200그루를 사서 심었다.
심을곳을 재데로 마련해서...
예상대로 잘 자랐다.
동네 어르신들이 오고 가시며
이젠 농삿꾼 다 됐네들 하며
칭찬들을 아끼지 않으셨다.
몇차례 서울집을 오고 갈때마다
꼼꼼히 비바람에
또는 태풍에 견딜수 있도록
고추지지대를 일일히 해 주고...
고추도 재법 잘 달렸다.
빨간고추가 매달릴 쯤해서
내려와 따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반 이였지만
일주일여후 두번째 딸려니
3시간 가까히 따야만 했다.
첫번째 보다 열배를 더 딴 셈이다.
그만큼 잘 됐었다.
가격도 좋아진다고들 난리다.
땀을 뻘뻘 흘리면
뙤앗볕에서 한참을 따고 있노라니
갑자기 핸이 울린다.
누구한테 왔나하고 보니
어딘들 가랴...
마누라다.
내가 하는짓이
늘상 미더워하지 않는 사람이라
내가 몇번을
고추농사가 잘 될것 같다고 해도
고지를 안 듣는 사람이여서
무척이나 궁금했던 모양이다.
지금 어디예요?
지금 고추 따.
잘 됐어요?
그렇다니깐.
참말로?
어허 참...
몇번을 말해야 돼?
병 안 들었어요?
안 들었어.
얾마나 딸수 있는건데?
내가 알마나 되는지 아남?
그래도 대충...
몰러.
그러면 고추 딴거 어떻게 할려는데?
말려야 하지 않아요?
말리긴...
내가 말릴 시간도 없고
또 말릴줄도 모르고 해서
요즘은 기계에다 다들 말린다고 하더군.
차로 옮겨서 돈주고 말릴까 해.
그래도 괜찮대요?
괜찮으니까 하는거지.
그럼 언제 올라 올거예요?
올라 오실때 잘 단도리 해서
가지고 올라 오세요.
뭐라고?
가지고 올라 오라고?
강의는 어떻게 하고?
가지고 광주에 가
어디 다 부탁해 맡껴두고
끝나고 나 가지고 올라오면 될게 아네요?
이 사람...
말 하는것 봐.
전화 끊어!
알았어!
어이씨....
건고추로 15근 딴것 같다고 해도
고지가 안 듣겼던 모양이다.
눈으로 직접 봐야 인정할 양이다.
고추값은 2만원이 넘었다고 하니
넘 좋아 안절부절인 것이다.
오져서...
남편의 안위는
눈에도 들어 오지 않는 모양이다.
끼니는 어떻게 하냐고 묻지도 않고시리...
그뒤 심여일 후
또다시 내려가
빨간 고추를 따기 위해 고추밭에 가 보니
어라?
고추 탄저병이 드는게 확연해 보인다.
여지껏 농약을 안 했는데....
어찌할까...
칠까? 말까?
먹을 고추는 된듯하니 한번 쳐봐?
그래도 그렇치...
내가 안 먹는다고 치다니...
아니야.
이번에 한번 경험해 보는것도 좋치 않을까?
또한 친들
제대로 씻어서 말리면 될게 아냐?
이젠 이대로라면 고추농사 더는 못하는거니
농약을 해서 계속 잘 된다면
해도 괜찮을게 아냐?
그래 하자.
해 놓고 보자.
또다시 일주일 후...
내려와 보니
한마디로 망했다...
약발이 늦었던지 아무튼
죄다들 탄저병에 걸려서
빨간고추는 더는 못 따게 돠여 버렸다.
그 잘 자라던 고추가...
역시...
다른건 몰라도 고추만은
농약을 안 하고는 못해 먹어 라는
동네분들의 말씀이 귀에 되새김을 한다.
이렇게 해서 고추농은 접었다.
그러고 얼마전
그자리에 얼마간
밭을 일일히 삽으로 뒤엎어
퇴비도 주고 복합비료도 뿌리고
마늘 곪지 말라는 농약고 뿌리고
풀 덜 나도록 하는 농약도
얼마간 뿌리고 하여
말 그대로 제대로 심었다.
마늘 3접을 사다가....
제발 이번만
제대로 자라다오.
잘 자라 상품가치만 나온다면
내년엔 200여평에 심을련다.
양지 바른쪽에 정성드려 심었다.
그리고 잘 자랐다.
저마다 동네분들이 시셈이다.
저놈의 밭은 병신 밭이여.
하 글씨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녀석이 심었는데
저라 잘 된것 보면
저놈의 밭이 병신 아니고서야 저리 잘 되겠남?
그럴때마다
난 넉스레를 떨었다.
지가 뭐 한게 있나요?
지가 알아서 다 큰건데요 뭐...
있다면 저가 얼굴이 잘 생겨서지만.....
안 그래요?ㅋ
그리 잘 됐던 마늘이...
지난번애 내려가보니
한마디로 앙망이다.
무척이나 잘 자랐는데...
이웃분들 보다
일주일여 늦게 심었는데도
잘 자랐으니 얼마나 흐믓했었는데...
