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씨는 수원의 학구파 중개업자다. 필자의 재개발ㆍ재건축 강좌는 물론이고 LBA도 수료했고 이밖에 각종 경매, 토지, 상가 등 강좌도 섭렵한 터였다. 얘기해 보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박식했고 깊이도 있었다. 그런데 돈은 많이 벌지 못한다. 영업적인 마인드가 부족해 남을 그럴듯하게 설득시키는 재주가 없어 '클로징'이 약하기 때문이었다. 영업기술을 배우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기획부동산업체에서 잠시 일하는 것이었다. 절대로 남에게 팔지는 않고 영업마인드와 노하우만 배우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하루는 전화가 왔다. "고객을 접촉해서 설득시키는 기술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쓸모 없는 싸구려 땅을 온갖 감언이설로 비싸게 팔아먹는 영업사원들의 행태를 보니 울화통이 터져 하루하루 견딜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모르고 들어간 것도 아닌데, 원하는 기술을 배울 때까지 잘 참아보라"고 충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 잘렸다고 전화가 왔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신입 여자사원이 본인 스스로 땅을 구입한 것도 모자라 친한 친구에게 땅을 팔려 하는 것을 보고 "이 땅은 절대로 사면 안 된다"고 말리다가 눈치를 챈 팀장이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S씨가 만난 여자사원은 시골에서 갓 올라온 20대 중반의 새댁이었는데, 두어 달 전 S씨 중개업소에서 전세방을 얻어 안면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세상 물정 모르고 너무 착해 안쓰러운 느낌이 들어 인상에 남았는데, 기획부동산업체의 마수에 넘어가 친한 친구마저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을 보고는 도저히 막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며칠 후 수원에 갈 일이 있어 S씨와 오랜 만에 저녁을 같이 했다. 허름하지만 음식 맛이 좋은 오리고기 집에 갔는데 앳된 모습의 젊은 여자가 동행했다. 알고 보니 그 기획부동산에서 만났던 새댁이었다. S씨는 "기획부동산업체에서의 경험은 잊고 싶을 정도로 나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창창한 젊은이를 수렁에서 건져낸 것"이라면서 "수양딸로 삼기로 했으므로 '수렁에서 건진 내 딸'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젊은 새댁은 아직도 그 기획부동산에서 팔고 있는 땅이 그렇게 나쁜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5만 원도 하지 않는 땅을 매입해서 10배, 20배 뻥 튀겨 팔아먹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이 평당 40만 원에 산 땅이 평생 기다려도 10만 원 되기도 힘든 쓸모 없는 땅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입사해서 두 달이 지나도록 실적이 없으면 해고되는 사실이 두려워 결혼 전 직장 다니며 꼬깃꼬깃 모은 알토란같은 2,400만 원으로 60평(그것도 공유지분이다!)을 스스로 매입했던 것이다. 그녀는 처음 기획부동산에 입사할 때 자기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기술도 없는 사람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너무나 기쁘고 감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입사한 후 회사 땅이 향후 어떻게 해서 값이 오르고 왜 좋은 땅인지를 자상하게 설명하는 사장을 보면서 '돈도 많고 실력도 뛰어나지만 인품도 훌륭한 분으로 존경했었다"면서 "그런 분이 이렇게 사기 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자기가 산 땅을 원금만 받고 제3자에게 팔거나 아니면 회사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필자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원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잊어버리고 새 출발하라"고 사실대로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싸구려 땅을 10배, 20배 뻥 튀겨 팔아먹고 줄행랑 쳐 "좋은 땅 있는데 정보 좀 받아보시겠습니까?“ 이런 전화를 아직도 받아본 적이 없다면 상당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강남권에 사는 사람이면 적어도 수십 번은 땅 사라는 전화를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법령 개정으로 과거에 비해 그 수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소위 ‘기획부동산’들의 전화 공세는 여전하다. 기획부동산들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많은 업체들이 쓸모 없는 땅을 비싼 값에 팔아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개발업 등록제를 실시하고 전화 영업 등의 규제를 강화하자 이제는 신문 광고를 통한 방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특히 토요일이면 각 신문마다 토지 전면광고가 줄을 잇는다. 어떤 회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전면광고를 이미 석 달째 싣고 있기도 하고, 1년 내내 똑같은 광고를 게재하는 회사도 있다. 신문에 땅 사라는 광고를 싣는 회사는 대부분 '기획부동산'이다. 기획부동산이란 지주로부터 매입한 땅을 330㎡ 혹은 660㎡ 단위로 잘게 쪼갠 후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서 개발이 되면 값이 크게 오른다면서 주로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는 부동산업체를 말한다. 이런 땅을 매입해서 돈을 번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쓸모 없는 땅으로 판명되거나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피해자만 속출하고 있다. 기획부동산 땅을 구입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유통마진이 너무 높아 제값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 살 확률이 높다. 기획부동산은 지주에게 계약금만 지불하고 땅을 매입한 뒤 강남 등지에 사무실을 차리고 영업사원들을 대거 고용해 파는 방식을 취한다. 