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사는 산사람
1.
우리가 산을 찾는 것은
산이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산에
푸른 젊음이 있어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 묻지 않은 사람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커다란 조화를 이루면서
끝없는 생명의 빛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고 싶다.
그런 산에 돌아가
살고 싶다.
2.
우리처럼 한평생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산은 곧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종교가
벽돌과 시멘트로 된 교실에서가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숲 속에서 움텄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3.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산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면
속 모르는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승들은 누구보다도
산으로 내닫는 진한 향수를 지닌다.
산에는 높이 솟은 봉우리만이 아니라
깊은 골짜기도 있다.
나무와 바위와 시냇물과
온갖 새들이며 짐승, 안개, 구름, 바람, 산울림.
이 밖에도 무수한 것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산은 사계절을 두고 늘 새롭다.
그 중에도 여름이 지나간 가을철 산은
영원한 나그네인 우리들을
설레게 한다.
4.
인적이 미치지 않는 심산에서는
거울이 필요 없다.
둘레의 모든 것이 내 얼굴이요,
모습일 테니까.
달려도 필요 없다.
시간 밖에서 살 테니까.
혼자이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얽어매지 못할 것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순수한 내가 있는 것.
자유는 홀로 있음을 뜻한다.
** 법정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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