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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귀농귀촌/신지식농군,부농되기

[스크랩] 장도 담그고 민박도 치고 꽃밭도 가꾸고

강원도 원주에서 가장 오지로 치는 귀래면, 그 한가운데 우뚝 솟은 미륵산 산중턱 메주골에 메주도 빚고 장도 담그는 미륵산농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륵산에 단풍이 들 때면 박종원씨 부부가 산골에 들어와 메주를 빚은지 어느덧 아홉 해가 돌아옵니다.

"남편이 부천에서 프레스 찍는 중소기업을 경영했어요. 돈도 좀 벌었는데 어느 날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 싶었어요. 그리고 4년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어요. 9년전 이 터를 만났지요.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나 봅니다."

이름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부인은 지난 이야기를 하며 감회에 젖습니다.

"처음 내려왔을 때, 마을 주민들이 많이 경계를 했어요. 지금이야 이 골짜기에 전원주택이며, 펜션이며, 별장 들이 여러 채 들어섰지만, 그때만 해도 외지인은 우리 말고 없었거든요."
지난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힘들고 여러웠던 기억이 으레 앞서게 마련인가 봅니다. 부인은 낯선 방문객 앞이지만 익숙한 이웃에게 하듯이 지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처음 내려와서는 근처 농가를 빌려 살았어요. 그러다 지금 이 터에 농원하고 집을 짓기 시작했지요. 땅은 모두 1,500평쯤 될거예요. 된장, 고추장을 만드는 일이야 도시에서도 해왔던 일이라 자신은 있었지요. 하지만 집 짓는 일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었지요. 지금에서야 이렇게 쳐다만 봐도 보람도 있고 뿌듯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예요. 무엇보다 아랫마을 주민들이 민원이다, 고발이다 나서는 데에야…"

부인이 그때로 다시 돌아간듯 한숨을 깊게 내쉬자 원주 시내로 볼 일 보러 나갔던 박종원씨가 돌아왔습니다. 장모님을 모시고 다녀오는 길이었나 봅니다.

"아내나 저나 모두 강아지를 좋아합니다. 강아지가 탈이 나서 장모님 모시고 바람도 쐴 겸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지요. 시내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이 있지만 이제 다 커서 키우는 재미가 없고 강아지 네 마리 키우는 재미가 적지 않아요."

개든, 소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이 없듯이 사람좋은 인상의 박종원씨는 연신 아픈 강아지 걱정입니다.

남편은 공장장, 아내는 농장장

목재로 견고하게 지어놓은 살림집 옆에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만드는 공장이 붙어 있습니다. 장 담그는 기술은 사실 아내가 가지고 있습니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자주 들려 지내다 간다는 친정어머니에게 전수받았을 법 합니다. 박종원씨도 아내에게 기술을 배워 부부가 함께 장을 담그고 있습니다. 어쨌든 부천에서 공장을 경영해 본 남편이 공장장 노릇을 하는 셈입니다.

"아주 바쁜 철에는 마을 주민들의 손을 빌리지요. 시골 품삯이라 많이 드리지는 못하지만 늘 아쉬운 농촌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요. 콩도 마을에서 나는 순 우리콩을 사서 쓰고요. 무엇보다 장맛은 햇빛, 물, 공기가 좋아야 하는데 이곳 황산마을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고 심지어 반목을 하기도 했던 아랫 마을 주민들과도 자연스레 일과 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농원의 메주는 농원이 있는 주포리 황산마을에서 재배한 순 우리콩을 원료로 씁니다. 황산마을은 친환경농사를 짓는 생태마을이예요. 옛 조상들이 하던 방식대로 메주를 띄워 각지에서 사 모은 살아 숨쉬는 장독에 담급니다. 환경과 전통과 깔끔함을 고집해 우리 고유의 맛인 된장, 고추장, 간장을 빚어내려고 합니다."

농장장인 부인은 된장만드는 강의를 시작합니다.

"우선 재래식으로 메주를 만들어 햇볕과 바람으로 자연 건조시키고 띄웁니다. 일년중 볕이 가장 좋은 6월에 거둬들인 전남 남해안의 천일염을 간수가 빠진 다음 다시 불에 구워냅니다. 그리고 이 골짜기의 맑은 물로 간장을 담고 눈 녹은 봄이 되면 메주와 간장을 갈라 맑은 공기와 햇볕속에서 2년간 숙성합니다. 고추장은 이곳에서 재배하여 수확한 고추를 태양볕에서 정성스럽게 말려 메주와 엿기름, 쌀을 섞어 담아 1년간 숙성하고요. 장맛은 담그는 방법과 물과 공기, 햇볕 등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곳은 최적의 터라 할 수 있지요."

부인은 된장 만드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꽃밭을 가꾸는 기술도 가히 농장장급인듯 합니다. 향이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라벤더 꽃밭과 민박을 친다는 황토방이 어우러져 농원이 아닌 식물원 같기도 합니다.

"황토방은 이곳에 다니러 가는 지인들이 하루라도 편히 묵어갈 수 있도록 일종의 게스트하우스로 지은 것인데요. 지금은 민박도 치고, 아픈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장도 담궈 내다팔고, 민박도 치고 전원생활자의 수익구조 치고 꽤 튼실해 보입니다.

귀한 손님이 오는 마을 에서 귀한 삶을

이들 부부가 사는 미륵산은 이른바 유서깊은 곳입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의 왕건에게 나라를 넘겨준 후 미륵산의 고자암에서 시름을 달래며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집니다. 또 귀래라는 지명도 귀한 손님인 경순왕이 찾아왔다는 데서 유래했고 마을 이름이 된 황산도 임금이 거처했던 산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런 터에 살고 있는 박종원씨는 올해 쉰다섯, 부인은 마흔아홉입니다. 외동딸도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 자식농사도 마무리 단계입니다. 몸에 좋은 장도 담궈 사람들과 나누고, 쉬고싶은 사람들에게 황토방 쉼터도 마련해주고, 꽃과 강아지도 사랑하는 미륵산농원 부부. 이들에게 구태여 다른 욕심은 엿볼 수 없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사시면 참 보기 좋겠습니다."

미륵산농원(033-900-3030, www.imeju.co.kr)

출처 : OK시골

출처 : [우수카페]산삼을 찾는 사람들
글쓴이 : 김영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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