사무실 운영비를 비롯해 광고비, 영업사원 수수료(대체적으로 20% 내외) 등 만만치 않은 경비에 상당한 폭리까지 추가돼 원가의 10배, 20배 등을 부풀려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하자가 있는 싼 땅이 대부분이다. 기획부동산들은 원가의 10배 혹은 20배 등을 매도가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원가가 비싼 땅은 취급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원가가 3.3㎡ 당 30만 원이라면 매도가가 3.3㎡ 당 300만 원 이상은 돼야 하는데, 330㎡의 구입가가 3억 원이라면 선뜻 나설 수요자가 없다. 따라서 기획부동산이 선호하는 땅은 원가가 3.3㎡ 당 5만 원짜리 이하다. 원가가 싸다는 것은 뭔가? '싼 게 비지떡'이어서 개발 행위가 많이 제한되고 입지가 좋지 않은 땅이라 가격이 오를 확률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는 지번만 알면 동네 동사무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땅을 구입할 때 용도지역과 토지이용제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기획부동산들이 가장 애용하는 땅은 관리지역 임야다. 그러나 땅을 사서 나중에 확인해보면 관리지역은 10%에 불과하고 90% 이상이 농림지역이나 자연환경보전지역에 걸쳐 있거나, 보전산지인 경우도 허다하다. 수도권 지역의 토지는 용도지역보다 자연환경보전권역인지, 수도법에 저촉되는지 등을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 이런 땅은 십중팔구 개발이 불가능해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장담했던 ‘지가상승’은 요원하다. 그러나 기획부동산들 중 토지를 구입하기 전에 지번을 가르쳐주는 곳은 거의 없다. "비밀이 샌다"는 등 각종 핑계를 대지만 실은 수요자가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살펴볼까 두려워서다. 시가화예정용지 주변 개발은 요원하다. 시가화예정용지에 포함되어도 개발이 쉽지 않은 판에 주변 개발에 대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국토해양부의 최종 승인을 받은 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예정지라도 개발 추진 과정에서 취소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시가화예정지 주변은 여전히 개발규제를 받기 때문에 개발될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볼 수 있다. 탐욕은 파멸을 부를 뿐이다 세 번째, 분할될 수 없는 땅이거나 맹지일 가능성도 매우 크다. 2006년 3월부터 매매를 위한 토지분할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개발행위 허가를 얻어야만 분할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 것이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땅을 파는 것이 목적이지 개발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기획부동산이 가분할도를 보여주면서 "향후 이렇게 분할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다. 최근에는 공유지분으로 토지 구입 후 토지소유자가 법원에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통해 분할하는 소위 '폭탄분할'을 유도하는 기획부동산들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공유지분으로 매각하면서 나중에 지가가 오르면 한꺼번에 팔아주겠다며 '매각위임서'를 미리 받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분할돼 있는 땅이라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토지 경계가 명확한지 주변에 도로나 수도시설은 있는지, 진입로 유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건축행위를 할 수 없는 맹지를 구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산 땅이 잘못됐을 때 반환받을 방법이 없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대부분 ‘바지사장’을 앉히고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폐업을 하고 회사명을 바꿔 이사 간다. 땅을 산 사람들의 고소도 피하고 세금 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사기 분양과 탈세로 법망에 걸린 회사들이 많아도 뿌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소위 ‘회장’ 등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금을 준 상태에서 아직 중도금을 치르기 전이라면 돈을 찾을 수가 있다. 중도금을 치르기 전 땅의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해서 만일 업체가 홍보했던 내용과 다르다면 계약금은 찾을 수가 있다. 좋게 말해서 반환해주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팀에 허위 과장 광고 등을 문제 삼아 제보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3년 전 필자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땅을 8,000만 원에 산 L씨는 최근 필자에게 "30대 초반에 내 집 마련도 못하고 피 같은 종자돈을 날리고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웠다"면서 "악덕기획부동산이 근절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기획부동산에 넘어가는 이유는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탐욕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환상이 상식 수준의 판단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탐욕은 파멸을 부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기획부동산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출처: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토지사랑 http://cafe.daum.net/tozisarang |
출처 : 토지사랑모임카페
글쓴이 : 토지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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