내년에는
규모를키워 열심히 키워서
얼마간 쩐이 되게 할려고 하였건만...
대충봐도
절반 가까히 마늘이 병에 걸려
그만 시들해져 타 버리고 있는 중이였다.
이웃에 물어보니
올해는 겨울 날씨가 넘 따뜻해
집집마다 병이 들었다고 하신다.
허지만 내눈으로 보기엔
다들 좋은 상태다.
유독 내 마늘만 엉망이고...
사실 마늘은
첫해 멋 모르고 심었는데도
넘 잘 됐었다.
살아 계실적 부모님이 마늘이다 라고
내미는 마늘을 본다치면
한마디로 쫑강 수준이였다.
마지못해 힘들어 수확한 마늘이라
내색은 못하고 그냥 먹었던 경험이 있었던 터여서
마누라는 다른건 다 해도
마늘만은 하지 말라고 했었다.
땅이 안 좋아서 그런거라고 하면서.,,,
지가 뭘 안다고...
다음해엔
용기를 내서
제대로 자문을 얻어가며 심었다.
물론 더 많이...
헌데 심고 나 얼마간 후에
내려가 보니
얼레?
도무지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남들은 상당히 자라서
잎들이 펄럭일 정도인데 난...
나중 알고보니
내가 심을 때 풀약을 뿌린게
나도 모르게 상당량을 뿌린 탓에 그만...
두해에 걸친 경험이 있는터라
올핸 그 경험을 살려
온갖 정성을 다 해
심었던건데 저 모양이라니...
여보, 틀렸어.
뭐가요?
마늘이...
왜요?
아 글쎄
날씨가 그런지
죄다 마늘잎들이 타 들어가
노랗게 변해져 있네?
약을 하긴 했어요?
했지.
제대로...
그러니까 내 뭐래요.
다른건 다 해도 마늘은 하지 말랬잖아요.
시골집 땅이 마늘 심기에는 안 좋다니까요.
그만하지.
시끄러워.
나도 속 상하니까.
당신은 항상 내 말을 안들어 탈이예요.
그만 하래두?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직접 한번도 안 해 보구선...
그걸 꼭 해 봐야 아나요?
알았어요...
전화 끊는 소리가 야물차다.
제기럴...
쥐뿔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주둥이는 야물군...
커피 한잔을 또
급조하여 한모금 하니
조금은 여유롭다.
문득
아직 타작하지 않은 매주콩과
서리테콩이 생각난다.
매주콩은
지난번에 내려 갔을때
궂은 날시 때문에 타작하지 못하고
토방밑 양지 바른곳에
뇌깔아 두웠다.
서리테콩은 성장이 매주콩보다
더딘 탓에 조금 늦게 거둔지라
매마르지 않아
아무래도 올해를 넘기고
가까운 시일안에 다른 일들과 겹칠때
내려와 타작을 해야 할듯했다.
콩은
유독 집사람이 좋아한다,
이미 저물어가는 초승달인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몸관리에 유독 신경을 쓰는지라
내가 집에 없을때는
밥을 거의 안 먹고 살아간다.
약간의 영양식으로만 해결하는거다.
그도 그럴것이
아들은 일주일에 딱 한끼.
토요일 아침을 제외하고 집에서 먹지를 않는다.
허니 오죽 살판 나랴.
설거지통이
달리 깨끗한게 아니다.
안하니 씻을게 없어서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심어 봤다.
겹눈질로 본다치면
콩을 수확하기에 다른것 하고는 달리
많은 손길이 필요한것 같아서
여지껏 심을려고 시도조차 안 해 본건데
이번에 콩 만큼은 마누라 생각해서 심은거다.
내 이 속내를
마누라는 알기나 한지...
이런 분에 넘치는 남편이란 사실을...
잘 자랐다.
역시 콩도
남들은 날씨탓에 잘 안됐다고들 하였지만
헌데도 난 잘 되였다.
더군다나
같은 매주콩들인데도
내 콩은 크기가 좀 큰듯 한 콩이다.
날씨가 계속 비가 내리면
시골은 그야말로 공치는 날이다.
아무것도 할일 없는거다.
옛날처럼
뜨끈한 군불에 엉덩이 지지며
아랫목에서 두부내기 화투라도 치기에 딱이다.
할수없어
이웃에서들 김장들 하시기에
일손이 부족한듯해
삼사일을 이집 저집 거들어 줬다.
특히나
양념에 들어가는
여러 젖갈들과 채소들을
한번에 버무르는 일이 힘든다는걸
익히 마누리 품안에 벗어나지 못한 나 인지라
이왕 도와 드리느니 나서서 도와 드렸다.
언제 해 봤냐.
얼마나 마누라한테 매여 살았으며
못한게 없다는 우스게 입방아들을 찍으시면서들...
그런데
다음날 부터
갑자기 날씨가 거짓말 같이 좋아졌다.
반나절이 지나
때는 이때다 싶어
콩타작을 불이나게 했다.
