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남원 각광
한적한 농촌의 논밭을 관광상품화 시킨 ‘경관(景觀)농업’이 뜨고 있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대에서 지난달 9일부터 열린 청보리 축제에 8일 현재 전국에서 40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특이한 볼거리도 없고 교통이 불편해 평소에는 사람 구경하기도 힘든 이곳에 평일에는 7,000여명, 휴일에는 3만여명의 관광객들이 몰린 것은 단지 드넓은 보리밭 사잇길을 걷기 위해서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몰리자 청보리축제위원회는 8일 마칠 예정이었던 축제를 15일까지 일주일간 연장했다. 처음 축제를 시작은 지난해 청보리 축제(4월)와 메밀축제(9월)에도 예상을 훨씬 넘은 30만여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해 축제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구릉지대가 끝없이 펼쳐진 학원농장을 중심으로 100만여㎡(30만여평)에 조성된 청보리밭은 도시인들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와 함께 동화 속 풍경을 제공한다. 가을에는 이 자리에 흐드러진 하얀 메밀 꽃밭이 들어서 색다른 운치와 정경을 선사한다. 올 가을에는 메밀밭을 지난해의 두 배인 100만여㎡로 늘려 장관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곳은 대기업 이사를 지내다 20여년 전에 귀농한 학원농장 대표 진영호씨가 일손이 덜 가는 보리와 메밀을 심게 됐고 전국의 사진동호인과 언론매체를 통해 아름다운 풍경이 삽시간에 알려졌다.
특히 봄 청보리 축제와 가을 메밀축제가 기간동안 보리와 메밀을 이용한 음식은 물론 주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도 판매한다. 지난해 이곳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음식과 농산물을 판매해 보리나 메밀 재배 수익보다 많은 3억5,000여만원을 벌었다. 올해는 직거래 장터의 규모와 판매 품목을 늘려 수입이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해 이 지역을 경관농업특구로 지정, 도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 경관농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세계허브산업엑스포를 개최해 허브를 관광과 함께 지역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북 남원시는 운봉읍 바래봉 일대 30만여㎡에 국내 최대 규모의 허브단지를 올해 말부터 조성, 도시인들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을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인근 주천면과 이백면, 산동면 일대도 대단위 허브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남원시는 또 이곳 농가 주변에는 20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허브체험관과 판매관 등이 들어서는 ‘허브밸리’를 조성, 국내 허브산업의 메카로 육성해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제75회 춘향제 기간(5월 4~8일)에 맞춰 열린 세계허브산업엑스포에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 허브밸리의 성공을 예고했다.
경관농업은 단순히 농작물 판매 수입에만 의존했던 전통 농업과는 달리 자연 풍광을 도시인들의 볼거리로 관광상품화해 부대수입까지 올릴 수 있어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허덕이고 있는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경관농업이 성공을 거두자 완주군도 구이면 모악산 자락과 경천면 일대에 대규모 청보리 밭을 가꿀 계획이다.
이강수 고창군수는 “주 5일제 근무로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웰빙시대를 맞아 관광과 농업을 연계 시킨 경관농업은 절망적인 농촌경제를 되살릴 수 있고 지역 홍보에도 도움이 되는 미래 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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