혹여 또 비가 오면 그나마도 못하고
또 올라가야 할것 같아서.,,,
다하고 나니
이건 할 짓이 아니다.
더군다나
아낙들 처럼 쪼그리고 한다니는게...
헌데
더 못할짓이 떡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콩과 잡다한 콩깍지들과
그리고 잔돌들의 제거 작업이 만만치가 않다.
죽었다 깨나도 못할것 같다.
그냥 그대로 몽주리 담아서
서울집으로 택배를 부칠까도 생각했지만
그리한들 결국은
또다시 내몫으로 돌어 올걸 생각하니...
이웃 아주머니께서 안쓰럽던지
지나가시다가 그만 두랜다.
조금있다가 와 서 도와 주시겠다고...
딸한테서 전화다.
오 그래, 잘있니?
김서방도 회사 잘 나가고?
현수는?
응. 잘 지내요.
현수도 잘 크구...
근데 아빠 지금 뭐하셔?
춥지 않어?
힘드시면 하지마?
아냐. 괜찮다.
시골일이라는게 누가 시킨다면 어디 할일이냐?
내가 운동 삼아 한다고 생각하니 하는거지.
지금 콩 수확하는 중이다.
그래?
콩도 심으셨슈?
응. 니 엄마가 좋아하셔서...
오 그래요?
엄마가 무지 좋아 하겠다 그치?
그러시겠지.
근데 웬일이냐?
아니 그냥...
내려 가셨다 하시기에 잘 계시나 궁금해서...
그래도 우리 딸이 최고구나.
왜 이러셔? ㅋ
딸이 최고지?
아믄...
전화줘서 고맙다.
감기 조심하세요.
또 전화 드릴께요.
그래. 알았다.
또 보자.
밤늦게 들어가지 말고 일찍 들어 가거라.
네...
그나 올해
제일 잘 된게 있다.
감자와 고구마다.
감자도 그야말로 제대로 심었다.
퇴비를 뿌리고
로타리를 치고
정성드려 씨감자를 심고
그 위에 비닐포장을 둘르고...
그런데 얼마간 후
시간이 지나면서 잘 나오던 새싹이
보기에 조금은 성장이 더딘듯 해 보였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나보다 늦게 심은 다른 이웃들 보다도
덜 자란듯 하게 보이니 말이다.
그래서 동네분이 시키는대로
밑거름용 복합비료를
사이사이에
일일히 약간씩 땅속에 넣어준 탓일까
그런대로 잘 자라기 시작했다.
허지만
문제는 또 풀이였다.
유독
내 감자밭만 남들하고 비교해
풀이 많이 자라 나 있는거다.
왜 이런거냐 물었더니
심을때 비닐 둘르기전에
풀 잘 안나는 약을 뿌리지 않아서 그런다는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닐속에서들 많이들 자란다.
한곳은 풀이 많이 나오는 탓에
흙으로 눌러둔 비닐 가장자리들을 밀치고
풀들이 뻗어나와
심지어는 비닐이 바람에 나붓길 정도이다.
서울과 시골집을 늘상 오고가니
뽑아줄 시기를 놓친것 같아
더는 어찌 할수가 없는 결과인 것이다.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드뎌 감자를 캐는데...
크기가 엄청 큰거다.
아니...
이리 잘 될수가 있나...
여보,
감자가 넘 잘 됐는데?
거짓말...
아니래두.
정말이라니까.
그러면
지금 핸드폰으로 찍어서 지금 보내봐요.
이 사람이...
남편 말을 도무지 고지를 안 듣네...
열심히 땀 흘리며 케고 있노라니
갑자기 지나가는 관광객이
물끄럼히 쳐다 보더니만...
저희들이 사 갈수 있나요?
글쎄요..
한번도 안 팔아 봤는데...
조금 살려고 하는데요.
그럼 그러지요...
자그만치 6박스나 팔았다.
그러고 난 디지게 혼났다.
마누라 한테...
돈이 그리 좋냐.
돈 몇푼 된다고 그걸 팔았냐.
형제들한테 나눠 보낼거라고 했는데
어찌 하란 말이냐.
도로 사서 택배로 부쳐라 등...
몇푼 안되는 돈 맛을 본 나는
얼마간 흥이 났나보다.
고구마를 심어야 했다.
그런데 심을려니
정상적인 농부라면
새로히 로타리를 쳐서 심어야 했다.
헌데
그럴 시간이 없는거다.
서울에서 친척 자녀결혼식이 떡 버티고 있으니
아니 올라갈수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할수없이
풀밭이나 다름없는 감자 캔 자리에
괭이로 줄을 긋다시피하여
그곳에 줄지어 나란히 고구마싹을 올려 놓고
괭이로 또다시 대충 덮었다.
이러고 난 다음날
서울 용산가는 무궁화에 몸을 실었다.
이리 심었던 고구마가
아 글쎄...
대박이 될 줄은...
먹다 남은 커피가
어느새
찬 냉수마냥 변해있다.
귀농도
귀촌도 아닌
나만의 올해 텃밭농이다.
내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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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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